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손상 3.45배·혈관 손상 3.24배·내부 장기 손상 1.46배
헬멧 착용률 5.9%뿐·착용 의무화·속도제한 강화해야
친환경 단거리 이동 수단으로 빠르게 보급되고 있는 전동 킥보드가 정작 사고 시에는 오토바이나 자전거보다 훨씬 위험한 이동수단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등도~중증 외상을 입을 경우 외상성 뇌손상과 내부 장기 손상 위험이 다른 두 바퀴 이동수단보다 월등히 높다는 것이다.
◆영국 대규모 사고 데이터로 밝혀낸 위험성
영국 첼시 앤드 웨스트민스터 병원 데이비드 보단스키 전공의 연구팀은 7일 과학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국가 중증외상 등록자료와 전동 킥보드 공유업체의 사고 자료를 나란히 들여다봤다. 지금까지 전동 킥보드 안전성 연구는 대부분 응급실이나 외상센터 자료에 의존해 부상 양상과 위험도를 온전히 파악하기 어려웠다는 게 연구팀의 문제의식이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연구팀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의 국가 중증외상 등록자료에 담긴 환자 1만5247명(전동 킥보드 580명, 오토바이 7027명, 자전거 7640명)과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영국 18개 도시의 전동 킥보드 운영업체가 보고한 대여 킥보드 사고 자료를 함께 살폈다. 업체 자료에는 3300만회 이상의 이용과 7780만㎞ 이상의 주행 기록이 담겨 있었다. 두 자료는 서로 연결하지 않고 각각 분석했으며, 병원 치료가 필요한 중증 외상은 물론 이용 중 발생한 가벼운 충돌과 사고까지 폭넓게 들여다봐 총 3만8440건의 사례를 평가했다.
◆뇌손상 위험 3.45배, 헬멧 착용률은 5.9%뿐
분석 결과는 뚜렷했다. 성인 전동 킥보드 이용자는 오토바이 이용자보다 외상성 뇌손상 위험이 3.45배, 혈관 손상 위험이 3.24배, 내부 장기 손상 위험이 1.46배 높았다. 자전거 이용자와 비교해도 외상성 뇌손상 위험은 1.74배 더 높게 나타났다. 흥미로운 대목은 골절 위험이다. 전동 킥보드 이용자의 골절 위험은 오히려 오토바이 이용자보다 20%, 자전거 이용자보다 10% 낮았다. 연구팀은 이를 두고 전동 킥보드 사고가 골절보다는 외상성 뇌손상과 내부 장기 손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실제로 외상성 뇌손상은 성인 전동 킥보드 이용자 전체 부상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이런 결과의 배경에는 낮은 헬멧 착용률이 자리하고 있었다. 병원 등록자료를 보면 헬멧 착용률은 오토바이 이용자가 75.7%, 자전거 이용자가 45%인 반면 전동 킥보드 이용자는 5.9%에 그쳤다. 연구팀은 헬멧 착용률뿐 아니라 전동 킥보드 자체의 구조적 특성도 뇌손상 위험을 키운다고 지목했다. 바퀴가 작고 서스펜션이 없는 경우가 많아 연석이나 포트홀, 노면 요철에 걸려 넘어지기 쉬운 데다, 서서 타는 자세는 무게중심이 높고 앞쪽에 쏠려 있어 핸들 위로 머리부터 앞으로 고꾸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여성 전동 킥보드 이용자는 남성보다 중증 부상을 입을 가능성이 2.1배 높았고, 소아 이용자 비중 역시 오토바이나 자전거보다 높게 나타나 안전관리의 필요성을 더했다.
연구팀은 헬멧 착용 의무화와 속도 제한 강화, 충격을 흡수하는 핸들 손잡이와 제동장치 등 차량 설계 개선, 그리고 안전한 주행 인프라 확충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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