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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 유네스코 간 한지, 원형 복원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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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 중인 한지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 심사가 막바지 단계에 들어섰다. ‘한지 제작의 전통지식과 기술 및 문화적 실천’의 등재 여부는 100일 앞으로 다가온 제21차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중국 샤먼)에서 결정된다. 한지의 가치를 세계에 알릴 기회다. 다만 등재가 곧 전통성과 품질의 보증서는 아니다.

전통한지를 40여년간 연구하며 도침 기술 특허를 보유한 김호석 화백은 지금의 한지가 조선시대 한지에 미치지 못한다며 원형 복원이 먼저라고 지적해 왔다. 수입 닥과 현대화된 공정으로 만든 종이를 고려·조선의 고급 한지와 같은 전통으로 볼 수 있느냐는 물음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역사 자료와 과학적 시험으로 답해야 한다.

김호균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
김호균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

원료 기반도 약하다. 국산 닥의 재배와 수매, 가공과 공급을 잇는 체계가 없어 상당수 현장이 수입 원료에 기댄다. 닥나무가 있어도 껍질을 벗겨 원료로 만들 사람과 시설이 부족하다.

예산의 행방도 따져야 한다. 박후근 박사가 국회입법조사처 학술지에 발표한 분석을 보면, 2017년 1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한지 관련 사업에 쓴 돈은 약 341억원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전국 19개 한지 업체에 돌아간 지원·구매액은 7억원에 못 미쳤다. 전통한지 업체는 1996년 64곳에서 19곳으로 줄었다. 공방과 원료 생산자가 무너지면 한지 정책은 간판만 남는다.

정부가 손을 놓은 것은 아니다.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은 2017년부터 ‘문화재 복원용 전통한지의 품질기준 연구’를 수행했고, 지난해에는 한지 제작 관련 용어와 정의를 정리한 국가표준 KS M 7010도 제정됐다. 그러나 김 화백은 복원의 목표가 될 조선시대 한지를 기준 표본으로 세우지 않은 채 시제품부터 만든 기준은 설득력이 약하며, 한지산업지원센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현재 최고 품질의 한지조차 200여년 전 정조 친필 편지의 한지보다 밀도와 내절강도가 낮았다고 주장한다. 이 성과가 유네스코 신청서에 어떻게 반영됐는지도 공개되지 않았다.

이에 네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한지를 원료와 제법, 쓰임에 따라 전통 수제·개량 수제·기계 한지로 나누고 원료 원산지와 공정을 표시하는 인증제를 도입해야 한다. 특히 전승용과 복원용은 국산 닥 사용 여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둘째, 예산을 생산 현장으로 돌려야 한다. 공방 시설 개선, 국산 닥 계약재배와 가공시설 확충, 후계자 교육과 생계 지원이 먼저다.

셋째, 공공기관이 전통한지를 꾸준히 사야 한다. 고서·서화 복원에는 검증을 통과한 전통한지를 우선 쓰고, 훈장·포장 증서와 국가의례 문서로 사용을 넓혀야 한다.

넷째, 정부·민간·학계가 함께하는 공개 검증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한지장뿐 아니라 서화가·보존 과학자·고문헌 전문가 등이 참여해 원료와 제조 방식, 품질 기준을 검증하고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무형유산은 시대에 따라 변하는 살아 있는 유산이다. 그러나 자연스러운 변화와 기술의 단절은 다르다. 문화유산 행정의 가치는 화려한 이름을 얻는 데 있지 않다. 선조의 기술과 정신, 그 기술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다음 세대에 넘기는 데 있다. 등재보다 실질적 복원이 우선이고, 홍보보다 검증이 우선이며, 명예보다 진실이 먼저다. 등재는 끝이 아니라 더 큰 책임의 시작이어야 한다.

 

김호균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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