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2012년 국내 7경기서 외국인 심판·감독관 등 10여명에 ‘성접대’ 파문
“각종 잡음에 실망과 걱정 끼쳐 죄송”…KFA, 조직문화 투명성 높이며 쇄신 약속
대한축구협회(KFA)가 주말인 8일 팬과 축구 관계자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후폭풍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국회 청문회와 사상 초유의 경찰 압수수색을 잇달아 겪은 데 이어 15년 전 외국인 심판 등에 대한 ‘성접대’ 사실까지 뒤늦게 드러나면서다. 대표팀 성적 부진에서 촉발된 논란이 감독 선임과 협회 행정, 조직문화 전반으로 번지자 대한축구협회가 결국 공식 사과에 나섰다.
9일 체육계에 따르면 대한축구협회는 전날 ‘축구 팬 및 축구 관계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내고 “2026 북중미 월드컵 이후 협회를 둘러싼 각종 잡음에 큰 실망과 걱정을 안겨드린 점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주말에 이례적으로 사과문까지 내놓은 것은 월드컵 성적 부진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악재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홍명보 전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을 둘러싼 절차적 정당성 논란이 국회 청문회로 이어진 데 이어 경찰 수사까지 본격화했고, 여기에 과거 감사에서 확인된 부적절한 행위까지 뒤늦게 수면 위로 떠올랐다.
8일 알려진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대한축구협회 감사 결과에 따르면 2011년 3월부터 2012년 3월까지 국내에서 열린 월드컵·올림픽 예선전 3경기와 평가전 4경기 등 7경기에서 외국인 심판과 감독관 등 10여명에게 성 접대가 이뤄진 사실이 감사 과정에서 확인됐다.
해당 경기에는 2012년 2월 쿠웨이트와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예선, 2011년 9월 오만과의 2012 런던 올림픽 예선, 2012년 3월 카타르와의 런던 올림픽 예선 등이 포함됐다. 당시 주심의 국적도 일본, 아랍에미리트, 이란, 바레인, 우즈베키스탄 등으로 다양했다.
특히 접대 비용을 축구협회 직원이 법인카드로 결제했다는 점이 논란을 키웠다. 한 번에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이 넘는 돈이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축구협회는 “현재 과거와 같은 부적절한 행위나 카드 사용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지금은 법인카드와 관련해 철저한 시스템을 마련해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15년 전 일이라는 점만으로 파장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북중미 월드컵 탈락 이후 대표팀 운영과 홍 전 감독 선임을 둘러싼 논란이 국회와 수사기관의 검증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과거 감사 내용까지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열린 국회 청문회에서는 홍 전 감독 선임을 비롯해 정몽규 전 회장 체제의 축구협회 운영과 행정 난맥상을 둘러싼 질타가 쏟아졌다. 대표팀 경기력뿐 아니라 감독 선임 과정과 협회의 의사결정 구조 자체가 도마 위에 올랐다.
경찰 수사도 본격화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홍 전 감독 선임 과정에서 협회 수뇌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는지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시민단체 고발로 시작된 수사는 월드컵 이후 속도가 붙었고, 지난 6일에는 천안 소재 축구협회 사무실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을 압수수색했다.
축구협회 역사상 첫 압수수색이었다. 수사팀은 당시 대표팀 감독 선임과 관련된 행정 자료와 전력강화위원회 및 이사회 구성원들이 사용했던 전자기기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협회 내부 의사결정 과정과 정식 기구 업무에 부당한 영향력이 행사됐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축구협회가 사과문에서 ‘십수 년 전 일’까지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축구협회는 “국회 청문회에 이어 사상 초유의 압수수색과 다수의 내부 구성원조차 제대로 몰랐던 십수 년 전 일에 대한 보도에 이르기까지, 협회와 관련된 각종 사안으로 심려를 끼친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골을 향한 치열한 노력과 열정, 그 과정에서 피어나는 정정당당한 스포츠맨십을 통해 축구 팬 여러분께 기쁨과 환희를 안겨드려야 할 협회는 최근 본연의 기능을 잃고 말 그대로 참담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토로했다.
축구협회는 과거의 부적절한 행위와 현재의 법인카드 사용에는 선을 그었다. “현재 이와 같은 부적절한 행위나 카드 사용은 절대 발생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하면서 “그동안 태극마크를 달고 대한민국 축구를 대표해 온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이 거둔 값진 성과와 노력이 이번 일로 인하여 오해받거나 그 의미가 퇴색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전했다.
사과에 그치지 않고 쇄신도 약속했다. “전방위적인 외부의 비난과 질타를 전 구성원 모두 가슴 깊이 새기고 철저한 쇄신의 기회로 삼겠다”며 “더 나은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깊은 자아 성찰과 더불어 강도 높은 노력을 이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또 “높아진 외부의 기준과 눈높이에 맞춰 조직문화의 투명성과 도덕성도 더욱 제고하겠다”고 강조했다. 다가올 아시안게임과 하반기 A매치, 아시안컵 준비는 물론 회장 선거인단 확대 등 정책적 과제도 조속히 이행하겠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축구협회는 “축구가 가진 본연의 가치로 여러분께 분노가 아닌 환호를, 야유와 비난이 아닌 응원과 칭찬을 받을 수 있는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 멈추지 않고 노력하겠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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