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거차 33대 전부 ‘3인 미만’·‘밤샘 작업’인데 서류는 ‘기준 충족’
“2인 1조라도” 현장 호소 공허… 대통령 지적에도 반복되는 죽음
지난 7일 오전 3시쯤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골목. ‘쾅’ 하는 충돌음이 잠든 주민을 깨웠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생활폐기물 수거 차량은 벽을 들이받은 채 멈춰 있었고, 60대 환경미화원 A씨는 피를 흘린 채 도로에 쓰러져 있었다.
8일 서울 혜화경찰서 등에 따르면 A씨는 내리막길에 차량을 세워둔 채 홀로 수거 작업 중이었다. 수거를 위해 차에서 내린 사이 차량이 경사를 따라 밀려 내려왔고, A씨는 차량에 부딪쳐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그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분석 등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서류상 A씨의 일터는 안전기준을 모두 ‘충족’한 곳이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진보당 정혜경 의원실에 제출한 ‘2024년도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안전기준 이행실적’ 자료를 보면, A씨가 일하던 민간 대행업체는 ‘주간작업’과 ‘3인1조’ 운영실적을 모두 ‘충족’한 것으로 표시했다.
그러나 같은 서류의 작업시간은 밤 9시30분~이튿날 오전 6시30분, 수거차 33대에 작업자는 37명이다. 3인1조 작업이 애초에 불가능한 구조인 셈이다. 밤샘·단독 작업은 ‘조례로 정한 예외’로 처리됐다. 기후부의 ‘환경미화원 작업안전 가이드라인’은 3인1조와 주간(오전 6시~오후 10시) 작업을 원칙으로 정하지만, 지자체가 조례로 예외를 두면 지키지 않아도 된다.
종로구는 '폐기물 관리 조례'에 손수레 작업, 적재중량 1.5t 이하 차량 사용, 그 밖의 작업환경 등을 고려해 구청장이 인원 조정이 가능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등 다섯 가지 예외를 뒀다. 주간작업에도 재난·재해 등 폐기물을 시급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는 경우, 주민생활에 중대한 불편을 줄 우려가 있는 경우, 그 밖에 필요하다고 구청장이 인정하는 경우 등 네 가지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이런 안전 예외 조항은 특정 자치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2024년 기준 전국 228개 기초 지방자치단체 중 87%(198곳)가 3인1조 근무 원칙을 지키지 않았고, 절반이 넘는 116곳(51%)은 야간 수거를 고수한다. <세계일보 2025년 12월15∼19일자, 당신이 잠든 사이 참조>
그 사이 환경미화원의 죽음은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해 9월18일 오전 3시30분쯤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청소차 뒷발판에 매달려 일하던 김모(55)씨가 후진하는 청소차량과 전신주 사이에 끼여 숨졌다. 지난 4월 서울남부지법은 해당 차량을 운전한 동료에게 금고 6개월·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며 “사고가 새벽 시간대 작업 중 발생한 점”을 참작 사유로 들었다. 사고 이후 달라진 것은 뒷발판 제거와 안전모용 경광등 지급, 사고 전신주의 반사판 설치가 전부였다.
노후 청소차량 문제도 그대로다. 지난해 12월 본지 동행취재에서 환경미화원은 하루 168차례 청소차를 타고 내렸다. 촌각을 다투는 승하차의 반복이 위험을 부르지만 이를 보완할 장비 보급은 더디다. 민주노총 경기 안산지부의 지역 청소수거차 122대 조사에서 자동변속기 차량 보급률은 15%에 그쳤다. 전국 청소차 1만5000여대 가운데 운전자 뒤편에 별도 탑승공간이 마련된 저상형(한국형 청소차)은 지난해 7월 말 기준 보급이 841대(5.5%)에 그쳤다. 서울은 지난해 11월 기준 28대(1.2%)에 불과하다.
현장에서는 3인1조 근무가 어렵다면 2인1조 근무라도 이뤄지게 해달라고 호소한다. 혼자 차를 몰고, 내리고, 싣는 밤을 끝내달라는 절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이후 국무회의와 업무보고 등에서 여러 차례 환경미화원 산재 사고와 야간 노동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그러나 현장의 절규도, 대통령의 지적도 아직 뚜렷한 대책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기후부는 “현재 노정협의체를 통한 작업안전을 위한 논의를 다각도로 진행하며 ‘작업안전 가이드라인’ 개정 작업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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