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스라엘 맞선 ‘수니파 중심 집단 안보체제’ 꾸려
이란戰 계기 국제안보질서 새롭게 재편될지 주목
사우디아라비아와 튀르키예, 파키스탄이 7일(현지시간) 사우디 메카에서 공동방위조약을 맺었다. 미국이 이란 전쟁을 매듭짓지 못하는 상황에서 친미로 분류되는 수니파 무슬림 국가들이 안보 결속을 다진 것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들 3국은 공동성명을 통해 “모든 침략 행위에 대한 집단적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해 조약을 체결했다”며 “조약 체결 3국 중 어느 국가에 대한 무력 공격도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3국은 조약 체결국의 구체적인 의무 사항을 밝히진 않았다. 하지만 이번 조약이 3국의 집단 안보를 강화하고 중동을 넘어 전 세계의 평화, 안보, 안정을 증진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우디 정부는 이번 협정에 집중될 이목을 의식한 듯 조심스러운 입장을 냈다. 라예드 크림리 사우디 공공외교 차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 “이번 협정은 군사적 축이나 종파적 블록을 구축하려는 시도가 아니다”라며 “핵 야망이나 군비 경쟁과도 무관하며, 오직 지속 가능한 역량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튀르키예 대통령실의 르하네틴 두란 공보국장도 이번 협정이 특정 국가를 겨낭한 것이 아니라며 “3국의 공동 안보와 집단 억지력을 강화하고, 방위산업 협력 및 군사적 상호운영성을 증진하며, 우리 지역의 평화와 안정 유지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 조약은 이란 전쟁을 거치며 드러난 이란 중심의 이슬람 시아파 벨트와 나날이 커지는 이스라엘의 영향력에 대한 견제 성격을 동시에 띠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월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촉발된 이란 전쟁으로 수년간 이어진 역내 분쟁이 중대 분수령을 맞은 뒤, 이란을 중심으로 한 시아파 벨트는 사우디 등 걸프 국가의 에너지 시설 등을 공격하고 주요 운송로를 봉쇄했다. 튀르키예도 이란발 공격의 표적이 된 바 있다.
로이터통신은 3개국이 이번 중동 갈등 고조에 발맞춰 이미 장기간 군사적 유대 관계를 구축해 왔다고 전했다.
파키스탄은 수십년간 사우디군에 대한 훈련과 기술 지원을 해왔고, 튀르키예와 파키스탄은 군함과 훈련기를 교환했다. 사우디는 2023년 튀르키예산 드론 대량 구매에 합의하기도 했다. 사우디와 파키스탄은 지난해 9월 상대국에 대한 외부의 공격에 함께 대응한대는 내용의 군사협정도 맺었다.
3국의 방위조약이 중동 정세에 영향을 줄 새로운 방위 세력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튀르키예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내 2위 규모 군사력을 보유했다. 걸프 지역의 맹주인 사우디는 이슬람 최대 성지를 품은 세계 최대 산유국 중 하나다. 여기에 파키스탄은 이슬람권 유일의 핵보유국이다.
사우디에 본부를 둔 연구기관 걸프연구센터의 압둘아지즈 사거 이사장은 “중견국들이 불확실성이 고조된 상황에서 안보 분야에서 긴밀하게 공조하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며 “삼자 논의 틀이 제도화되고 구체적 협력으로 이어진다면 보다 지역 주도적 안보 체제의 등장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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