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이하(U-17) 여자배구 대표팀의 기세가 무섭다. 조별리그를 5전 전승으로 통과했던 U-17 여자배구 대표팀이 필리핀을 꺾고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코트 위에서는 한없이 엄하게 기본기를 강조하지만, 코트 밖에서는 선수들을 다독이며 멘탈을 관리하는 이승여 감독의 ‘엄마 리더십’이 연승 행진의 또 다른 원동력이다
이승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3일(이하 한국시간) 칠레의 로스 안데스에서 열린 2026 국제배구연맹(FIVB) U-17 세계선수권 16강전에서 필리핀에 세트 스코어 3-0(25-21 25-18 25-14) 완승을 거뒀다.
조별리그 D조에서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이탈리아를 포함해 모두 4세트 이내에 꺾어내 승점 15로 조 1위로 16강에 올랐던 한국은 이날도 무실세트 승리를 통해 8강에 올랐다.
이제 한국은 장소를 칠레의 수도인 산티아고로 이동해 15일 오전 9시에 지난해 유럽선수권 준우승을 차지한 강호 튀르키예와 4강행 티켓을 놓고 한 판 승부를 벌인다. 튀르키예는 이날 일본을 3-0으로 꺾고 8강에 올랐다.
이날도 세터 이서인(선명여고)의 물오른 경기 운영 아래 양 날개 삼각편대의 활약이 돋보였다. 지난해 U-16 아시아선수권 MVP에 오르며 ‘리틀 김연경’이란 별명을 얻은 아웃사이드 히터 손서연(선명여고)가 블로킹과 서브 득점을 3개씩 곁들여 19점을 퍼부으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손서연은 6경기 116점으로 라이니 몬데시(133점·도미니카 공화국)에 이어 이 대회 득점 부문 2위에 올라있다. 여기에 어민서(한봄고·15점)와 장수인(경남여고·10점)도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손서연의 뒤를 든든히 받쳤다. 주전 중 유일하게 중학생인 미들 블로커 최민주(경해여중)도 블로킹 2개 포함 7점을 올리며 코트 가운데를 지켰다.
이승여 감독은 사상 첫 출전한 이번 U-17 세계선수권에서의 승승장구 비결로 “지난해 U-16 아시아선수권을 통해 상대들이 (손)서연이에 대한 집중 분석과 견제가 많아질 것을 예상해 서연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어)민서와 (장)수인이를 비롯해 미들 블로커들의 공격 비중을 늘렸다”고 밝힌 바 있다.
조별리그 내내 코트 위에서 다양한 세리머니로 밝은 에너지를 자랑했던 한국 선수들은 이날도 해맑은 웃음과 손흥민(LAFC)의 ‘찰칵 세리머니’ 등을 선보였다. 이승여 감독은 “세리머니가 지난해 U-16 아시아선수권 때와 많이 달라졌다. 선수들이 세리머니 연습도 열심히 하고 있어서 ‘세리머니 연습도 좋지만, 운동을 더 열심히 하자’고 말할 정도”라면서 “그래도 그런 밝은 분위기가 코트 위에서 나오고 있어 적극 장려하고 있다. 주변에서 ‘세리머니 하느라 체력 떨어지는 것 아니냐’라고 하지만,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평소에 강한 체력 훈련을 해왔기 때문에 체력은 자신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역만리 타지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에겐 밥심이 중요한 법. 두 아들을 야구 선수로 키워냈던 이승여 감독이기에 누구보다 그 중요성을 알고 한식을 부족함 없이 선수들에게 먹이고 있다. 그는 “햇반과 누룽지, 젓갈 등 한식을 많이 싸왔다. 지금까지는 한식이 떨어질 걱정은 없었다”면서 “이제 8강부터는 수도인 산티아고로 넘어가는데, 한식당이 딱 한 곳이었던 로스 안데스에 비해 산티아고에는 한식당이 많아서 더 맛있는 음식을 먹일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답했다.
댓글이나 언론 보도 등 주변의 자극에 민감할 수 있는 어린 선수들의 멘탈 관리를 위해 이승여 감독은 휴대폰을 다 걷었다. 그는 “우리에 대해 호평일색이긴 해도 어린 선수들이다보니 너무 ‘업’되면 경기력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마지막 기쁨을 누리기 위해 잠시만 참자고 합의 하에 휴대폰을 걷었다. 부모님들 걱정 많으실텐데, 우리 선수들 잘 하고 있으니 걱정마시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U-16 아시아선수권을 제패한 뒤 이승여 감독은 U-17 세계선수권 목표를 4강으로 잡은 바 있다. 이에 대해 이승여 감독은 “첫 경기 푸에르토리코전을 해보니 쉽지 않겠다 싶었는데, 조별리그를 5전 전승으로 통과한 뒤엔 4강으로 다시 목표를 잡아도 되겠다 싶다. ‘원팀’으로 뭉쳐 정신력을 발휘한다면 충분히 4강 이상 성적도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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