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통기성·경량성 주목…메쉬·플립플랍·젤리슈즈 인기
발가락을 숨기던 시대가 지났다. 올여름 패션업계에서는 발가락 반지인 ‘토우링’과 발찌, 쪼리 양말 등을 활용해 발 자체를 하나의 패션 포인트로 연출하는 이른바 ‘발꾸(발 꾸미기)’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발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스타일링이 인기를 끌면서 신발도 발을 가리는 디자인보다 발의 형태와 액세서리가 돋보이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17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길어진 여름 폭염으로 통기성과 경량성을 갖춘 슈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메쉬 플랫과 시스루 슈즈, 플립플랍, 젤리슈즈 등 발을 드러내는 제품부터 편안한 착화감을 앞세운 리커버리 슈즈까지 관련 상품군이 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에서도 관련 소비가 크게 늘었다.
29CM에 따르면 8월 1일부터 11일까지 메쉬 플랫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446% 증가했다. 시스루 플랫은 529%, 젤리슈즈는 344% 늘었다. 같은 기간 발찌 거래액도 전년 대비 186% 증가했다.
무신에서도 발을 드러내는 패션 아이템에 대한 관심이 검색량으로 확인된다. 8월 1일부터 12일까지 검색량은 시스루 슈즈가 전년 동기 대비 400% 증가했으며, 발찌는 111%, 시스루 양말은 82%, 스트랩 샌들은 68%, 메쉬 슈즈는 26% 늘었다.
패션업계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단순히 더운 날씨에 맞춰 샌들을 찾는 수요를 넘어 발 자체를 스타일링 대상으로 보는 인식 변화와 맞물린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에는 샌들이나 슬리퍼를 신더라도 발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보이는 정도에 그쳤다면, 최근에는 발찌나 토우링, 양말 등을 더해 적극적으로 개성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변화가 메쉬 플랫이다. LF의 영 캐주얼 액세서리 브랜드 질바이질스튜어트는 지난해 봄·여름 시즌 처음 선보인 메쉬 플랫이 완판되자 올해 스타일 수를 2배로 확대했다.
대표 제품인 ‘홀리 시어 메쉬 플랫 슈즈’는 속이 비치는 메쉬 소재와 리본 디테일을 적용해 발이 은은하게 드러나는 것이 특징이다. 초도 물량은 전 컬러가 3주 만에 완판됐고, 8월 초까지 7차 리오더를 진행했다. 이에 힘입어 메쉬 플랫 제품군 매출은 6월부터 8월 초까지 전년 대비 20배 이상 증가했다.
질스튜어트뉴욕 액세서리도 올해 처음 메쉬 소재 슈즈를 출시했다. ‘마렌 메쉬 샌들’은 발등을 감싸는 메쉬와 스트랩을 결합했고, ‘로바 메쉬 슬라이드’는 슬라이드 형태에 메쉬 특유의 가볍고 투명한 질감을 더했다.
LF의 컨템포러리 액세서리 브랜드 아떼 바네사브루노 액세서리도 메쉬 플랫 수요 확대에 맞춰 관련 제품군을 강화했다. 발등이 자연스럽게 비치는 메쉬 소재에 뾰족한 실루엣을 적용해 세련된 분위기를 강조했으며, 양가죽 소재와 쿠셔닝을 더해 착화감까지 높였다. 현재 주요 사이즈 대부분이 품절된 상태다.
플립플랍은 과거 집 앞이나 휴양지에서 신는 실용적인 여름 신발로 여겨졌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클래식 룩이나 포멀한 스타일에도 매치하는 패션 아이템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시스루 삭스나 레그웨어와 함께 연출하는 스타일링까지 등장하면서 활용 범위가 넓어지는 추세다.
LF가 전개하는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이자벨마랑은 브라질 플립플랍 브랜드 하바이아나스와 협업 컬렉션을 선보이며 이런 흐름에 합류했다. 지난 6월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단독 출시한 협업 제품은 론칭 직후 높은 판매율을 기록했다.
대표 제품인 ‘맥시 퍼프드 플립플랍’ 블랙과 베이지 컬러는 발매 당일 대부분 판매됐다. 컬렉션 출시 이후 3일간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50% 증가했다.
발을 드러내는 스타일이 확산하는 동시에 ‘편안함’도 중요한 소비 가치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히 시원한 신발을 찾는 데서 나아가 오래 신어도 발의 피로를 덜어주는 기능성과 웰니스까지 고려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어서다.
LF가 올해 1월부터 국내 전개를 시작한 미국 리커버리 슈즈 브랜드 우포스는 이런 소비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올해 6월 매출은 1월 대비 약 40배 증가했으며, 7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15만 족을 넘어섰다. 6월에는 무신사 월간 랭킹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액세서리 시장에서도 발을 꾸미는 소비가 뚜렷하다. 29CM에서는 8월 6~11일 발찌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186% 증가했다. 액세서리 브랜드 먼데이에디션의 ‘스틸 워터 앤클렛’처럼 볼드한 디자인으로 발목에 포인트를 주는 제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무신사에서는 발 관련 액세서리뿐 아니라 발을 은은하게 드러내는 아이템 전반으로 관심이 확산하고 있다. 아카이브앱크의 ‘포미카 코어 스니커즈’는 최근 한 달간 상품 페이지 조회수가 2만회를 넘어섰고 누적 판매량도 1200개 이상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발꾸’가 여름철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액세서리와 슈즈를 함께 활용해 개성을 표현하는 스타일링 문화로 자리 잡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폭염이 일상화되면서 시원함과 스타일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제품에 대한 수요가 이어지는 데다, 웰니스 트렌드와 맞물려 편안한 착화감까지 중요해지면서 관련 시장의 외연이 더욱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토우링, 발찌, 쪼리 양말 등 발을 하나의 스타일링 포인트로 활용하는 ‘발꾸’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발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슈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며 “메쉬 플랫, 플립플랍, 리커버리 슈즈 등 시원함과 스타일, 편안함을 동시에 갖춘 제품들이 올여름 대표 아이템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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