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고객에게만 수건과 비누 요금을 따로 받는 일부 목욕탕의 영업 방식이 평등권을 침해하는 성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업주는 ‘낮은 회수율’을 주장했지만 보증금 등 다른 대안이 있다는 게 인권위 판단이다.
13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여성 진정인 A씨가 제기한 목욕장 업소의 차별 시정 요구를 받아들여 해당 관행의 개선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9월 경북 지역의 한 목욕탕을 방문했다가 남녀 고객 간 서비스 차이를 겪고 진정을 제기했다.
그는 남성 고객은 수건과 비누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었지만 여성 고객은 수건 1장에 500원, 일회용 비누 1개에 700원을 별도로 지불해야 하는 걸 알게 됐다.
A씨는 이러한 요금 부과가 명백한 성차별적 운영이라고 지적했다.
◆ “수건 분실 많아 불가피” 업주 해명과 실태 조사
하지만 목욕탕 업주 측은 영업 손실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여탕 고객들에게 지급한 수건이 분실되는 사례가 잦아 비품 재구매 비용이 발생한다는 이유였다.
특히 업주는 비품을 무상으로 제공할 법적 의무가 없으며 전국의 상당수 업소도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 중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가 해당 지역을 조사한 결과 관내 27개 업소 중 22곳이 여성 고객에게만 수건 1장당 평균 500원의 요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 내 목욕탕 대다수가 여성에게만 추가 비용을 청구하는 관행을 유지하고 있던 셈이다.
◆ 인권위 “일반화에 근거한 차별…대안 마련해야”
인권위는 이러한 영업 방침이 타당하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
설령 여탕의 비품 회수율이 상대적으로 낮더라도 일부의 잘못을 이유로 여성 고객 전체에게 추가 비용을 부담시키는 행위는 성별에 관한 고정관념과 성급한 일반화에 근거한 부당한 차별이라는 것이다.
인권위는 또 영업 손실을 방지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도 함께 제시했다.
비품 도난을 막으려면 수건 대여 시 보증금을 부과하거나 시설 내부에 부착형 공용 비누를 비치하는 방식 등을 도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해당 업주에게 차별적 영업 관행을 시정할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인 시장에게도 관내 동종 업소에서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행정지도를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 목욕장업계의 남녀 비품 차등 지급
한편 목욕장업계의 남녀 비품 차등 지급 논란은 과거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온 이슈다.
공중위생관리법 제4조에 따르면 공중위생영업자는 이용자에게 건강상 위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위생관리 의무를 지지만 무료 비품 제공 여부는 개별 업소의 재량이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법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을 이유로 상업시설 이용에 불리한 대우를 하는 것을 평등권 침해로 규정한다.
이번 인권위 권고 역시 개별 업주의 영업권 및 재산권 보호보다 성별에 기반한 비용 전가가 가져오는 사회적 차별 해악이 더 크다는 점을 명확히 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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