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43억원 들인 신사동 빌딩…20여년 만에 800억원대 ‘껑충’
현역 때부터 부동산 투자…은퇴 후엔 MLB 구단 지분까지 확보
1994년 4월 8일, 스무 살의 박찬호가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마운드에 처음 올랐다. 한국인 최초의 빅리거가 된 순간 그의 연봉은 10만9000달러였다. 이후 1997년 27만달러, 1998년 70만달러, 1999년 230만달러, 2000년 385만달러로 몸값이 뛰었고, 2001년에는 990만달러까지 올라섰다. 2000년 18승10패, 평균자책점 3.27을 기록하며 전성기를 달리던 시기였다. 이듬해 텍사스 레인저스와 맺은 계약은 5년 총액 6500만달러. 연평균 1300만달러에 이르는 ‘대형 계약’이었다.
박찬호가 MLB 17시즌 동안 받은 기본 연봉은 8655만6945달러(약 1226억원)다. 2003년 서울 강남구 신사동 도산대로변 토지를 매입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당시 가격을 약 73억원으로 추정한다. 이후 약 70억원을 들여 지하 4층~지상 13층 규모의 건물을 신축했다. 대지면적은 약 687.6㎡(208평)으로, 토지와 건물에 들어간 돈은 약 143억원으로 추산된다. 당시 거래가 실거래가 신고 의무화 이전에 이뤄져 정확한 매입가는 확인되지 않는다.
143억원은 당시 텍사스 계약금액의 약 18%에 해당한다. 한창 현역으로 뛰던 박찬호가 거액의 소득 일부를 강남 부동산에 투자한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산 가치도 크게 뛰었다. 2025년 업계가 추정한 해당 빌딩의 가치는 약 800억원이다. 최초 투자액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20여년 사이 5.6배 수준으로 상승했고, 평가액 기준 증가분은 약 657억원이다. 다만 800억원은 실제 거래가격이 아닌 업계 추정가이며 취득세와 금융비용, 유지·관리비를 반영하지 않은 수치다.
임대수익도 꾸준히 발생했다. 과거 공개된 자료 등에 따르면 2011년 연간 임대수익은 9억3200만원이었고, 최근에는 월 임대수익이 1억원 안팎으로 추정됐다. 월 1억원을 단순 연환산하면 연간 12억원이다. 최초 투자액 143억원과 비교하면 투자원가 대비 8%대지만, 실제 수익률은 세금과 공실·관리비 등을 고려해야 한다.
박찬호는 2010년 MLB 생활을 마친 뒤 일본프로야구와 한화 이글스를 거쳐 2012년 현역에서 은퇴했다.
그리고 2026년, 박찬호의 이름 옆에는 또 다른 거액의 숫자가 등장했다. 박찬호가 이끄는 투자 컨소시엄 ‘팀61’은 애슬레틱스에 총 7000만달러(약 992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다만 이번 투자는 박찬호 개인이 단독으로 집행하는 방식이 아니라 팀61 컨소시엄 차원에서 이뤄진다. 박찬호는 이를 통해 약 3%의 구단 지분을 확보하고 구단주 수석고문으로 참여한다. 한국인이 MLB 구단 지분을 확보하는 첫 사례이기에 상징성도 크다.
애슬레틱스는 2028년 라스베이거스로 연고지를 옮길 예정이다. 포브스가 평가한 2026년 구단가치는 20억달러(약 2조8340억원)로, 2017년 8억8000만달러(약 1조2470억원)보다 127.3% 상승했다. 2024년 12억달러(약 1조7000억원)에서 최근 2년 사이에는 66.7% 올랐다. 구단은 약 17억5000만달러(약 2조4800억원)를 투입해 3만3000석 규모의 새 구장을 건설하고 있다.
3만3000석이 모두 찬다면 정규시즌 81차례 홈경기에서 단순 좌석 기준 267만3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여기에 프리미엄 좌석과 스위트룸, 식음료, 광고, 굿즈, 주차 등 부대수익이 더해진다.
한국 야구와의 접점도 넓어지고 있다. 2026년 KBO리그 10개 구단의 평균 좌석 점유율은 86.7%로 지난해보다 4.5%포인트 상승했고, 평균 관중은 1만7996명으로 늘었다. 시즌 전체 입장 관중은 1300만명에 육박할 전망이다. 한화 98.2%, 삼성 97.1%, LG 96.7% 등 95% 이상의 좌석 점유율을 기록한 구단도 나왔다.
애슬레틱스 구단주 존 피셔와 마크 버데인 사장은 KBO를 찾아 허구연 총재와 선수 육성, 마케팅, 구장 운영 등의 교류 방안을 논의했다. 박찬호는 한국과 MLB를 잇는 ‘브릿지’ 역할을 맡아 한국 선수 발굴과 육성, 아시아 시장 확대에 힘을 보탤 계획이다.
1994년 한국인 최초의 빅리거로 미국에 건너갔던 박찬호는 이제 선수 유니폼 대신 투자자의 이름으로 MLB에 돌아왔다. 마운드에서 124승을 거둔 그의 야구 인생은 끝났지만, 돈을 굴리는 그의 ‘머니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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