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교도소 먼저 겪은 열도
수용자 사회복귀 교도소 책무
전문인력이 입소 때 사정 파악
출소 전 복지 연계 ‘맞춤 지원’
한국은 15시간 교육이 전부
‘담장 밖 삶’ 무관심 지적 커져
사회가 늙으면 교도소도 따라 늙는다. 일본은 그 일을 먼저 겪었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고령사회(1994년), 초고령사회(2007년)에 진입했다. 일본 국민 10명 중 3명은 노인이다. 교도소 안 고령화도 그만큼 빨리 진행됐다. 2024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에서도 교도소 내 고령화 현상은 현실이 됐다.
한국 근대 행형 제도는 일제강점기 일본의 영향을 받아 형성됐다. 비슷한 시스템 아래 같은 문제를 먼저 맞닥뜨린 일본은 노인 교정의 중심을 사회정착에 뒀다. 일본에서 교도소는 이제 노인 수형자를 ‘가두는 일’을 넘어 ‘내보내는 일’까지 맡는다. 교정당국뿐 아니라 고용·복지 담당부처가 함께 이들의 사회 복귀를 돕는다.
11일 일본 법무성 교정통계에 따르면 일본 교도소 내 65세 이상 수형자(유죄 판결이 확정된 기결수)는 지난해 말 5145명으로, 전체 수형자의 15.0%였다. 고령자 비율은 5년 만에 0.9%포인트 높아졌다. 유엔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14%를 넘으면 고령사회로 분류하는데, 일본 교도소는 2020년 이미 그 단계에 접어들었다.
일본에 비하면 한국 교도소는 아직 고령화 정도가 덜하지만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법무부 교정본부는 지난달 기준 노인 수형자가 4308명으로, 전체 수형자의 9.9%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그동안의 증가 추이를 고려하면 올해 내 10%를 넘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한국 교정 역사상 처음으로 노인 수형자 비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할 수 있다.
교도소 고령화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일본이 한참 앞서 있다. 일본은 노역을 감당하기 어려운 노인 수형자가 늘자 100여년 만에 형법을 개정해 지난해 6월1일 징역형과 금고형을 ‘구금형’으로 통합한 개정 형법을 시행했다. 일본에서 형벌 종류가 바뀐 것은 1907년 형법 제정 이후 처음이다.
30년 넘게 교정 현장에서 근무하며 충남 공주교도소장, 경북 안동교도소장 등을 거친 금용명 교도소연구소장은 일본이 먼저 2006년 감옥법을 뜯어고친 이후 20년에 걸쳐 처우 프로그램을 늘려온 반면, 한국은 이 문제를 교정당국에만 맡겨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 소장은 “교정 정책만으로 노인들의 재범을 줄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日, 입소부터 사정 파악… 출소 후 맞춤 지원
취재팀이 지난 6월 서울남부교도소 앞에서 만난 출소자 이병진(가명·68)씨는 사는 곳을 묻자 “전국을 돌아다니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40년째 그렇게 살아왔다는 그를 데리러 온 사람은 없었다. 이씨가 일본 교도소에 있었다면 그의 사정은 형이 시작되는 시점부터 서류에 남았을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 경우 입소 초기부터 사회복지사가 붙어 환경 및 가족 관계를 조사하고, 돌아갈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와 연결한다.
조사로 파악한 재소자의 사정은 형기 중에 실제 자립 준비로 이어진다. ‘생활환경조정’이 대표적이다. 일본 보호관찰소는 수형자가 돌아갈 지역을 관할하는데, 사회 복귀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보호관찰소 측이 가족 등을 직접 찾아간다. 협조를 구하는 방식으로 석방 뒤 살 곳과 일할 곳도 미리 구한다. ‘범죄백서’에 따르면 2024년 이 절차가 개시된 수형자는 2만7305명이다. 같은 해 교도소를 나온 1만5040명의 1.8배 수준이다. 출소를 당장 앞둔 사람뿐 아니라 형기가 한참 남은 수형자까지 대상에 들어가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씨와 같은 출소를 앞둔 노인들을 대상으로 ‘사회복귀준비지도’란 이름의 교육도 진행된다. 짧게는 4개월에서 길게는 반년 간 교육을 진행한다. 병원 진료부터 돈 관리까지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는 기본적인 내용이 중심이다. 한국의 기초생활보장제도에 해당하는 ‘생활보호’ 지원을 신청하는 방법도 익힌다.
이씨는 복지 연계 대상으로 추려질 수도 있다. 2009년 법무성과 후생노동성이 함께 시작한 ‘특별조정’은 고령이거나 장애가 있는 수형자를 출소 전에 골라내 복지 프로그램으로 넘기는 절차다. 한국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의 역할을 한 데 맡은 후생노동성은 출소자가 우선 고령이거나 장애가 있는지, 석방 뒤 돌아갈 집이 없는지 확인한다. 복지 서비스를 받아야 할 필요가 있는지 판단한 뒤 본인 의사를 확인해 대상자를 가린다.
특별조정이 결정되면 여러 기관이 유기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교도소가 조사 내용을 보호관찰소에 넘기면, 광역자치단체 산하 지역생활정착지원센터가 출소자를 받아 줄 복지시설과 의료기관을 찾는다. 본인이 다른 지역에서 살기를 원하면 관할 지역 센터로 넘겨 지원을 이어간다.
이처럼 출소 전부터 복지·취업·주거를 연결할 수 있는 데는 법적 근거가 있다. 2006년 감옥법을 98년 만에 개정해 형사수용시설법으로 바꾸면서 다양한 처우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2023년부터는 형사수용시설법에 ‘사회복귀지원’ 규정을 새로 넣었다. 자립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출소자에게 돌아갈 곳을 확보해 주고 복지·취업·학업을 지원하는 일을 교도소의 책무로 명시한 조항이다.
◆韓, 출소자가 먼저 신청해야… 교육은 15시간
한국의 순서는 반대다. 기관이 대상자를 찾아내는 게 아니라, 본인이 먼저 신청해야 한다. 자격 요건도 현실적이지 않다. 거주할 곳이 없는 이씨는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의 주거지원부터 받기 어렵다. 공단은 해당 사업을 가족지원 프로그램으로 분류해, 부양가족이 1명 이상 있는 경우에만 신청받는다.
제도를 인지할 기회는 석방 전 교육이 거의 유일하다. 한국 법무부는 지침에 따라 형기 종료가 2개월 내외로 남은 이들에게 석방 전 교육을 진행한다. 교육은 고작 15시간 동안 이뤄진다. 그마저도 80% 이상을 이수한 경우 수료한 것으로 인정된다.
물론 한국에도 일본과 비슷한 제도가 있긴 하다. 2020년 개정된 형집행법은 교도소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석방될 수형자의 수용 이력이나 사회복귀에 관한 의견을 거주지 관할 경찰관서나 자립을 지원할 법인·개인에게 통보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다만 의무가 아니어서 통보 여부는 소장 판단에 달려 있다. 교정시설과 갱생보호기관을 잇는 절차로 보기도 어렵다.
일본은 교정시설 내 돌봄 인력도 꾸준히 늘려왔다. 오하시 사토루 일본교정협회 이사장은 지난해 한국교정학회 학술발표대회에 참가해 “일본은 2009년부터 일반 형사시설에 사회복지사를 배치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2011년에는 요양보호사, 2014년에는 요양 전문 인력을 더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상근직인 복지전문관은 형사시설 61곳에, 비상근 사회복지사는 67곳에 각각 투입됐다. 인지능력이나 신체기능이 떨어진 고령 수형자를 돕는 요양 인력도 48곳에서 근무한다.
이 같은 일련의 변화는 노인 출소자들의 재사회화를 돕는 것이 재범률을 낮추는 방법이라는 착안에서 시작됐다. 일본 법무성의 지난해 ‘재범방지추진백서’는 출소 후 거주지를 확보하는 일이 지역사회에서 안정된 생활을 하기 위한 기반이자, 재범 방지의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했다.
고령 범죄자를 특집으로 다룬 2018년 범죄백서에는 지바현 지역생활정착지원센터의 활동이 실려 있다. 출소 직후 첫 복지 수속과 병원 진료에 출소자와 센터 직원이 함께 간다. 출소자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한 달에 한 번, 다시 몇 달에 한 번으로 만남을 줄여가며 1년여에 걸쳐 지역 기관에 인계한다. 기시 게이코 지역생활정착지원센터장은 백서에서 “복역 중에도, 출소 직후에도, 형기가 완전히 끝난 뒤에도 출소자에 대한 지원이 끊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초고령사회에서 교정은 교도소 담장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일본은 이미 제도로 만들기 시작했다.
탐사보도2팀=백준무·이예림·최우석 기자
사진: 유희태 기자, 편집: 김효순 기자, 미술: 손성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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