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봉지에 등장한 붉은 병아리가 책상 위 인형과 가방에 다는 키링으로 변신했다. 수면안대부터 스트레스볼, 반려동물 배변봉투를 넣는 키링까지 상품군도 넓어졌다.
불닭볶음면으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삼양라운드스퀘어가 이번에는 캐릭터 굿즈를 앞세워 글로벌 팬덤 공략에 나섰다. 라면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불닭을 콘텐츠와 상품으로 계속 소비할 수 있는 지식재산권(IP)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양라운드스퀘어 계열사 삼양애니는 불닭 브랜드의 글로벌 캐릭터 ‘페포(PEPPO)’ 공식 온라인 스토어인 ‘페포월드샵’을 열었다.
페포는 기존 불닭 마스코트 ‘호치’가 낳은 붉은 몸과 불꽃 모양 머리를 가진 병아리다. 매운 음식과 자극적인 경험을 좋아하고 모든 의사소통을 ‘페포’라는 한마디로 해결한다는 설정을 갖고 있다. 언어보다 표정과 행동으로 감정을 전달해 해외 소비자도 별다른 설명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계됐다.
페포월드샵의 대표 상품은 페포 플러시 인형과 플러시 키링이다. 재생 페트(PET) 소재를 비롯한 고급 원단을 사용해 단순 판촉물이 아닌 소장용 캐릭터 상품으로 완성도를 높였다는 설명이다.
다양한 표정의 페포 수면안대와 말랑한 촉감의 모찌 스트레스볼, 반려동물용 실리콘 풉백 키링, 양면 담요 파우치 등도 판매한다. 개점을 기념해 주요 상품을 10% 할인하는 프로모션도 진행한다.
이번 온라인숍 개설은 지난 6월 문을 연 ‘페포월드닷컴’의 후속 단계다. 페포월드닷컴에서는 캐릭터 소개뿐 아니라 카드 수집과 페포 꾸미기, 배경화면 내려받기, 메신저형 미션 등 이용자가 직접 참여하는 콘텐츠를 제공한다.
무료 디지털 콘텐츠로 팬을 모은 뒤 굿즈 구매로 연결하는 구조다. 불닭볶음면과 까르보불닭볶음면, 불닭소스 제품에 표시된 QR코드를 통해서도 페포월드에 접속할 수 있다.
삼양애니는 오는 9월 미국용 페포월드샵도 열 예정이다. 국내에서 먼저 상품성과 운영 방식을 점검한 뒤 불닭의 핵심 시장인 미국으로 캐릭터 커머스를 확장하는 수순이다.
식품·주류업계에서 자체 캐릭터를 상품으로 키운 대표적인 사례는 하이트진로의 ‘두꺼비’다.
하이트진로는 2020년 8월 서울 성수동에 두꺼비 캐릭터 굿즈를 판매하는 ‘두껍상회’를 처음 열었다. 이후 전국 주요 도시를 돌며 팝업스토어를 운영했고 2022년 기준 누적 방문객은 18만명을 넘어섰다.
서울 강남에서 61일 동안 운영한 두껍상회에는 약 8만명이 방문했다. 하루 평균 1300명꼴이다. 매장에서는 140종이 넘는 굿즈를 판매했으며 쏘맥잔 등 술잔은 약 3만개가 팔렸다. 두꺼비 캐릭터를 활용한 이종 업계 협업 상품도 2021년 한 해에만 80여종에 달했다. 두껍상회 방문·판매 실적
두꺼비는 술병에 붙어 있던 상징물을 소비자가 일부러 찾아가 구매하는 독립 상품으로 바꿔 놓았다. 캐릭터가 제품의 친근한 이미지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팝업스토어 방문과 굿즈 판매, 다른 브랜드와의 협업까지 끌어내는 자산이 된 셈이다.
빙그레는 2020년 기업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운영하는 가상 인물 ‘빙그레우스’를 선보였다. 바나나맛우유와 메로나, 투게더 등 기존 제품을 인물과 왕국으로 재해석해 하나의 세계관으로 묶었다.
빙그레우스를 내세운 뮤지컬 형식의 애니메이션 광고는 조회수 700만회를 넘겼다. 이후 실물 굿즈와 디지털 굿즈, 작가 협업 콘텐츠로 범위를 넓혔다. 빙그레 공식 자료
지난해 1월 더현대 서울에서 운영한 ‘빙그레 소원왕국’ 팝업스토어에서는 문구류와 생활용품 등 빙그레 IP를 적용한 24개 품목, 52종의 굿즈를 선보였다. 포토존과 게임, 캐릭터 영상 제작 체험을 함께 배치해 상품 판매와 공간 경험을 결합했다.
오뚜기는 2022년 기업 심벌과 대표 색상인 노란색을 바탕으로 ‘옐로우즈’를 개발했다. 오뚜기 로고를 닮은 ‘뚜기’, 마요네스를 모티브로 한 강아지 ‘마요’, 병아리 ‘챠비’로 구성된다.
2023년 인형과 키링 등 첫 공식 굿즈 6종을 출시한 데 이어 캐릭터 테마송과 팝업스토어, 영화관 내 라면가게까지 활용 범위를 넓혔다. 단순 제품 캐릭터가 아니라 기업 전체를 대표하는 IP로 육성하는 방식이다.
농심도 장수 브랜드 ‘너구리’를 다시 꺼내 들었다. 2025년 완구업체 토이트론과 캐릭터 IP 사용 계약을 맺고 컵라면 뚜껑을 고정하는 ‘너구리 컵라면 스토퍼’를 출시했다.
피규어는 키링으로도 사용할 수 있으며 총 9종을 무작위로 구성해 수집 요소를 넣었다. 농심은 명동과 동대문, 한강 선착장 등에 즉석조리 공간과 포토존, 굿즈존을 결합한 ‘너구리의 라면가게’도 운영하고 있다.
식품업계의 캐릭터 사업은 대체로 콘텐츠로 인지도를 높이고, 팝업스토어에서 세계관을 체험하게 한 뒤 굿즈와 라이선스 상품으로 수익화하는 순서로 확장되고 있다.
식품은 먹으면 사라지지만 인형과 키링은 소비자의 일상에 남는다. 제품 구매 주기가 돌아오기 전에도 캐릭터 콘텐츠와 굿즈를 통해 브랜드 접점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언어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캐릭터는 해외 시장에서 브랜드를 알리는 수단으로도 활용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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