증시로 자금이 쏠리면서 시장 위축을 겪고 있는 가상자산 시장 때문에 거래 중개를 하고 있는 주요 거래소들 실적이 반 토막 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보유하고 있는 코인의 평가가치도 코인가격 하락으로 감소하고 있는 모습이다. 증시라도 힘을 줘야 하는 상황이지만 미국 등 주요국의 장기국채 금리 급등세 영향으로 국내 증시는 하락을 면치 못했다. 그런 와중에도 유가증권 및 코스닥 시장 상장사들은 상반기 눈에 띄는 실적 성적표를 받았다.
◆실적 반토막에 코인 평가가치도 하락
가상자산 시장 침체 장기화로 업비트·빗썸 등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의 실적이 반토막 난 가운데 이들이 보유한 가상자산 가치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회원들이 거래소에 위탁해 보관하는 가상자산 수량은 늘었다. 시장이 다시 활성화하면 코인 가격이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상반기 매출액은 4081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49.1% 감소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1115억원, 1084억원으로 80%·75% 줄었다. 빗썸의 상반기 매출액은 1688억원으로 48.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84% 줄어든 149억원에 그쳤다. 실적이 쪼그라들며 1087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실적 하락은 투자자 자금이 증시로 이동하면서 거래대금이 급감한 영향이다. 코인게코에 따르면 2분기 국내 5대 원화 거래소의 총 거래대금은 1464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9.5% 감소했다.
시장 위축으로 거래소가 보유한 가상자산 가치도 줄었다. 두나무의 비트코인·이더리움·테더 등 보유 가상자산 평가가치는 1조3779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40%(9071억원) 감소했다. 빗썸도 보유 가상자산 평가가치가 19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852억원) 줄었다. 코인 가격이 하락한 데다 가상자산 출금 과정에서 발생하는 네트워크 수수료와 코인 오지급 사고 등으로 보유 코인 수량이 감소해 평가가치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반면 회원들이 거래소에 위탁한 가상자산 수량은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두나무가 보관 중인 회원 위탁 비트코인은 작년 말보다 1만1697개 늘어난 17만3911개, 이더리움은 40만9041개 증가한 233만8007개로 집계됐다. 빗썸도 위탁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각각 1776개, 12만2138개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시세는 하락했지만 향후 가치를 고려해 장기적 관점에서 수량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장기국채 급등세로 파란불 켜진 코스피
미국 등 주요국의 장기국채 금리 급등세가 국내 증시를 집어삼켰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 귀환과 함께 대형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반등 조짐을 보이던 코스피가 ‘금리 발작’ 악재에 또다시 발목이 잡혔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장보다 398.66포인트(5.80%) 내린 6471.17에 장을 마쳤다. 전날 -108.11포인트(1.55%)에 이어 이틀 연속 하락장을 이어갔다. 개장 직후부터 몰아친 매도세에 오전 9시6분 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7.82%, -9.75% 급락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코스피 부진은 미국 장기국채 금리 급등으로 간밤 뉴욕증시에서 3대 주가지수가 동반 하락한 영향이 컸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0.22% 내렸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나스닥 종합지수는 각각 0.69%, 1.33% 하락했다.
미국 등 주요국의 장기국채 금리 상승은 투자 자금을 안전자산인 채권으로 이끈다는 점에서 증시에 부담 요인이다. 자금 조달 비용 증가가 글로벌 빅테크(거대기술기업)들의 인공지능(AI) 설비투자 축소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두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코스피가 이 여파에 직격탄을 맞은 배경이다.
미 장기국채 금리상승에도 이날 원·달러 환율은 서울외환시장에서 전장보다 14.1원 내린 1397.7원으로 주간거래를 마쳤다. 오후 3시30분 기준가로는 지난해 9월24일(1397.5원) 이후 최저다. 1400원이 깨진 것은 지난해 10월2일(1399.5원) 이후 10개월 반 만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달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수출업체의 네고(달러 매도)가 지속하면서 원화가 강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주가는 떨어져도 상반기 돈은 잘 벌었네
올해 상반기 코스피 상장사들이 2000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기업의 폭발적인 이익 성장에 힘입어 전체 순이익은 1년 전보다 4배 넘게 급증했다.
19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 634곳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2000조12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84%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88조1532억원으로 254.15% 뛰었고, 순이익 역시 386조6740억원으로 333.30% 급등했다.
전체 실적 상승은 시가총액 1·2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끌었다. 두 회사의 합산 순이익은 253조1200억원으로 전체 코스피 상장사 순이익의 65.46%를 차지했다. 두 회사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119.68%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코스닥 상장사 역시 뚜렷한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코스닥 상장사 1264곳의 상반기 매출액은 183조5753억원으로 27.17% 늘었다. 영업이익은 9조4279억원으로 61.54% 증가했으며, 특히 순이익은 286.95% 늘어난 9조7069억원을 기록해 10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2분기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비롯한 상위 5대 기업의 수출액도 1382억1000만달러로 전체 수출액(2755억1000만달러)의 50.2%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가통계포털 기업특성별무역통계 집계에서 분기 기준 상위 5대 기업 수출 비중이 절반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상위 5대 기업의 수출액은 지난해 2분기 상위 100대 기업의 전체 수출액(1160억6000만달러)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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