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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만 잘한 줄 알았더니…강동원·컴버배치의 ‘핏줄 속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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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유나 인턴기자 sonyu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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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노예주 후손이라는 그늘…행동으로 증명한 진심
‘1987’ 이한열과 ‘노예 12년’의 농장주…강동원·컴버배치의 속죄하는 법

혈통은 선택할 수 없지만, 역사를 대하는 태도는 선택할 수 있다. 조상의 역사적 과오 앞에 고개를 숙이고 행동으로 진정성을 증명해 나가는 스타들이 있다. 친일파와 흑인 노예 농장주의 후손이라는 그늘을 외면하지 않고 작품과 실천으로 속죄의 길을 걸어가는 배우 강동원과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배우 강동원과 고(故)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고(故) 배은심 여사. 영화 ‘노예 12년’ 스틸컷 속 배우 추이텔 에지오포(왼쪽)와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 이한열기념사업회·판씨네마 제공
배우 강동원과 고(故)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고(故) 배은심 여사. 영화 ‘노예 12년’ 스틸컷 속 배우 추이텔 에지오포(왼쪽)와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 이한열기념사업회·판씨네마 제공

◆ 민주화운동가 유가족도 마음 연 강동원의 진정성

 

배우 강동원의 외증조부 이종만은 일본군에 전쟁 자금을 헌납해 2009년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된 인물이다. 다만 강동원의 외증조모는 구포 만세운동의 주역인 독립운동가 노원필 선생의 손녀이기도 하다.

 

2017년 3월 강동원은 선대의 친일 논란에 대해 소속사를 통해 “외증조부와 관련해 물의를 일으킨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이번 일을 통해 역사에 대해 더욱 공부하고 반성해나가겠다. 아울러 미약하게나마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실천하겠다”고 사과문을 게시했다. 

 

강동원의 반성과 다짐은 말에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이어졌다. 1987년 6월 항쟁의 기폭제가 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다룬 영화 ‘1987’의 고(故) 이한열 열사 역을 맡았다. 특히 영화 제작이 확정되기 전부터 “폐가 되지 않는다면 참여하고 싶다”고 관심을 보이며 가장 먼저 합류한 배우로 알려졌다.

 

당시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여파로 영화 제작이 무산될 위기에 처할 정도로 조심스러운 상황에서 강동원의 행동은 영화 제작에 물꼬를 터줬다. 영화를 연출한 장준환 감독은 “‘저예산 영화로 해야 하나’는 고민을 하고 있던 시기에 강동원이 최초로 (동참해) ‘1987’을 시작하게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이한열기념사업회’ 역시 2018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강동원은 작은, 그러나 태산만큼 큰 용기를 내줬다”며 “배우로서 불이익을 감수할 각오로 가장 먼저 달려와 배역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강동원이 이한열기념사업회에 2억원을 익명 기부한 사실도 뒤늦게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뿐만 아니라 강동원은 이한열 열사의 기념관과 묘소, 생가 등을 수차례 들렀고 촬영 전후로 유가족을 찾아가 만났다.

 

친일파 후손 논란 속에서도 보여준 그의 진정성에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고(故) 배은심 여사는 “본인(강동원)이 성실하게 잘 살아왔고 열심히 하겠다고 하니 전혀 문제가 안 된다”며 “아들 역할을 맡았으니 이제는 내 아들이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2022년 강동원은 배은심 여사가 별세하자 빈소를 찾아 애도하기도 했다. 

 

영화 ‘노예 12년’ 스틸컷. 농장주 윌리엄 포드를 연기한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왼쪽)와 12년 동안 억울하게 노예살이를 한 솔로몬 노섭 역을 맡은 배우 추이텔 에지오포. 판씨네마 제공
영화 ‘노예 12년’ 스틸컷. 농장주 윌리엄 포드를 연기한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왼쪽)와 12년 동안 억울하게 노예살이를 한 솔로몬 노섭 역을 맡은 배우 추이텔 에지오포. 판씨네마 제공

 

◆ 본명 지키며 작품으로 속죄한 베네딕트 컴버배치

 

해외에서 선조의 과오에 정면으로 맞선 스타가 있다. 영화 ‘닥터스트레인지’와 BBC 드라마 ‘셜록’으로 유명한 영국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조상은 과거 영국 식민지였던 바베이도스에서 대규모 사탕수수 농장을 운영하며 농장에 흑인 노예들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반성은 ‘이름’에서부터 시작했다. ‘컴버배치’라는 성은 흔치 않은 데다 과거 노예농장을 소유했던 가문으로 유명했다. 이에 그의 어머니는 노예 후손들의 배상 청구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본명을 사용하지 않기를 권유했다. 실제로 배우였던 양친도 모두 예명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외면하지 않고 본명으로 나서는 정공법을 택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작품을 통해 과거사에 대해 속죄하고자 했다. 그는 영화 ‘어메이징 그레이스(2006)’에서 노예 제도 폐지에 공감하는 윌리엄 피트 전 영국 총리를 연기했다. 이어 2014년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노예 12년(2014)’에서는 윌리엄 포드 역을 맡았다. 농장주이자 노예 소유주인 윌리엄 포드는 다른 노예주들에 비해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지만, 결국 금전 문제로 인해 노예제에 타협하고 방관하는 한계를 보인다. 

 

2007년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영화 ‘어메이징 그레이스’에서의 출연을 언급하며 “작품을 통해 뭔가 잘못된 걸 바로잡으려고 했던 것 같다”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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