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정선군 여량면 아우라지에서 시를 배우고 쓰는 특별한 문학 축제가 열렸다. 지난 7월 31일부터 8월 1일까지 1박 2일 일정으로 열린 제1기 아우라지 시인학교(교장 전윤호)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시 애호가와 예비 시인 40여 명이 참가해 정선의 자연과 아리랑의 정서를 시에 담았다.
이번 시인학교는 참가자 모집을 시작한 지 1주일 만에 정원 30명이 마감될 만큼 큰 관심을 모았다. 신청자가 잇따르면서 10여 명을 추가 모집했고, 행사 기간이 아우라지 뗏목축제와 겹치면서 여름 축제와 문학이 어우러진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했다.
아우라지는 송천과 골지천이 만나는 곳이다. 두 물줄기가 하나로 ‘어우러진다’는 뜻에서 이름이 유래했으며, 우리 민요 정선아리랑의 발상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강과 산이 빚어낸 아름다운 풍광 속에는 이별과 그리움, 삶의 애환을 노래해 온 정선아리랑의 숨결이 지금도 살아 있다.
시인학교는 첫날 강변의 정선아리랑전수관에서 전윤호 교장의 개회사로 막을 올렸다. 참가자들은 정선아리랑 명창들에게 긴아리랑과 엮은아리랑을 배우며 지역의 전통문화를 체험한 뒤 전윤호·박정대·박제영 시인이 이끄는 세 개의 창작반으로 나뉘어 시 읽기와 창작, 합평, 문학 담론을 이어갔다. 늦은 밤까지 계속된 강의와 토론은 시를 매개로 서로의 삶과 감성을 나누는 시간이 됐다.
둘째 날에는 ‘정선’을 주제로 한 백일장이 열렸다. 참가자들은 아우라지의 풍경과 정선 사람들의 삶, 아리랑의 정서를 시로 풀어냈고, 완성된 작품을 함께 낭독하며 문학의 기쁨을 나눴다.
이번 시인학교는 정선 출신인 전윤호 시인이 “시와 아리랑, 뗏목 문화가 함께 살아 숨 쉬는 아우라지가 문학학교를 열기에 가장 상징적인 장소”라는 생각에서 기획했다. 여량면과 협의를 거쳐 처음 마련된 행사에는 서울과 경기, 충청, 영남 등 전국 각지에서 참가자들이 찾았다. 정선은 여러 차례 방문했지만 아우라지는 처음이라는 참가자도 적지 않았다.
대구에서 참가한 양민호 씨는 “자연과 문학이 어우러진 정선에서 시인들에게 직접 시를 배울 수 있어 뜻깊었다”며 “시와 사람이 하나 되는 소중한 시간이었고 벌써 겨울 아우라지 시인학교가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참가한 이필 시인은 “아우라지의 물소리에서 시의 진경을 보았다. 따뜻한 환대와 감자를 닮은 사람들, 그리고 아우라지가 있는 곳. 이번 시인학교는 우리가 오래전 잃어버린 아라리 한 소절을 다시 만난 듯한 시간이었다”며 “정선에서 한국 시의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졌다는 생각이 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행사는 면(面) 단위의 작은 지역축제에 문학 프로그램을 접목해 전국의 문학 애호가들을 불러 모았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관광 중심의 지역축제를 넘어 문학과 전통문화, 지역의 역사와 자연을 함께 체험하는 문화관광 콘텐츠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특히 정선아리랑이라는 지역 고유의 문화유산과 현대 시 창작을 연결해 지역 문화의 새로운 활용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더했다.
전윤호 시인학교 교장은 “첫 행사부터 예상보다 훨씬 큰 호응을 얻어 놀랐다”며 “아우라지가 정선아리랑의 고장이자 한국 시인들이 찾는 시의 고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시인학교를 꾸준히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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