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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드 치킨에 이 와인을?... 바삭함·산미 미친 조합 ‘실허 로제’ 마셔봤나요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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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사진=오스트리아와인마케팅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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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 숨은 보석’ 오스트리아 와인 매력탐구 ⑥ 와인산지/슈타이어마르크〉
쥐트슈타이어마르크 허브 향 소비뇽블랑 유명
불칸란트는 장미향 풍성한 트리미너 매력 발산
베스트슈타이어마르크 로제 ‘실허’ 핑크빛 유혹
오스트리아 로제 와인.
오스트리아 로제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 산지.
오스트리아 와인 산지.

오스트리아 와인 산지 슈타이어마르크(Steiermark·5109ha)는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포도밭으로 손꼽히는 지형을 지닌 산지로입니다. 신선한 벨쉬리슬링, 알싸한 무스카텔러, 섬세한 바이스부르군더, 모리용으로 불리는 풀바디 샤르도네까지 다양하지만 무엇보다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소비뇽 블랑과 트라미너가 간판입니다. 세부 산지는 3개입니다.

 

쥐트슈타이어마르크.
쥐트슈타이어마르크.

▶쥐트슈타이어마르크(Südsteiermark·2798ha)

 

이곳은 전형적인 일리리아(Illyrian) 기후를 띱니다. 따뜻하고 습한 지중해성 기후와 서늘한 알프스 대륙성 기후가 만나는 복합적인 기후를 뜻합니다. 낮에는 고온건조한 날씨가 포도를 완전히 익혀줄 만큼 넉넉한 일조량을 제공하지만, 밤에는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산도와 아로마가 고스란히 보존됩니다. 연간 강수량은 900~1000mm에 달해 오스트리아에서도 비교적 습윤한 지역입니다.

 

무엇보다 이 지역을 상징하는 것은 포도밭의 경사도입니다. 평균 경사가 45도에 이르고 심한 곳은 70도를 넘어서는 급경사지가 즐비해 기계 수확은 애초에 불가능합니다. 포도 재배자들은 온전히 두 손에 의지해 포도송이를 하나하나 따내야 하는데, 이는 생산 단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지만 동시에 포도송이를 정교하게 선별할 수 있어 고품질 와인 생산으로 이어집니다.

 

쥐트슈타이어마르크 위치.
쥐트슈타이어마르크 위치.

서쪽에는 석회질 점토인 오포크(Opok), 중앙에는 모래와 자갈층, 동쪽에는 고대 해양 화석을 품은 석회암인 무셸칼크(Muschelkalk)가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이처럼 겹겹이 쌓인 토양층은 와인에 강렬한 미네랄 풍미와 은근한 짠맛을 부여하며, 서늘한 밤 기온과 맞물려 놀라울 정도로 섬세하고 깊이 있는 화이트 와인의 풍미를 만들어냅니다.

 

전체 생산량의 80~85%가 화이트 와인이며, 특히 포도밭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소비뇽 블랑이 대표 품종입니다. 뉴질랜드의 화려한 과일 향 중심 스타일이나 프랑스 상세르의 차가운 미네랄 스타일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독자적인 캐릭터를 지니고 있습니다. 잘 익은 카시스와 구스베리 향에 은은한 훈연 뉘앙스, 그린 파프리카를 연상시키는 허브 향이 묵직한 바디감과 찌릿한 산도 위에서 균형을 이룹니다. 특히 차밀론베르크(Czamillonberg), 그라스니츠베르크(Grassnitzberg), 지레크(Zieregg) 같은 특정 리드(Ried·단일 포도밭)의 이름은 그 자체로 최고급 와인을 보증하는 상징으로 통합니다.

 

쥐트슈타이어마르크 세부 지도.
쥐트슈타이어마르크 세부 지도.

샤르도네의 현지식 이름인 모리용(Morillon)은 석회 성분이 풍부한 오포크 토양에서 특히 진가를 발휘합니다. 오크 숙성을 거치며 풍부하고 묵직한 질감으로 완성되는 이 와인은 정교하고 크리미한 풍미와 뛰어난 장기 숙성력으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으며, 석회질 토양이 두드러지는 에렌하우젠(Ehrenhausen) 주변이 대표 산지로 꼽힙니다.

 

청량하고 드라이하게 양조되는 겔버 무스카텔러(Gelber Muskateller)는 화사한 아로마에 엘더플라워와 육두구 향이 겹치는 매력을 지녔으며, 아이히베르크(Eichberg)와 감리츠(Gamlitz) 마을이 대표 산지입니다. 리슬링은 슈타이어마르크에서 가장 가파르고 높은 포도밭이 모여 있는 키첵 임 자우잘(Kitzeck im Sausal) 마을에서 자라며, 해발 최대 600m의 급경사밭에서 재배됩니다. 슈타이어마르크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가장 즐겨 마시는 품종은 가볍고 청량한 산미가 매력인 벨쉬리슬링입니다.

 

쥐트슈타이어마르크 와인 페어링 메뉴 뿌리채소를 곁들인 잉어 요리인 부르첼카르펜(Wurzelkarpfen).
쥐트슈타이어마르크 와인 페어링 메뉴 뿌리채소를 곁들인 잉어 요리인 부르첼카르펜(Wurzelkarpfen).

쥐트슈타이어마르크를 이야기할 때 와인 선술집 부셴샹크(Buschenschank)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와인 생산자가 자신이 만든 와인과 음식을 직접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된 이 독특한 형태의 술집은 따뜻하게 조리된 음식 판매가 전면 금지돼 있습니다. 오직 차가운 요리만 허용되는 까닭에, 현지에서 생산된 생햄과 베이컨, 치즈와 빵을 나무 도마에 푸짐하게 얹어내는 플래터인 ‘브레틀야우제(Brettljause)’가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로 자리 잡았습니다. 여기에는 슈타이어마르크의 특산품인 고소한 호박씨 오일을 곁들인 샐러드가 함께 나옵니다. 소비뇽 블랑을 비롯해 벨쉬리슬링, 바이스부르군더는 이런 소박한 상차림과 더없이 잘 어울립니다. 풍성하고 농밀한 모리용은 로스트 치킨과 특히 훌륭한 궁합을 보여줍니다.

 

불칸란트 슈타이어마르크.
불칸란트 슈타이어마르크.

▶불칸란트 슈타이어마르크(Vulkanland Steiermark·1657ha)

 

클뢰흐(Klöch), 장크트 안나 암 아이겐(St. Anna am Aigen), 슈트라덴(Straden) 마을 주변에 포도밭이 집중돼 있습니다. 포도밭은 화산 봉우리 주변의 경사면을 따라 작은 섬처럼 군데군데 흩어져 있습니다. 토양은 약 1500만 년 전부터 200만 년 전까지 격렬하게 활동했던 고대 사화산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습니다. 미네랄과 영양분이 풍부한 현무암, 응회암, 화산재 토양은 와인 전반에 뚜렷하고 세련된 미네랄 풍미와 독특한 스파이시함을 불어넣습니다. 여기에 뜨겁고 건조한 판노니아 기후와 습윤한 일리리아계 지중해성 기후가 만나면서, 인근 쥐트슈타이어마르크보다 한층 더 따뜻하고 건조한 헝가리발 대륙성 기후의 영향을 강하게 받습니다. 낮에는 덥고 밤에는 서늘해지는 뚜렷한 일교차는 포도의 풍부한 아로마 발달과 균형 잡힌 숙성을 동시에 돕는 핵심 요인입니다.

 

불칸란트 슈타이어마르크 위치.
불칸란트 슈타이어마르크 위치.
불칸란트 슈타이어마르크 세부 지도.
불칸란트 슈타이어마르크 세부 지도.

불칸란트를 대표하는 가장 매력적이고 역사적인 품종은 트라미너(Traminer)입니다. 특히 클뢰흐 마을 주변에서 집중적으로 재배되는 트라미너는 화산재 토양의 영향을 받아 화려한 장미 향과 향신료 아로마를 뿜어내면서도, 입안에서는 처지지 않고 팽팽하게 튀는 섬세한 산미로 균형을 잡습니다. 오스트리아 와인의 원산지 통제 시스템(DAC) 등급은 게비츠바인(Gebietswein), 오르츠바인(Ortswein), 리덴바인(Riedenwein) 세 가지입니다. 특히 마을 단위 와인을 생산하는 오르츠바인은 규정상 반드시 잔당 4g/l 이하의 ‘드라이(Trocken)’ 스타일로만 만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불칸란트의 8개 오르츠바인 마을 중 클뢰흐 오르츠바인(Klöch Ortswein) DAC로 생산되는 트라미너 와인만 특별히 미디엄 드라이 스타일도 허용될 만큼, 잔당과 풍부한 질감이 이 품종의 개성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불칸란트 슈타이어마르크 와인 페어링 메뉴 생선찜.
불칸란트 슈타이어마르크 와인 페어링 메뉴 생선찜.

소비뇽 블랑도 불칸란트를 대표합니다. 인근 쥐트슈타이어마르크의 소비뇽 블랑이 화사한 과일 향 중심이라면, 불칸란트의 소비뇽 블랑은 스모키한 부싯돌 향과 젖은 돌, 구스베리 풍미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지며 압도적인 구조감과 긴 여운을 자랑합니다.

 

소비뇽 블랑은 가볍거나 중간 정도 질감의 생선 요리, 채소 요리, 아스파라거스, 파스타와 훌륭한 궁합을 이루고, 그라우부르군더는 풍미가 강한 해산물 요리는 물론 붉은 곰팡이균으로 숙성시킨 연질 치즈와도 잘 어울립니다. 과일 풍미가 달콤하게 느껴지는 트라미너 역시 치즈와 좋은 조화를 이루며, 잔당과 풍부한 질감 덕분에 매운맛과 향신료가 강렬한 아시아 요리의 자극을 부드럽게 완충해 특별한 미식 경험을 선사합니다.

 

베스트슈타이어마르크.
베스트슈타이어마르크.

▶베스트슈타이어마르크(Weststeiermark·655ha)

 

슈타이어마르크에서 가장 작은 와인 산지이지만 포도 재배의 역사는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일리리아인, 켈트족, 로마인이 차례로 이 땅에서 포도를 길렀습니다. 포도밭은 알프스산맥의 동쪽 끝자락인 코랄페(Koralpe)와 라이니슈코겔(Reinischkogel) 산기슭을 따라 길고 좁게 이어지며, 해발 최고 600m까지 올라가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고도가 높은 산지 가운데 하나로 꼽힙니다. 남쪽으로는 슬로베니아 국경을 향해 뻗어 있습니다. 이 독특한 지형은 낮 동안 상당한 온기를 머금으면서도 거센 바람으로부터 포도나무를 보호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토양은 석회질이 없는 고대 편마암(gneiss)과 운모편암(mica schist)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척박한 암석질 토양은 와인에 날카롭고 역동적인 미네랄과 긴 여운을 새겨 넣습니다.

 

베스트슈타이어마르크 위치.
베스트슈타이어마르크 위치.
베스트슈타이어마르크 상세 지도.
베스트슈타이어마르크 상세 지도. 

전 세계에서 가장 개성이 뚜렷하고 독특한 전통 로제 와인, 실허(Schilcher)가 생산되는 유일한 곳으로 ‘실허란트(Schilcherland)’로 불립니다. 이 실허는 포도밭 대부분을 차지하는 토착 레드 품종 블라우어 빌트바허(Blauer Wildbacher)로 만듭니다. 과거에는 거칠고 강한 산미를 지닌 소박한 컨트리 와인으로 여겨졌지만, 열정적인 생산자들의 꾸준한 품질 개선을 거쳐 오늘날에는 딸기에서 라즈베리에 이르는 붉은 베리류의 풍미와 상쾌하고 활기찬 산미를 지닌 개성 있는 와인으로 재평가받고 있습니다. 찌릿하고 날카로운 산미와 야생 베리 향, 강한 미네랄 풍미가 어우러진 실허는 현지에서 높은 산도 덕분에 식전주로 즐기거나 기름진 돼지고기 요리와 곁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베스트슈타이어마르크 로제 와인 페어링 메뉴 오스트리아 전통 프라이드 치킨요리 백핸들(Backhendl).
베스트슈타이어마르크 로제 와인 페어링 메뉴 오스트리아 전통 프라이드 치킨요리 백핸들(Backhendl).

의무적으로 100% 손 수확하며, 마을 이름을 라벨에 표기하는 오르츠바인 등급 마을은 리기스트(Ligist), 슈타인츠(Stainz), 도이칠란츠베르크(Deutschlandsberg), 아이비스발트(Eibiswald) 4곳입니다. 벨시리슬링, 모리용(샤르도네), 피노 블랑도 재배합니다. 블라우어 빌트바허로 만드는 스파클링 와인과 스위트 와인도 생산되는데, 이 경우 원산지 명칭은 ‘슈타이어마르크’로 표기합니다.

 

실허는 슈타이어마르크식 프라이드치킨과도 이상적인 궁합을 이룹니다. 바삭한 튀김옷이 실허의 강렬한 산미와 풍부한 과일 풍미를 한층 더 돋보이게 합니다. 인도식 양고기 비리야니, 스시, 연어와 연어알, 정어리와도 좋은 조화를 이룹니다.

 

빈.
빈.
빈 위치.
빈 위치.

◆빈(Wien)

 

빈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도시 경계 내에 경제적으로 의미 있는 대규모 상업적 포도밭을 보유한 수도이자 와인 산지입니다. 빈을 가장 잘 보여주는 와인은 빈너 게미슈터 자츠(Wiener Gemischter Satz)입니다. 이 와인은 한 포도밭에 서로 다른 화이트 품종을 함께 심어 같은 날 한꺼번에 수확하고, 한 탱크에서 동시에 압착·발효시키는 필드 블렌드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그뤼너 펠트리너, 리슬링, 바이스부르군더, 샤르도네 등이 주로 어우러지는데, 품종마다 익는 속도가 다르다 보니 덜 익은 포도의 산뜻한 산미와 잘 익은 포도의 풍부한 당도가 자연스럽게 균형을 이루며 복합적인 풍미를 만들어냅니다. 덕분에 2008년 빈너 게미슈터 자츠는 슬로 푸드의 ‘맛의 방주(Ark of Taste)’에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식품으로 등재됐습니다.

 

빈 세부 지도.
빈 세부 지도.
빈 와인 페어링 메뉴 오스트리아식 전통 미트볼 플라이슐라베를른(Fleischlaberln).
빈 와인 페어링 메뉴 오스트리아식 전통 미트볼 플라이슐라베를른(Fleischlaberln).

빈너 게미슈터 자츠 DAC 규정에 따르면, 빈 시내의 하나의 포도밭에는 최소 3개의 화이트 품종을 함께 심어야 하며, 가장 많이 재배되는 한 품종의 비율은 50%를 초과할 수 없습니다. 세 번째로 많이 재배되는 품종은 최소 10%를 차지해야 라벨에 이 명칭을 쓸 수 있습니다.

 

신선하고 캐주얼한 스타일의 게미슈터 자츠는 햄과 치즈를 곁들인 차가운 플래터, 고기 패티, 바삭하게 구운 돼지고기처럼 소박한 선술집 음식과 잘 어울립니다. 반면 최고급 생산자가 만드는 우아한 스타일은 세련된 요리는 물론 아시아 음식이나 지중해식 요리와도 훌륭한 조화를 이루며 뜻밖의 격을 보여줍니다.

 

◆베르크란트(Bergland)

 

알프스 산악 지대의 소규모 산지들도 있습니다. 오버외스터라이히(91ha)·잘츠부르크(0.19ha)·티롤(16ha)·포어아를베르크(10ha)·케른텐(125ha) 등 알프스 산악 연방주에 흩어진 극소규모 포도밭을 묶어 부르는 명칭입니다. 규모는 미미하지만 오스트리아 와인 지형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산지입니다.

 

〈‘알프스 숨은 보석’ 오스트리아 와인 매력탐구 ⑦에서 계속〉

 

최현태 기자는 국제공인와인전문가 과정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3 Advanced, 프랑스와인전문가 과정 FWS(French Wine Scholar), 부르고뉴와인 마스터 프로그램, 뉴질랜드와인전문가 과정, 캘리포니아와인전문가 과정 캡스톤(Capstone) 레벨1&2를 취득한 와인전문가입니다. 2018년부터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Concours Mondial De Bruxelles) 심사위원, 2017년부터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소펙사 코리아 한국소믈리에대회 심사위원도 역임했습니다. 독일 ProWein, 이탈리아 Vinitaly 등 다양한 와인 엑스포를 취재하며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미국, 호주, 독일, 체코, 스위스, 조지아, 아르메니아,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토대로 독자에게 알찬 와인 정보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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