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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만에 60% 날렸는데 보수는 203억”…개미 울린 ‘삼전닉스 2배’의 함정 [숫자 뒤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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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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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급락에 2배 상품 손실 눈덩이…한 달 수익률 -60%대
원금 반토막에도 운용보수는 꼬박…연환산 보수 203억원 추정
예탁금 3000만원 문턱 거래 급감…증권가 코스피 낙관론 유지

“한 달 만에 60% 날렸는데 보수는 203억원이라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급락하면서 두 종목의 하루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도 큰 폭으로 흔들리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급락하면서 두 종목의 하루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도 큰 폭으로 흔들리고 있다. 연합뉴스

숫자만 놓고 보면 고개가 갸웃해진다. 투자자는 원금의 절반 이상을 날렸는데 운용사에는 보수가 붙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하루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얘기다. 7월 급락장에서 SK하이닉스 정방향 레버리지 상품의 한 달 수익률은 -60%대까지 추락했다.

 

8월 들어서도 변동성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7일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0.22% 오른 23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전 6.30% 급락한 뒤 가까스로 반등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전날 10.37% 떨어진 데 이어 이날도 4.88% 하락한 142만2000원까지 밀렸다. 이틀 동안 주가가 약 14.7% 빠졌다.

 

코스피도 이틀째 하락했다. 7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37.61포인트(0.60%) 내린 6258.77로 마감했다. 장중에는 6158.73까지 밀렸다가 낙폭을 줄였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2675억원, 5790억원 안팎을 순매수했지만 외국인이 8600억원대를 팔아치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급격히 흔들리면서 이들 종목을 매일 2배로 따라가는 레버리지 상품의 위험도 다시 부각됐다.

 

◆한 달 -60%인데…연환산 보수 203억

 

지난 5월27일 상장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상품은 모두 16종이다. 주가 상승 방향의 하루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정방향 상품이 14종, 하락 방향을 2배로 추종하는 인버스 상품이 2종이다.

 

손실이 집중된 곳은 정방향 레버리지다. 지난 7월23일 기준 SK하이닉스 정방향 상품들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운용사별로 -60~-62% 수준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초자산의 하루 수익률 2배를 추종하는 만큼 운용사별 수익률 차이는 크지 않았다. 투자자의 손실이 커져도 상품이 운용되는 동안 보수는 발생한다.

 

7월23일 기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16종의 순자산총액은 10조8129억원으로 집계됐다. 당시 자산 규모에 각 상품의 운용보수율을 적용하면 연환산 운용보수는 약 203억원으로 추산된다. 자산운용업계 취재를 바탕으로 한 자체 추산치다.

 

203억원은 운용사가 이미 확정한 수익이 아니다. 7월23일 당시 순자산 규모가 1년간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해 계산한 연환산 수치다. 주가가 떨어지거나 자금이 빠져나가 순자산이 감소하면 실제 보수액도 줄어든다.

 

삼성자산운용의 비중은 유독 높았다. 당시 관련 상품 순자산은 6조4625억원으로 전체의 59.8%를 차지했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한 연환산 운용보수는 약 174억원으로 전체 추정액의 85%를 넘는다.

 

순자산이 17조6000억원까지 불어났던 6월25일 규모를 적용하면 업계 전체 연환산 운용보수는 약 336억원까지 올라간다.

 

핵심은 투자자의 수익률과 운용보수가 직접 연동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투자자가 -60% 손실을 봤다고 운용보수도 사라지는 구조는 아니다. 펀드가 운용되는 동안 순자산에 정해진 비율의 보수가 붙는다.

 

◆주가 원위치 와도 레버리지는 손실…‘음의 복리’ 함정

 

더 큰 문제는 레버리지의 구조다.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장기 수익률을 2배로 만들어주는 상품이 아니다. 매일 해당 종목의 하루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한다.

 

주가가 한 방향으로 계속 움직일 때는 문제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급등락이 반복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주가가 첫날 20% 떨어진 뒤 다음 날 25% 오르면 기초주식은 원래 가격으로 돌아온다. 100원이 80원이 됐다가 다시 100원이 되는 구조다.

 

같은 움직임을 하루 2배로 추종하면 레버리지 상품은 첫날 40% 떨어지고 다음 날 50% 오른다. 100원이 60원이 된 뒤 90원까지만 회복한다. 기초주식은 제자리인데 레버리지 투자자는 10% 손실이 남는다.

 

급등락이 반복될수록 이런 ‘음의 복리효과’가 누적될 수 있다. 금융당국은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장기투자용 상품으로 보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3000만원 문턱 세웠더니…12조 거래 9000억대로

 

투기성 거래가 급증하자 금융당국은 지난달 31일부터 개인 일반투자자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기본예탁금 규제를 강화했다.

 

기존에는 현금뿐 아니라 주식·ETF·채권 등 대용증권을 포함해 1000만원을 충족하면 됐지만, 현재는 대용증권을 인정하지 않고 현금으로만 3000만원 이상을 갖고 있어야 신규·추가 매수가 가능하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상장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거래대금은 급감했다. 규제 시행 직전인 7월30일 16개 상품의 하루 거래대금은 12조4485억원에 달했다. 시행 첫날인 31일 3조1518억원으로 줄었고 8월3일 1조3872억원, 4일 1조2556억원, 5일 9198억원까지 내려왔다.

 

6일에도 반등하지 못하며 이틀 연속 1조원을 밑돌았다. 규제 전 일평균 10조원을 웃돌던 거래 규모와 비교하면 사실상 한 자릿수 비율로 쪼그라들었다.

 

대신 돈이 다른 레버리지 상품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7월31일부터 8월6일까지 ETF 거래대금 상위권에는 KODEX 레버리지, KODEX 인버스, KODEX 200선물인버스2X,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 등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단일종목 레버리지의 진입 문턱은 높아졌지만 지수 레버리지는 기존처럼 기본예탁금 1000만원으로 거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일종목에서 빠진 자금이 전부 지수 레버리지로 이동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같은 기간 ETF 시장 전체 거래대금 자체가 감소했다. 규제 이후 고위험 투자 수요의 이동 여부는 금융당국과 시장이 새로 들여다봐야 할 변수다.

 

◆‘삼전닉스’에 증시까지 출렁…한때 거래 83% 몰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향력은 두 종목에서 끝나지 않는다.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지난 7월8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본주 거래대금은 코스피·코스닥 전체 거래대금의 51.0%에 달했다.

 

여기에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16종의 거래대금까지 더하면 비중은 83.1%까지 치솟았다. 이 계산의 분모에는 전체 ETF 거래대금이 포함되지 않는다.

 

한국은행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과 거래 규모가 이미 시장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확대가 쏠림을 심화시킬 가능성을 지적했다.

 

레버리지 상품은 장 마감 때마다 하루 목표 배율을 맞추기 위해 포지션을 다시 조정한다. 기초주식이 크게 떨어진 날에는 추가 매도 수요가 생겨 변동성을 확대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레버리지 상품의 거래대금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시장 급락의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 주가에 미치는 충격은 매수와 매도가 상쇄된 뒤 남는 순매매와 운용사의 헤지 거래, 시장 유동성을 함께 봐야 한다.

 

◆SK하이닉스 이틀새 14.7% 빠졌는데…골드만은 1만2000

 

단기 시장과 장기 전망의 온도 차는 더 커졌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급락에도 한국 주식에 대한 ‘비중 확대’ 의견과 향후 12개월 코스피 목표치 1만2000을 유지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 공개된 골드만삭스 분석에 따르면 AI 컴퓨팅 수요 확대와 메모리 공급 부족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면서 메모리 업황의 상승 사이클이 과거보다 강하고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익 성장세도 시장 예상보다 오래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7일 코스피 종가 6258.77을 기준으로 1만2000까지는 약 91.7%가 남아 있다. 한 달여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간극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급락과 향후 증시 반등 기대를 대비해 표현한 이미지. ChatGPT 생성 이미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급락과 향후 증시 반등 기대를 대비해 표현한 이미지. ChatGPT 생성 이미지

코스피가 7월 한 달 동안 22% 넘게 조정을 받은 데 이어 8월 들어서도 큰 폭의 등락을 반복하자, 골드만삭스는 현재 시장 가격이 기업의 펀더멘털 악화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쪽에 무게를 뒀다.

 

여기서 구분해야 할 숫자가 있다. 코스피 1만2000은 앞으로 12개월을 바라본 지수 전망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목표 수익률이 아니다.

 

골드만삭스의 반도체 강세 전망이 맞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다시 상승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지금처럼 급등락이 반복된다면 레버리지 상품의 누적 수익률은 기초주식 상승률의 정확히 2배가 되지 않는다.

 

방향을 맞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레버리지 투자자는 반도체 주가가 다시 오르기까지의 급등락을 그대로 견뎌야 한다. 그 과정에서 손실이 계좌에 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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