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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신고도, 경찰에 직접 한 도움 요청도… 왜 아이의 죽음 막지 못했나 [심층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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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김정모 기자 race121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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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부터 학대 의심 신고… 사망 직전 직접 구조 요청까지 반복된 위험 신호
매뉴얼에 따른 조치에도 아이는 끝내 숨져… 경찰, 교회 목사·외조모 잇따라 구속

11살 남자아이는 이미 여러 차례 구조 신호를 보냈다.

 

학대가 의심된다는 신고가 있었고, 주변 사람들이 이상 징후를 발견해 신고하기도 했다. 그리고 사망하기 불과 며칠 전에는 아이 스스로 교회 밖으로 나와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지난 5일 고열과 의식저하 증세로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진 11살 남자아이가 지냈던 천안시 성거읍 소재 교회의 모습. 뉴시스
지난 5일 고열과 의식저하 증세로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진 11살 남자아이가 지냈던 천안시 성거읍 소재 교회의 모습. 뉴시스

그런데 아이는 죽었다.

 

충남 천안의 한 교회에서 생활하던 11살 남자아이가 지난 5일 고열과 탈진, 의식저하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다가 숨졌다. 경찰은 아이가 교회에서 생활하는 과정에서 학대와 방임을 당한 것으로 보고 수사에 나섰고, 교회 목사에 이어 11일 외조모까지 아동학대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수사는 이제 피의자들의 구체적인 행위와 사망 원인을 밝히는 단계로 넘어갔다.

 

하지만 이 사건은 하나의 무거운 질문을 남긴다. 아이는 이미 위험하다고 알리고 있었다. 그런데 왜 어른들과 우리 사회는 그 아이를 끝내 살리지 못했을까.

 

천안시와 경찰 등 관계기관은 신고 이후 관련 법령과 매뉴얼에 따라 현장 확인과 조사, 분리 등 필요한 조치를 추진했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의문의 핵심은 특정 기관의 잘잘못이 아니라 각 기관이 맡은 절차를 수행했는데도 왜 아이의 안전은 끝내 확보되지 않았느냐는 데 있다.

 

◇ 2021년부터 이어진 위험 신호

 

경찰과 천안시 등에 따르면 아이와 관련한 학대·방임 의심 신고는 2021년 이후 모두 4차례 접수됐다. 교육적 방임이나 외조모에 의한 학대가 의심된 신고 등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과거 신고에 대해 필요한 조사를 거쳐 종결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처음부터 아무도 아이의 위험을 몰랐던 사건은 아니었던 셈이다.

 

아동학대 대응은 경찰의 수사와 긴급조치, 지자체의 보호조치, 법원의 사법적 판단 등이 맞물려 작동하는 구조다. 천안시와 경찰 역시 이번 사건에서 관련 절차에 따라 조치했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아이는 보호받지 못한 채 숨졌다.

 

◇ 아이의 마지막 72시간…“할머니에게 맞았다”

 

사망 직전인 지난 2~3일은 이번 사건의 실체를 들여다볼 핵심 시간대다.

 

경찰 등에 따르면 아이는 이틀 연속 교회 밖으로 나와 도움을 요청했고, 자신을 도운 시민과 함께 경찰을 찾아 외조모에게 맞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일부 보도에서는 아이가 “할머니에게 맞았다”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11살 아이가 자신에게 벌어지는 일을 직접 어른들에게 알린 것이다. 경찰은 아이와 외조모를 분리하기 위한 조치를 추진하고 외조모에 대한 접근금지 임시조치를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당시 법원의 판단에는 제출된 자료와 법적 요건 등이 반영됐을 것으로 보여 현재 공개된 정보만으로 판단의 적절성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아이에 대한 보호시설 인계 논의가 진행되던 과정에서 사망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구체적인 논의 경위와 실제 보호조치 과정은 관계기관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충남 천안의 한 교회에서 생활하던 11세 외손자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치사)를 받는 외조모가 1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대전지법 천안지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충남 천안의 한 교회에서 생활하던 11세 외손자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치사)를 받는 외조모가 1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대전지법 천안지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그리고 8월 5일 밤.

 

오후 8시49분쯤 교회 측의 119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구급대는 고열과 탈진, 의식저하 상태의 아이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병원에서는 신체 일부에서 학대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확인돼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아이는 끝내 숨졌다. 불과 사흘 전까지 자신의 입으로 도움을 요청했던 아이였다.

 

◇ ‘누가 잘못했나’보다 ‘왜 보호되지 못했나’

 

현재 경찰은 교회 목사와 외조모를 상대로 실제 학대 행위와 사망과의 인과관계 등을 조사하고 있다.

 

목사에 이어 외조모까지 구속되면서 수사도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다만 구속은 수사의 시작이며,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지 피의자들의 혐의를 확정할 수는 없다.

 

형사책임과 별개로 우리 사회가 들여다봐야 할 지점은 남는다. 경찰과 천안시 등 관계기관이 각자의 절차와 매뉴얼에 따라 대응했다면, 이제는 기관별 대응을 넘어 전체 아동보호 시스템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신고가 접수됐는가, 조사가 이뤄졌는가, 법원에 보호조치를 신청했는가, 필요한 분리와 보호가 실제로 이뤄졌는가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 모든 절차의 끝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하나다. “그래서 그 아이는 안전한가.”

이번 사건은 아이가 위험 신호를 보내지 않았던 사건이 아니다. 2021년부터 학대·방임 의심 신고가 있었고, 사망 직전에는 아이가 교회 밖으로 나와 시민의 도움을 받아 경찰에 구조를 요청했다.

 

그런데 아이는 죽었다.

 

이제 필요한 것은 특정 기관이나 한두 명의 어른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는 것이 아니다. 아이를 둘러싼 가족과 보호자, 교회, 관계기관과 사회의 보호체계가 왜 마지막 순간까지 아이를 안전하게 지켜내지 못했는지를 차분하고 철저하게 확인하는 일이다. 이번 사건이 한 아이의 비극으로만 끝나지 않으려면, 위험에 놓인 아동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하는 순간부터 실제 안전한 곳에 도착할 때까지 보호의 끈을 놓지 않는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지 되짚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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