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숨은 보석’ 오스트리아 와인 매력탐구 ③품종>
그뤼너 펠트리너 과실·후추향 매력
벨쉬리슬링 청사과·시트러스 돋보여
츠바이겔트는 파워풀한 대표 레드
블라우프랜키쉬는 섬세한 스파이스
오스트리아 와인 하면 그뤼너 펠트리너 품종 하나만 아는 정도에서 멈춰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잔을 몇 번만 더 옮겨보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후추 향 알싸한 화이트부터, 숲 열매 향 짙은 레드, 그리고 이름조차 낯선 토착 품종들까지 오스트리아 포도밭은 생각보다 훨씬 다채로운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도나우강을 따라 펼쳐진 니더외스터라이히의 서늘한 화이트 와인부터, 부르겐란트의 태양을 머금은 진한 레드까지, 오스트리아는 품종 하나하나가 곧 그 땅의 기후와 역사를 담은 작은 지도와 같습니다.
◆화이트 품종
▶그뤼너 펠트리너(Grüner Veltliner·1만4296ha)
신선하고 드라이한 스타일이 대중적으로 사랑받지만, 최고급 단일 포도밭에서 나오는 와인은 힘 있고 숙성 잠재력까지 갖춰 세계 최고 화이트 와인으로 평가됩니다. 과실과 후추 향이 어우러지고 산미가 조화를 이루는 이 품종 특유의 개성 덕분에, 음식과의 궁합이 가장 폭넓은 품종 중 하나로 꼽힙니다. 유전적으로 트라미너(Traminer)를 한쪽 부모로 두고 있습니다.
▶벨쉬리슬링(Welschriesling·2774ha)
청사과·시트러스·마른 건초꽃 향의 스파이시한 신선함과 생기 있는 산미가 특징이며, 매혹적인 복합미와 알싸한 아로마를 보여줍니다. 오스트리아 안에서도 스타일 스펙트럼이 넓어서, 바인피어텔에서는 산도 높은 젝트(Sekt·스파클링) 베이스 와인으로, 슈타이어마르크(Steiermark)의 전통 와인 선술집 부셴솅크(Buschenschank)에서는 묵직한 스타일 와인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또 부르겐란트에서는 이 품종이 가장 화려하게 피어나는 귀부 스위트 와인으로 완성됩니다. 체코에서는 리즐링크 블라슈스키(Ryzlink Vlašský), 슬로바키아에서는 리즐링 블라슈스키(Rizling Vlašský), 헝가리에서는 올라스리츨링(Olaszrizling), 이탈리아에서는 리슬링 이탈리코(Riesling Italico), 크로아티아에서는 그라셰비나(Graševina), 슬로베니아에서는 라슈키 리츨링(Laški Rizling)이라 불립니다.
▶치어판들러(Zierfandler·62ha)
은은한 부케에 섬세한 과실향과 견과류 같은 스파이시함이 특징이며, 단단한 바디감을 산뜻한 산미가 받쳐줍니다. 늦게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은 파워풀하고 농축미가 뛰어나 말린 과일이나 이국적 과일 향이 나며, 스위트 스타일은 뛰어난 숙성 잠재력을 지녀 세계적 수준의 화이트 와인으로 평가받습니다. 로터 펠트리너(Roter Veltliner)와 트라미너(Traminer) 계열 품종이 자연 교배해 탄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로트기플러(Rotgipfler·111ha)
미디엄 바디의 클래식 드라이 스타일부터, 더 숙성된 리저브급, 달콤한 슈페트레제(Spätlese·늦수확 스위트)까지 폭넓게 표현됩니다. 산미가 잘 녹아든 풀바디 와인으로, 병 숙성이 길어질수록 더 표현력이 풍부해지며, 치어판들러보다 좀 더 구조감이 뚜렷해 아시아 요리부터 치즈까지 까다로운 페어링 스펙트럼을 폭넓게 소화합니다. 로터 펠트리너와 트라미너의 자연 교배종입니다.
▶로터 펠트리너(Roter Veltliner·203ha)
향은 다소 절제돼 있지만 숙성 잠재력이 대단한 와인을 만들어냅니다. 높은 알코올과 진한 농축미가 특징이며, 건포도와 꿀 향, 풀바디, 생기발랄한 산미까지 지녔습니다. 노이부르거(Neuburger)·치어판들러(Zierfandler)·로트기플러(Rotgipfler)의 부모 품종 중 하나로, 수확량을 엄격하게 제한해야 좋은 품질을 얻을 수 있는 까다로운 품종입니다.
▶노이부르거(Neuburger·235ha)
완전히 익은 노이부르거는 은은하면서도 기분 좋은 향을 지녔고, 힘은 있지만 부드러운 풀바디에 조화로운 균형감을 보여줍니다. 숙성될수록 그린 너트를 연상시키는 스파이시함이 피어나며 우아한 개성을 완성합니다. 건조한 기후를 선호해 슈피처 그라벤(Spitzer Graben)이나 테르멘레기온(Thermenregion) 같은 지역에서 특히 잘 자랍니다. 로터 펠트리너와 실바너(Sylvaner)의 자연 교배로 태어났습니다.
▶비너 게미슈터 자츠(Wiener Gemischter Satz·239ha)
특정 품종 이름이 아니라 여러 화이트 품종을 한 밭에 함께 심고 함께 수확·압착·발효하는 필드 블렌드 스타일 와인을 뜻합니다. 비너 게미슈터 자츠 DAC는 더 엄격한 규정을 따르는데, 빈 지역 포도밭에 화이트 품종 3종 이상이 함께 심겨 있어야 하고 함께 수확·양조해야 하며, 어떤 단일 품종도 전체 구성비의 50%를 넘을 수 없고, 세 번째로 비중이 큰 품종도 최소 10% 이상을 차지해야 합니다.
◆레드 품종
▶츠바이겔트(Zweigelt·5940ha, 옛 이름 로트부르거·Rotburger)
오크 숙성 없이 가볍게 마시는 영 와인부터, 바리크에서 숙성한 파워풀한 스타일까지 폭넓게 만들어집니다. 카베르네 소비뇽과도 잘 어울려 훌륭한 블렌딩 파트너로 통합니다. 둥글고 벨벳 같은 질감에 체리 향과 은은한 스파이스가 특징입니다. 1922년 클로스터노이부르크(Klosterneuburg)에서 프리츠 츠바이겔트(Fritz Zweigelt) 교수가 블라우프랜키쉬(Blaufränkisch)와 상 로랑(Sankt Laurent)을 교배해 만들었고 그의 이름을 따 명명됐습니다. 1950년대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대규모 재배가 시작됐지만, 오늘날에는 오스트리아 레드 포도 재배 면적 1위 품종이 됐습니다.
▶블라우프랜키쉬(Blaufränkisch·2550ha)
늦게 익는 품종으로, 짙은 숲 열매 향과 섬세한 스파이스가 특징적인 부케를 이룹니다. 입안에서는 생기 있고 강렬하며 특유의 산미를 지니는데, 잘 만든 와인은 촘촘한 구조와 뚜렷한 타닌을 갖추고, 숙성되면서 매끄럽고 벨벳 같은 질감으로 발전합니다. 블라우에 치메트라우베(Blaue Zimmettraube, 이탈리아 프리울리에서는 즈불치나·Sbulzina로도 불림)와 바이서 호이니슈(Weißer Heunisch)의 자연 교배종으로 추정되는 오스트리아 전통 품종입니다.
▶상크트 라우렌트(Sankt Laurent·588ha)
베리류와 모렐로 체리, 자두 향의 과실 부케가 특징이며, 오랜 숙성을 거쳐야 비로소 피노 계열 특유의 클래식한 뉘앙스가 피어납니다. 부드러운 드라이함과 벨벳 같은 타닌 덕분에 브레이징한 소고기 요리나 사냥육 요리와 이상적인 궁합을 이룹니다. 피노(Pinot) 계열에서 진화한 것으로 추정되는 품종으로, 수확량이 적어 재배하기 까다로운 품종으로 통하지만, 오스트리아 와인 산업 전반의 품질 중심 흐름 덕분에 제대로 된 재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테르멘레기온(Thermenregion)에서는 정상급 와인메이커들이 이 품종에 애정을 쏟습니다. 이름은 포도가 색을 띠기 시작하는 8월 10일 성 라우렌시오(Laurentius) 축일에서 따왔습니다.
▶블라우어 빌트바허(Blauer Wildbacher·520ha)
뚜렷한 아로마와 강렬하게 조이는 산미 덕분가 돋보입니다. 편암·점판암 토양에서 자라며, 스파이시한 카시스 향과을 지녔고 숙성 잠재력도 갖췄습니다. 슈타이어마르크의 대표 로제 와인 ‘슐허(Schilcher)’를 빚는 품종으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으며, 이 밖에도 프리잔테(frizzante)부터 타닌이 단단한 레드 와인, 증류주까지 다양하게 변주됩니다. <‘알프스 숨은 보석’ 오스트리아 와인 매력탐구 ④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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