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의무 몰랐거나 ‘적발 없다’ 밝혀
통합적으로 정해진 형식·체계도 없어
예방 효과·경각심 부여 취지 사라져
‘국민 혈세’로 지급하는 국고보조금 부정 사용 시 심의를 통해 중앙 부처의 홈페이지에 명단을 공개해야 하지만 상당수 부처가 이를 운영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부처는 명단 공개 의무에 대해 몰랐다고 했고, 일부는 보조금 부정수급 업체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보조금 부정수급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투명한 정보공개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세계일보가 중앙정부 부처의 19곳의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이 중 5곳(고용노동부, 농림축산식품부, 문화체육관광부, 성평등가족부, 보건복지부)에서만 ‘보조금 부정수급 명단 공표’ 전용 메뉴와 명단을 찾을 수 있었다. 이조차도 일부 부처는 부정수급 페이지를 따로 운영하는 반면 일부는 공지로 운영해 검색창에 정확한 명칭을 입력하지 않으면 부정수급 업체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부처 간 통일성이 없어 법 처분의 예방적 효과나 경각심 부여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제36조의2(부정수급자의 명단 공표 등)에 따르면 중앙 관서의 장은 보조금 부정수급자에 대해 명단공개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인적사항 및 부정수급 사실 등을 공표할 의무가 있다. 구체적으로 △부정수령으로 인해 반환명령을 받은 금액의 합계액이 1000만원 이상 △보조금 유용으로 인해 반환명령을 받은 금액의 합계액이 2000만원 이상 △최근 3년 이내에 2회 이상 반환명령을 받고 그 합계액이 300만원 이상인 경우가 공표 대상에 해당한다.
하지만 상당수 중앙 부처는 부정수급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었다.
부정수급이 이뤄져도 소극적인 공개가 이뤄지거나 명단 공개 의무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정부 부처 관계자는 명단 공표 누락과 관련해 “명단 공표를 좀 놓치고 있었던 것 같다”며 “3월31일 공표하도록 돼 있는 만큼 내년부터는 잘 공표할 수 있도록 챙기겠다”고 밝혔다. 다른 부처 관계자는 “부처에 따라 보조금 사업 규모가 미미하거나 없어 명단 공개가 필요치 않은 경우가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부처 관계자는 “보조금 사업 규모가 미미해 발생 시 공지 등을 통해 공개한다”고 했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보조금 부정수급 명단 공표는 각 부처가 해야 하는 사안으로, 통합적으로 정해진 형식이나 체계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보조금 부정수급이 없는 부처도 있을 수 있다”며 “특정 부처에 부정수급이 몰리는 경우도 있는데 일부 부처만 공개하는 것을 보면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는 부처도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예산처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총 부정수급 건수는 992건, 667억7000만원 규모다. 이는 전년 630건(493억원) 대비 약 1.6배 증가했다. 적발 건수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분야별 부정수급 적발 규모는 농림수산(201억6000만원·66건), 환경(154억6000만원·84건), 문화 및 관광(140억6000만원·134건), 산업·중소기업 및 에너지(131억3000만원·621건), 사회복지(9억9000만원·38건), 국토 및 지역개발(6억9000만원·17건) 등의 순으로 컸다. 이들 분야의 주관이 되는 부처 상당수가 홈페이지를 통해 부정수급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서 부정수급자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민주 정부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투명성’”이라며 “정부의 모든 정보를 전문가를 포함한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상호 검증할 수 있고 문제를 더 효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같은 차원에서 부정수급자 명단 공개도 통일성 있게 투명히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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