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하루 9시간10분·월 572만9000원…주6일 가정 땐 주55시간
“시간 규제보다 수입 보전 먼저” 목소리…작업시간 기준 법제화 추진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염태영 의원 등 18명이 최근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국토교통부 장관이 택배기사의 건강권 보호와 과로 예방을 위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작업시간 등에 관한 기준을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택배사업자와 심야배송 사업자가 택배기사의 고용·산재보험료를 부담하도록 하는 조항도 담겼다. 택배기사의 작업시간 제한은 그동안 제3차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의 핵심 의제였다. 참여 주체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관련 내용을 법제화하는 입법에 나섰다.
19일 한국노동경제학회의 ‘택배서비스 구조 및 업무환경 실태 조사 연구’에 따르면 택배기사의 하루 평균 업무시간은 약 9시간10분, 월평균 수입은 572만9000원이다.
이번 조사는 CJ대한통운·한진택배·롯데글로벌로지스·로젠택배·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컬리넥스트마일 소속 택배기사 75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지난 4∼6월 대면 면접 방식으로 조사했으며 주간배송 기사 538명, 야간배송 기사 217명이 참여했다.
주당 업무일은 ‘주6일’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하루 평균 업무시간에 주6일을 단순 적용하면 주당 약 55시간이 나온다. 조사에서 직접 확인된 평균 주당 업무시간은 아니다.
연구책임자인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18일 택배기사의 업무시간을 주46시간으로 제한하고 수입이 업무시간에 비례한다고 가정하면 월 약 94만원, 연간 약 1120만원의 수입이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월평균 수입의 약 16.4%에 해당하는 규모다.
박 교수의 계산은 주간배송 기사 538명과 야간배송 기사 217명을 합친 전체 조사 대상자의 평균 업무시간과 수입에, 사회적 대화에서 야간배송을 대상으로 논의된 주46시간 상한을 일률적으로 적용한 추산이다.
야간배송 기사만을 대상으로 주46시간 제한 전후의 수입 변화를 측정한 결과는 아니다. 건당 배송단가와 배송 물량, 업무 효율, 차량 유지비 등도 반영하지 않았다.
지난 2월 사회적 대화에서는 야간배송 작업시간을 주5일·최대 46시간으로 제한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새벽배송을 하지 않는 택배 4사와 노동계는 수용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쿠팡·컬리 측은 주 최대 50시간을 요구했다.
지난 3∼4월에는 야간배송 작업시간을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주48시간으로 제한하는 절충안이 마련됐다. 노동계는 동의했지만 쿠팡·컬리 측은 “50시간 이하로는 어렵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사회보험료 부담 문제에서도 이견을 보이면서 최종 합의는 무산됐다. 새벽배송 노동자의 작업시간 상한과 사회보험료 분담 문제는 이후 논의에서도 접점을 찾지 못했다. 사회적 대화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현장에서는 업무시간을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데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노동경제학회 조사에서 응답자의 66.5%는 업무시간을 ‘규제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개인의 건강 상태와 숙련도에 따른 자율 조절’이 30.5%로 가장 많았다. ‘수입 감소 우려’ 29.5%, ‘자율적인 일정 관리’ 26.5%가 뒤를 이었다.
업무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도 적지 않았다. 응답자의 50.3%는 업무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필요한 개선 방안으로는 ‘휴무일 확대’가 62.4%로 가장 많이 꼽혔다.
지난해 11월 쿠팡 위탁 택배기사 약 1만명이 소속된 택배영업점 단체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가 야간·새벽배송 기사 24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자체 온라인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93%가 ‘0∼5시 심야배송 제한’에 반대했다.
한국노동경제학회가 지난해 12월 별도로 발표한 ‘야간택배 근로자 실태 조사 및 개선방안 연구’에서도 한국리서치 조사 응답자의 83.7%가 심야시간대 배송 제한에 반대했다.
심야배송이 제한될 경우 예상되는 영향으로는 ‘수입 감소에 따른 생계 어려움’이 64.9%로 가장 많이 꼽혔다. ‘수입 보전을 위한 업무시간 증가’도 39.6%에 달했다. 복수응답 방식으로 진행된 조사다.
박 교수는 “작업시간이 제한되면 줄어든 수입을 보충하기 위해 기사들이 부업에 나서면서 전체 업무시간이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안은 현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심사 단계다. 개정안에는 구체적인 작업시간 상한이 담기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면 대통령령을 통해 적용 대상과 작업시간 기준 등이 정해진다. 실제 수입 감소 여부와 규모는 최종 작업시간 기준과 적용 대상, 배송단가 보전 방안 등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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