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담 시설 노인 맞춤형 필요성
본부단위, 예산·조직 확대 한계
청으로 독립·승격하는 案 추진
노인 수용자 대다수 고혈압·당뇨
의료비 부담 교도소에 고스란히
인력 부족 업무 가중… 대책 시급
고령죄수에 교화 의미 무엇인지
자립·관계형성 능력 유지 더 중요
중증은 치료·요양시설로 이동을
승영근 교정미래혁신단장
승영근 법무부 교정본부 교정미래혁신단장은 최근 정부과천청사에서 세계일보와 만나 “65세 이상 수용자가 현재 10%에 가까운 비율이고 지속해서 상승하는 추세”라며 “초과밀 상태에서 노인 수형자를 처우하는 것은 교정 현장에서 분명한 부담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승 단장은 이에 따라 노인 수용자를 한곳에 모아 교육·의료·상담 등 맞춤형 처우를 제공하는 전담 시설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봤다. 교정본부는 현재 4곳인 노인 전담 교정시설을 6곳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방안이 확정될 경우 전국 40개 교도소 중 일부를 전담 교정시설로 추가 전환하게 된다. 다만 노인만으로 교도소 전체를 구성하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승 단장은 “마약 전담 교정시설도 마약수만 있는 것은 아니고 전담 수용동을 운영한다”며 “한곳에 모아놓아야 교육이나 여러 가지 면에서 편리하고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시설 자체의 개선도 필요하다. 승 단장은 “노인들이 거동이 불편하기 때문에 가급적 1층에 수용 거실을 두려고 한다”면서, 저상형 수용동과 휠체어 이동시설 등을 갖추려면 “예산 측면에서도 지원이 많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이를 뒷받침할 예산과 조직이다. 승 단장은 “전담 시설을 지으려면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한데, 현재 교정본부 체제에서는 법무부 내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정본부가 법무부 외청이 아닌 본부 단위로 운영되면서 예산과 조직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올해 6월 교정본부 산하에 교정미래혁신단을 신설한 바 있다. 교정 행정 현안에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조직 혁신 논의를 전담하기 위해서다. 혁신단은 교정 조직 개편 방안 중 하나로 교정본부를 외청인 교정청으로 독립·승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 교정청 신설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돼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6개월 이내 교정청이 출범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달 28일 교정청 신설에 따른 비용으로 연평균 36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계했다. 교정본부는 새만금개발청 등 다른 외청의 독립 사례를 찾아 조직 구성과 운영 노하우를 살펴보는 식으로 교정청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승 단장은 교정청이 신설되면 노인 수용자를 비롯한 특별보호 수용자에 대한 예산·인력·시설을 보다 체계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승 단장은 고령 수용자에 대한 처우가 출소 이후까지 이어져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승 단장은 “재범을 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수용자들은 결국 사회로 돌아가야 한다”며 지방자치단체와 보건복지부 등과 연계해 요양·교육 등 지역의 인프라를 활용한 재사회화 프로그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프로그램을 만들어 놓더라도 본인들이 원치 않아서 가지 않으면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며 출소자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승철 간호계장
“노역수형자가 내야 할 벌금은 200만원인데, 그 노역수형자의 병원비로 교정당국이 쓰는 비용이 3000만원이라면 뭔가 잘못된 거잖아요.”
교도소 내 고령화로 가장 직접적인 부담이 늘어난 이들은 교정 현장의 직원들이다. 일선에서 교정 직원들이 느끼는 문제점은 무엇일까. 6월26일 취재팀과 만난 한승철 서울남부교도소 간호계장은 노역장 유치 제도의 불균형부터 짚었다. 노역수형자는 벌금을 내지 못해 노역장에 유치된 사람들이다. 한 계장은 “노역수형자 가운데 노숙인이 많은데, 이들은 건강 상태가 좋지 않고 돈은 없다”고 말했다. 숫자는 적지만 비용은 집중적으로 든다는 것이다. “노역수형자 10명과 일반 수용자 10명을 견주면 노역수형자 쪽 비용이 훨씬 크다”는 게 한 계장의 진단이다.
현행법상 노역장 유치의 집행정지는 징역형과 마찬가지로 검사가 판단한다. 노역의 경우에 한해서만이라도 교도소가 집행정지를 결정할 수 있게 하자고 제안했다. 늙고 병들어서 실질적으로 노역이 불가능한 수용자들을 교정시설에 가둬두기만 하는 것은 사회적 비용만 발생시킨다는 의미다.
한 계장은 간호사 출신이다. 병원에서 5년을 근무한 뒤 16년째 교도소에서 일하고 있다. 남부교도소에 머문 지는 4년이 지났다. 최근 몇 년 사이 교도소 내 고령화 현상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노인 수용자들은 기본적으로 고혈압·당뇨·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 시간에 맞춰서 수용자마다 투약도 챙겨야 한다. 암이나 치매, 거동 장애 등으로 집중 관리가 필요한 이들도 있다.
인력은 수요를 못 따라간다. 한 계장은 “수용자는 늘어나고, 평균 연령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며 “정신질환 관리, 투석환자 관리 등 각종 정책이 늘어나면서 업무는 가중되고 있다”고 짚었다. 혈압과 혈당은 기본적으로 매달 한 번씩 재지만, 수용자의 건강 상태에 따라 수시로 측정해야 해 실제 부담은 더 크다.
그는 “교도소 내에서는 의료 서비스가 전액 무료이다 보니 수요는 폭발하게 돼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의료 서비스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고령화로 중증 환자는 계속 느는데, 외부 진료나 입원 인원의 상한은 정해져 있다. 제때 병원에 가지 못해 병세가 깊어지는 경우가 생기고, 그 책임은 현장 직원들에게 돌아간다.
노인 수용자들의 의료 비용은 결국 교도소에 전가된다. 한 계장은 “웬만하면 외부 병원 진료를 받으러 갈 때 자비로 부담하라고 하지만, 정말 치료가 필요한데 돈이 없으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병원비를 낼 사람이 없으니 결국 국가가 떠안는 구조다.
한 계장은 근본적으로 교정당국의 인적·물적 지원이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적 이슈에 맞춰서 새 정책들은 끊임없이 나오는데, 지원은 없고 정책들만 쌓이다 보면 서비스의 질이 저하된다”며 “어떻게 대안을 마련할 것인지 사회적으로 같이 고민을 해봐야 하는 문제인 것 같다”고 밝혔다.
김대근 형사법무정책硏 연구위원
교도소 내 고령화를 두고 나오는 대책은 대체로 비슷하다. 노인 전담 시설을 짓고, 의료진을 늘리며, 노인 맞춤형 작업과 교육 프로그램을 새로 짜자는 내용이다. 이보다 선행돼야 할 논의가 있다. 무엇을 얼마나 늘릴지 정하려면, 교도소에 갇힌 노인이 어떤 사람들이고 이들에게 형벌은 무슨 의미인지부터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 두 가지 물음을 갖고 노인 수용자를 바라본다. 법사회학을 전공한 그는 지난해 전국 5개 교정시설에서 사형확정자·무기징역자 40명가량을 만나 수형 실태를 조사했다. 지난 6월에는 취재팀과 함께 경북 경주교도소와 서울남부교도소를 방문해 수용자들의 고령화 현상도 확인했다.
지난달 20일 서울 서초구 연구원 사무실에서 진행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 연구위원은 노인 수용자에게 교도소는 모순적인 공간이라고 봤다. 형집행법 1조는 형 집행의 목적을 교정교화와 건전한 사회복귀로 규정하고 있다. 그는 “이 조문이 전제하는 인간상은 돌아갈 사회가 있고, 새로 배울 수 있으며, 남은 생애가 충분히 긴 수형자”라고 해석했다. 노인 수용자 대부분은 위 세 가지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법이 규정한 교화의 개념을 우리 사회가 다시 고민해야 할 이유라고 김 연구위원은 부연했다.
그는 장기수를 연구하면서 교화 목표를 바꿔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인성교육과 같은 정규 프로그램은 형식적으로만 진행되는 문제가 있었다. 오히려 ‘작업’처럼 일상적인 활동에서 장기수들은 충동을 억누르고 관계를 회복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가 말하는 교화는 단순히 사람을 바로잡아 사회로 돌려보내는 일이 아니다. 특히 노인 수용자에게는 스스로 생활하고 남과 관계 맺는 능력을 잃지 않게 하는 것이 먼저라고 했다.
김 연구위원은 자유형(징역, 금고, 구류)의 의미도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형법상 자유형은 이동과 선택의 자유를 빼앗는다. 다시 말해 스스로 생활하고 자기 삶을 꾸릴 능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자유형은 의미가 있다. 김 연구위원은 “노화와 질병으로 이미 상당 부분 자율성을 상실한 고령자들에게서 국가가 추가로 박탈하는 것은 자유가 아니라 ‘돌봄의 가능성’”이라고 꼬집었다.
치매 수용자에겐 형벌 자체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새겨들을 만하다. 형사법은 책임능력과 형벌능력을 구분한다. 범행 당시를 기준으로 삼는 책임능력과 달리, 형벌능력은 선고된 형벌을 수용자가 실제로 감내할 수 있는지 묻는다. 자신이 왜 갇혀 있는지조차 모르는 치매 수용자에게는 응보나 예방의 효과, 그 무엇도 달성할 수 없다는 의미다. 김 연구위원은 “인지능력을 잃은 노인 수형자를 치료와 요양 기능을 갖춘 시설로 옮기고 형집행정지를 실질화해야 한다”고 짚었다.
교도소 안 고령자들을 대우하는 수준이 곧 그 사회의 노인 돌봄 최저선을 의미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의 말처럼 교도소가 노인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라는 물음은, ‘우리가 어떤 사회이고자 하는가’라는 물음의 다른 표현일 수 있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얼굴 없는 작가’ 뱅크시](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8/11/128/20260811522858.jpg
)
![[데스크의 눈] 구분과 보호, 구분과 배제](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2/24/128/20260224518389.jpg
)
![[안보윤의어느날] 부서지는 사람들](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7/14/128/20260714524090.jpg
)
![[오늘의시선] 거주와 보유 사이, 보유세 열네 배](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8/11/128/20260811519935.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