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 가야 할 방향이지만 난제
채점 공정성·신뢰성 확보가 관건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어제 “수능 절대평가, 서술·논술형 문제 도입, 수시·정시 통합을 담은 대입 개편 시안을 10월 말 공개하고 내년 3월 확정하겠다”며 공론화에 착수했다. 암기·문제풀이 위주에서 창의성·사고력 중심으로 교육을 혁신하겠다는 취지다. ‘오지선다’형 답을 요구하는 방식으로는 인공지능(AI) 시대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할 수 없다는 건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이재명 대통령도 “어른들이 편하게 채점하기 위해 AI 시대에 아이들을 규격화하고 망가뜨리는 것”이라고 힘을 실었다. 어렵지만, 가야 할 방향은 맞다.
수능 절대평가와 서·논술형 전환은 처음 나온 얘기가 아니다. 10년 넘게 수능과 내신의 절대평가 전환이 논의되고도 번번이 무산됐던 건 섣불리 도입했다가 변별력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를 해소하지 못해서다. 채점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공정성과 신뢰도 문제다. 서·논술형은 아무리 주제가 뚜렷해도 평가자의 주관적 개입이 있을 수밖에 없다. 채점 기준을 어떻게 삼을지, 누구를 채점자로 할지도 숙제다. 국교위는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평가체계 마련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아직 검증되지 않은 시험·평가방식이다. 이 정도로 수험생과 학부모의 불안·불만을 해소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AI가 아무리 고도화되더라도 평가는 교육자의 몫이어야 한다. 인력과 기술을 결합한 서·논술형 채점은 완벽한 검증과 신뢰 위에 시행돼야 할 것이다.
사교육비 증가 우려와 업무 가중에 따른 교사들 반발도 넘어야 할 산이다. “요즘 일반 과목도 공교육으로 해결하지 못하는데 서·논술형 문항까지 도입되면 사교육비가 크게 증가할 것”이란 학부모들의 우려가 벌써 나온다. 사교육에 영향받지 않는 문항을 출제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고교학점제에 따른 다과목 지도와 학생생활기록부 기록 부담이 큰 상황에서 평가방식까지 바뀌는 데 대한 교사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교사 업무 경감과 교원 수급, 교원 연수 같은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 대통령은 “(이전 정부에서) 입시제도에 손을 대서 칭찬받은 예가 없다”고 했다. 그만큼 대입 개편은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다. 변별력을 떨어뜨리는 절대평가의 한계를 정부의 실력으로 극복해야 한다. 정교한 청사진을 바탕으로 면밀하게 준비하는 건 기본이다. 정책 추진 속도에 얽매이지 말고 숙의와 공론화 등 사회적 합의를 통해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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