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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 넘어 예술계와 협업 확대… K아트 해외 진출 가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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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한·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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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타고 진화하는 메세나

현대차, 英·美 유명 미술관과 손잡아
한화, 여의도에 佛 퐁피두센터 열어
韓미술 국제 접점 넓히는 중개역할
유통업계도 문턱 낮추는 전시 활발

기업의 메세나 활동은 초창기 현금·현물 기부 위주에서 벗어나 기업 정체성과 기술, 공간, 네트워크를 예술계와 결합하는 공동 사업으로 진화해왔다. 국내 문화예술 생태계를 지탱하는 버팀목을 넘어 이제는 ‘K아트’의 해외 진출을 뒷받침하는 플랫폼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원 방식도 공간 운영이나 프로그램 기획, 연구 지원 등으로 다양해졌다. 지원 대상 역시 분야별로 유명 원로 예술가 몇 명에게 집중됐던 과거와 달리 청년·신진 예술가 육성, 중견 작가와 큐레이터 등으로 그 대상과 규모가 확대됐다. 기업이 직접 국내 대표 문화시설을 운영하거나 해외 유명 미술관과 장기 파트너십을 맺고 예술 생태계 전반을 지원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9일 재계와 예술계에 따르면, 삼성문화재단은 기업이 운영하는 대표적인 문화예술 재단이다. “기업은 사회 전체의 문화적 인프라를 향상시키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한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뜻을 이어 문화예술 분야에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삼성문화재단은 1982년 국내 최초 사립미술관인 호암미술관을 개관하고, 2004년 문을 연 리움미술관을 운영하며 예술 향유의 기회를 넓혀왔다. 또 클래식 악기 대여 프로그램 ‘삼성 뮤직 펠로우십’, 피아노 조율사 양성 ‘피아노 톤 마이스터 프로그램’, 국악 발전을 위한 세계판소리협회 후원 등 장르를 아우르는 예술 지원을 지속해왔다.

기업이 보유한 역사적 공간을 문화자산으로 전환하는 움직임도 있다. SK그룹은 지난해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고 최종건 창업주의 옛 사저 ‘선혜원’을 일반에 개방했다. ‘선혜원 아트 프로젝트’를 시작해 창업주의 유산이 남은 공간을 동시대 문화예술 소개 플랫폼으로 탈바꿈시켰다.

해외 주요 예술 기관과 장기 파트너십을 맺고 전시와 연구, 창작을 지원하는 방식도 확산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영국 테이트 미술관, 미국 LA카운티미술관(LACMA)과 손잡았고,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과 휘트니미술관도 후원하며 한국 미술의 국제적 접점을 넓혔다. ‘현대 트랜스로컬 시리즈’를 통해서는 국내 지역 미술관과 해외 기관을 연결해 공동 연구부터 신작 제작, 전시, 출판에 이르는 교류 전 과정을 지원한다.

한화그룹도 공연 중심이던 메세나의 범위를 미술관 운영과 한국 작가의 해외 진출 지원으로 넓히고 있다. 한화는 25년간 교향악축제를 후원하고 ‘한화클래식’을 직접 기획하는 등 국내 클래식 저변을 넓히는 데 큰 족적을 남겼다. 한화문화재단은 지난 6월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프랑스 퐁피두센터와 공동으로 ‘퐁피두센터 한화’를 열었다. 해외에서는 지난해 미국 뉴욕 트라이베카에 비영리 전시공간 ‘스페이스 제로원’을 개관해 한국 작가들의 전시와 국제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기업의 본업과 기술을 예술 창작에 직접 접목하는 움직임도 두드러진다. LG전자의 ‘아트테크’ 메세나가 대표적이다. LG전자는 미디어아트 작품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작품 기획과 설계, 설치, 기술 구현 과정에 참여한다. 기업의 기술력을 예술가의 창작 인프라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유통기업들은 예술을 차별화된 ‘경험 콘텐츠’로 활용한다. 롯데는 콘서트홀이 들어선 롯데월드타워에 롯데뮤지엄까지 열고 국내외 현대미술가를 조명하는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현대미술의 문턱을 낮춰왔다. 최근에는 키아프·프리즈 서울 개최 시기에 맞춰 한국 작가 전시를 선보이는 등 외국인 방문객들에게 K아트의 매력을 적극 알리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월드타워의 경우) 국내 관람객과 외국인 관광객이 K컬처의 저변을 넓히는 통로 역할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는 1963년 유통업계 최초로 미술 전문 공간인 신세계갤러리를 연 이후 백화점과 스타필드 등 유통공간을 전시 플랫폼으로 활용해왔다. 신진 작가에게 대형 설치작품 제작 기회를 제공하고, 올해부터는 프리즈 서울의 헤드라인 파트너를 맡아 글로벌 미술시장과의 접점도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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