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유족의 혼란·상심에 죄송”
국립중앙박물관이 독립운동가 글씨로 소개한 작품 속 ‘서명’이 친일 행위자의 또 다른 이름일 가능성이 제기돼, 박물관이 해당 작품을 철수하고 전문가 검증에 들어갔다.
13일 국립중앙박물관에 따르면 전날 유홍준 관장 명의 사과문에서 박물관은 “외부 인사로부터 작품에 서명된 박원근이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탄받은 박중양의 또 다른 이름일 가능성이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유물을 철수하고 전문가들의 정확한 검증을 받고 있다”며 “전시품 검증 절차가 미흡했음을 반성하고, 유물의 내력을 다각도로 교차 검증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선조의 유물로 알고 예를 올렸던 애국지사 박원근 유가족분들이 겪으셨을 혼란과 상심에 죄송스러운 마음을 전한다”며 “다시 한번 관람객과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했다.
2019년 한 미술품 경매에 애국지사 박원근의 유묵으로 출품됐고, 선인들의 깊은 생각을 관람객들에게 알리고자 전시하게 됐다는 게 박물관의 설명이다.
문제가 된 유물은 지난달 개막한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에서 박물관이 선보인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 유묵이다. 유묵은 생전에 남긴 글씨나 그림을 뜻한다.
글은 임진왜란 당시 의승병을 일으켜 참전한 영규대사(?~1592)의 ‘한 그릇의 밥도 다 나라의 은혜다’라는 말을 담았다.
박물관은 충북 보은 출신의 박원근 지사의 글로 소개했고, 이를 뒤늦게 알게 된 가족이 전시실에서 무릎 꿇고 흐느껴 우는 사진이 공개돼 주목받았다.
일부 언론에서는 ‘국중박이 찾아준 독립운동가 아버지의 흔적’ 등 표현으로 이들의 사연을 조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작품의 박원근이라는 이름이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탄받은 ‘박중양(1874∼1959)’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제보가 박물관에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중양은 일제강점기 중추원 참의, 황해도지사, 충북도지사, 일본제국의회 귀족원 칙선의원 등을 지냈으며 1919년 3·1운동 진압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운영하는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박중양을 두고 “1935년 판 ‘조선공로자명감(朝鮮功勞者銘鑑)’에 의하면 일본 제국주의의 조선 식민 통치 25년간 최고의 공로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평가받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박물관이 작품 서명과 인물, 소장 경위 등을 충분히 검증하지 않은 채 기존 경매 기록을 그대로 수용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다만, 일부에서는 작품 필자가 박중양으로 확정된 게 아닌 만큼 검증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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