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2021년 1월∼2025년 1월 재임)의 임기 말년은 온갖 치명적 말실수로 점철됐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2024년 7월 미 수도 워싱턴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때 나왔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바이든의 초청으로 워싱턴을 찾았다. 바이든은 나토 창설 75주년이란 의미가 더해진 그해 정상회의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맞서 서방의 단결을 과시하는 무대로 삼으려 했다. 하나 막상 회의장에 도착한 젤렌스키를 참석자들에게 소개하며 바이든은 이렇게 외쳤다. “신사 숙녀 여러분, 푸틴 대통령입니다!” 그로부터 꼭 열흘 뒤 바이든은 대통령 연임을 포기하고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반납했다.
바이든은 취임할 때 나이(78세)로나 퇴임 당시 나이(82세)로나 모두 미국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에 해당한다.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80대에 접어든 뒤에도 직무를 수행한 이는 바이든이 처음이다. 지난 6월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이 80세 생일을 맞으며 트럼프가 바이든 뒤를 잇게 됐다. 한국의 경우 74세이던 1998년 2월 청와대에 들어가 2003년 2월 79세로 물러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역대 최고령이다. 80세를 넘긴 나이에도 대통령직에 머무는 것은 노익장(老益壯)일까, 아니면 그저 노욕(老慾)에 불과할까.
얼마 전 바이든의 둘째 아들 헌터 바이든(56)이 영국 BBC 방송에 출연해 현재 83세인 아버지의 근황을 전했다. 바이든은 백악관을 나서고 4개월 만인 2025년 4월 전립선암 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대중에 알렸다. 헌터는 “암이 퍼져 뼈와 다른 부위로 전이돼 매우 고통스럽고 쇠약해지고 있다”며 울먹였다. 바이든의 영원한 정적 트럼프는 그의 투병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만 해도 “빨리 성공적으로 회복하기를 기원한다”고 쾌유를 빌었다. 그런데 언론 등에서 ‘바이든이 현직 대통령 시절 암에 걸린 사실을 숨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돌연 태도를 바꿨다. 트럼프는 “나는 (바이든의 발병 사실이) 대중에게 오래전에 공지되지 않은 점에 대해 놀랐다”고 일침을 가했다.
대통령은 공인(公人) 중의 공인이다. 대통령의 건강 상태는‘사생활’이란 명목 아래 비밀로 보호돼야 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래서 미국은 대통령의 건강 검진 결과를 국민 앞에 투명하게 밝히는 것이 오랜 관행이다. 트럼프는 지난 5월 정기 건강 검진을 받은 뒤 직접 “모든 수치가 완벽하다”고 자랑했다. 이후 백악관도 ‘대통령의 건강 상태가 매우 양호하다’는 내용의 주치의 소견서를 공개했다. 하지만 언론은 “소견서의 구체성이 떨어진다”며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어느덧 80대에 접어든 트럼프도 건강에 대한 지나친 과신은 금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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