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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문 열고 냉방…“호객에 필수적” “환경 파괴, 에너지 낭비” [밀착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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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준 기자 MIJustic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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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ānyíng guānglín(어서오세요).” 

9일 오후 서울 명동 거리, 출입문을 활짝 열어젖힌 점포 곳곳에서는 한명의 고객이라도 더 붙잡기 위한 종업원들의 외침이 흘러나왔다. 32도의 더위 속 ‘개문냉방’은 전기세 폭탄으로 이어질 테지만 오히려 문을 닫고 영업하는 곳을 찾는 게 더 어려웠다. 심지어 일부 점포는 개문냉방으로도 부족해 가게 외부에 이동식 에어컨까지 설치하고 고객 유치에 몰두했다. 좁은 골목길 노점 매대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늘어선 점포들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기 덕에 한여름 그늘 한점 없는 길임에도 실내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명동 소재 프랜차이즈 식품점에서 1년6개월째 아르바이트 중이라는 손미혜(27)씨는 “제가 여기서 일하는 동안 여름이고 겨울이고 한번도 문을 닫고 영업한 적이 없다”며 “아무래도 문이 열려 있어야 손님들이 더 쉽게 들어올 수 있으니까 그런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9일 오후 서울 명동 소재 점포들이 개문냉방 영업 중인 모습. 채명준 기자
9일 오후 서울 명동 소재 점포들이 개문냉방 영업 중인 모습. 채명준 기자

◆서울 주요상권 절반 이상이 ‘개문냉방’

 

서울 주요상권 내에서 개문냉방은 일반적인 영업 방편이다. 녹색연합이 지난 7월15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주요 상권 및 수도권 대형 프리미엄아울렛의 개문냉방 실태를 모니터링한 결과, 서울 주요 상권에서는 506개 매장 중 절반 이상인 269개(53.2%)가 개문냉방 영업 중이었다. 지역별로는 명동이 68.1%(143개/210개)로 가장 높았으며, 홍대입구 46.2%(116개/251개), 강남 22.2%(10개/45개) 순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대형 아울렛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조사 대상 664개 매장 가운데 400개(60.2%)가 개문냉방 영업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브랜드별 개문냉방 비율은 신세계사이먼 아울렛(여주·시흥)이 385개 매장 중 70.6%로 가장 높았다. 현대 아울렛(송도·김포)은 19개 매장 중 68.4%가 개문냉방 영업 중인 것으로 확인되었고, 롯데 아울렛(이천·파주)은 260개 매장 중 44.2% 순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에너지이용 합리화법’에 따라 에너지 수급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경우 개문냉방을 금지하고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는 개문냉방 금지 조치보다는 자발적인 계도와 업체의 자발적인 참여를 촉구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정부는 폭염과 함께 산업체 조업률 회복으로 증가하는 전력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10∼23일 2주간 에너지절약 집중 홍보기간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녹색연합 관계자는 “프랑스나 미국 뉴욕시 등은 상시로 개문냉방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며 “한국 역시 정부 차원의 개문냉방 금지를 위한 적극적인 정책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소상공인 “가겟세 내려면 문 열어둘 수밖에”

 

소상공인들은 개문냉방이 장사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문이라도 열어놔야 더위를 식힐 겸 손님들이 자연스럽게 물건을 보러 들어온다는 것이다. 명동에서 20년째 옷 가게에서 일하고 있다는 이혜숙(59)씨는 “전기세 몇백(만원)을 내더라도 가겟세 몇천(만원) 내려면 문을 열어둘 수밖에 없다”며 “문 안 열어두면 손님도 안 온다. 정부랑 언론은 현실도 모르면서 문 닫고 장사하라고 종용하니 답답하고 화가 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로 개문냉방이 편리하다고 생각한 관광객들이 많았다. 중국인 관광객 A씨는 “3일 전에 한국에 와서 명동 근처 호텔에 묵고 있는데 관광을 하기에 너무 덥다”며 “그래도 명동에서 쇼핑할 때는 점포 대부분이 문을 열고 에어컨을 세게 틀어놔서 상대적으로 쾌적했다”고 말했다. 

 

개문냉방이 편리하지만 환경 보호를 위해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프랑스인 오드리(28)는 “명동의 가게들은 냉방을 너무 과도하게 틀고 문까지 열어두는데 ‘에너지 낭비’라는 생각이 든다”며 “프랑스에서는 에어컨을 잘 사용하지 않고 한국처럼 세거 틀지도 않는다. 환경을 생각해서 웬만해선 양산을 쓰고, 냉방도 적당한 수준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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