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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모국 미국보다 ‘제2의 고향’ 페루 먼저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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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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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에서 20년 넘게 사목… 치클라요 교구장도
“미국 사랑하지만 교황 사명이 먼저”거리 두기

레오 14세 교황이 오는 11월 즉위 이후 처음으로 남미 3개국을 순방하며 과거 오랜 기간 사목(司牧)을 했던 페루를 찾는다. 미국인이지만 페루에 체류한 기간만 20년이 넘는 레오 14세는 평소 페루를 ‘제2의 고향’(second home)이라고 부르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왔다.

 

5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바티칸 교황청은 이날 레오 14세가 11월6일부터 17일까지 열흘 넘는 기간 동안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페루를 차례로 방문한다고 밝혔다. 레오 14세는 이 가운데 페루에서 가장 긴 7일의 일정을 소화하게 된다.

 

레오 14세 교황이 5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방문객들에게 복음을 전파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레오 14세 교황이 5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방문객들에게 복음을 전파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레오 14세는 1955년 9월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로버트 프레보스트’로 2025년 5월 교황으로 즉위하기 전까지 이 이름을 사용했다. 그는 1984년 사제품을 받고 이듬해인 1985년 페루에서 선교 활동에 나섰다. 1999년 고향인 시카고로 돌아갈 때까지 15년 가까운 기간 페루와 인연을 맺었다. 덕분에 레오 14세는 모국어인 영어, 교황청에서 널리 쓰이는 이탈리아어 등과 더불어 스페인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다.

 

2014년 11월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은 경제적으로 낙후한 페루의 빈민가에서 사목에 전념한 레오 14세의 공로를 인정해 그를 주교(主敎)로 임명했다. 이듬해인 2015년 페루 북서부 치클라요 교구장이 된 레오 14세는 2023년까지 그 자리에 머물며 페루 가톨릭 신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페루 정부는 2015년 그에게 페루 국적을 부여했다. dpa는 “교황이 페루에 머무는 기간 과거 교구장으로 일했던 인구 29만명의 도시 치클라요도 방문할 것”이라며 “신자들의 뜨거운 환영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페루 북서부 도시 치클라요에 있는 성모 마리아 대성당. 흔히 ‘치클라요 성당’으로 불리는 이곳은 레오 14세 교황이 치클라요 교구장으로 일하던 2015∼2023년 미사를 집전한 장소다. 교황은 즉위 후 처음으로 오는 11월11∼17일 페루를 방문한다. SNS 캡처
페루 북서부 도시 치클라요에 있는 성모 마리아 대성당. 흔히 ‘치클라요 성당’으로 불리는 이곳은 레오 14세 교황이 치클라요 교구장으로 일하던 2015∼2023년 미사를 집전한 장소다. 교황은 즉위 후 처음으로 오는 11월11∼17일 페루를 방문한다. SNS 캡처

2023년 프란치스코는 레오 14세를 추기경으로 임명함과 동시에 교황청 부교부 장관으로 발탁해 가톨릭 교회 내 인사 전반의 총괄을 맡겼다. 2025년 프란치스코 선종(善終) 후 열린 콘클라베에서 그는 세계 각국 추기경들의 전폭적 지지에 힘입어 제267대 교황으로 즉위했다. 가톨릭 교회 역사상 미국인이 교황에 오른 것은 레오 14세가 처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해 미국 건국 250주년을 맞아 레오 14세를 초청했으나, 레오 14세는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오 14세는 올해 들어 미국이 무력으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한 것, 이란을 공격한 것 등에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 ‘교황은 반미주의자’라는 지적이 제기된 가운데 레오 14세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나 스스로를 미국인으로 규정하지 않는다”며 “나는 미국을 매우 사랑하지만 교회의 목자로서 전 세계에 목소리를 내야 하는 사명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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