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때 건설되면 추가 수익 배분
일부, 협동조합 끼고 참여 한계
수익이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
보상금 재원 활용 방안 제기
정부가 내년 상반기 ‘계통소득’ 도입을 목표로 세부 제도 설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력망 건설에 투자한 주민이 얻는 투자수익에 비과세 혜택을 주고, 전력망이 적기에 건설될 경우 추가 수익률을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정부 등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6월 ‘전력망 주민수용성 제고를 위한 계통소득 제도 도입’ 비공개 용역을 발주했다. 계통소득은 송전망 주변 주민이 송전망 건설에 투자하고, 그 대가로 일정한 투자수익을 얻도록 하는 제도다. 송전망 건설에 대한 주민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을 추진 중이다.
세계일보가 입수한 용역 과업지시서에 따르면 정부는 주민 참여를 높이기 위해 계통소득 투자수익에 비과세 등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계통소득은 송전망 주변 주민의 투자금으로 금융기관이 펀드를 조성하면, 한국전력이 이 펀드에서 자금을 빌려 송배전망을 건설한 뒤 사업에서 발생한 수익을 주민에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설계될 전망이다. 기후부는 필요할 경우 조세특례제한법 등을 개정해 주민의 투자수익에 대해 비과세나 일부 세금 감면, 분리과세 등의 세제 혜택을 적용하는 방안도 열어두고 있다.
송전망이 적기에 건설될 경우 투자 주민에게 기본 수익률에 ‘추가 수익률’을 얹어주는 방안도 검토된다. 건설 지연에 따른 비용과 적기 건설로 얻는 경제적 편익을 비교·분석해, 송전망이 계획대로 건설될 경우 그 편익의 일부를 주민에게 추가 수익으로 돌려주는 구조로 해석된다.
기후부는 용역 수행자에 계통소득 금융 구조가 “한전채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도록 설계할 것”을 주문했다. 송전망 건설이 완료되면 주민들은 연 8∼10% 수준의 고정금리 수익을 받게 될 전망이다. 한전이 한전채를 발행할 경우 연 3∼4% 수준의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지만, 주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이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이 같은 구조를 구현하려면 현행 금융 규제를 손봐야 할 수 있다.
자본시장법은 금융투자업자가 투자자에게 일정한 이익을 보장하기로 사전에 약속하거나 사후에 제공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기후부는 “투자자 대상 제한(송전망 주변 주민으로 제한 등)과 일정 수익 보장 등을 위해 금융 관련 법령을 검토하고 필요할 경우 특례 조항 신설 등 개정안을 도출할 것”을 주문했다. 일반 공모펀드가 한전에 직접 자금을 빌려줄 수 있도록 ‘금전 대여 특례’를 두는 방안도 검토 대상에 포함됐다.
기후부 관계자는 “현재 펀드형뿐 아니라 채권형·지분투자형 등 다양한 방식을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다”며 “용역 결과를 토대로 최종 방식을 검토할 예정으로 비과세 혜택 등은 세제당국과 별도 협의가 필요한 사안인 만큼 아직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설명했다.
계통소득은 정부가 추진해 온 햇빛·바람소득 등 주민참여형 이익공유 제도의 연장선이다.
주민이 송·배전망 건설 사업에 투자하고 그 수익을 공유받도록 해 입지 선정과 인허가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민 반발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햇빛·바람소득은 재생에너지 건설 사업에 대한 주민 수용성을 높이는 데 일정 부분 효과를 거둬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한계도 뚜렷하다.
현재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의 상당수는 주민이 실질적인 투자자로 참여한다고 보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전남 신안군의 경우 주민이 2만원 안팎의 조합비를 내고 협동조합에 일단 가입하기만 하면 연간 수십∼수백만원의 수익을 배분받는다. 송전망 사업에 투자할 금액은 주민 개인이 아닌 협동조합이 대출을 받아 마련한다. 주민에게 돌아가는 수익의 상당 부분은 발전사업 자체의 수익이라기보다 주민 참여 사업에 추가로 부여되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에서 나온다. 태양광·풍력 사업자가 추가로 발급받은 REC를 대형 발전사 등에 판매하고 여기서 얻은 수익을 주민에게 나눠주는 구조다.
문제는 REC를 사들이는 대형 발전사 등의 구매 비용 상당 부분을 한전이 보전한다는 점이다. 결국 특정 지역 주민에게 돌아가는 추가 수익의 일부가 전체 전력 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어지는 구조인 셈이다.
이 때문에 계통소득은 주민이 실질적으로 ‘본인의 돈’을 투입해 수익을 돌려받는 구조를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송전망이 주로 농촌 등 비도시 지역을 관통하는 만큼 해당 지역 주민들의 투자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현실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자금이 부족한 주민은 오히려 계통소득에서 배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를 위해 별도의 세제·재정 지원을 추가하는 것은 국가 재정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신 송·변전설비 주변지역에 이미 지급되는 지원금(보상) 등을 주민들의 초기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한 에너지정책 싱크탱크 연구원은 “송전망 주변 주민들이 펀드에 참여할 초기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도록 할지 정부가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투자에는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다. 협동조합 등 제3자가 대신 참여하는 구조보다는 개인이 직접 투자 주체가 되고 그에 따른 수익을 얻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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