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최고 기온이 35도를 넘으며 불볕더위가 연신 기승을 부리던 6일 오전.
경남 창원시 의창구 동읍에 있는 주남저수지. 지역 대표 수원지이자 생태 습지라는 명성이 무색하게 저수지는 거대한 진흙밭으로 변해 있었다.
극한 폭염에 이어 가뭄이 이어지자 저수지 수위가 낮아지면서 저수지 바깥쪽은 물이 완전히 말라 바닥이 쩍쩍 갈라진 상태였다.
선착장에 정박해 있는 어선들은 무릎 높이조차 되지 않는 얕은 수심 탓에 저수지 바닥에 고꾸라지듯 얹혀 있었다.
저수지 안쪽과 바깥쪽의 수위 차이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물이 말라버린 저수지 풍경은 가뭄의 잔인함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저수지 인근 농경지는 초비상이 걸렸다. 수확을 앞둔 벼와 단감 농가들은 용수 확보를 위해 하루하루 사투를 벌이고 있다.
주남저수지 인근 논에서 벼농사를 짓는다는 김태우(59)씨는 논에 물을 대기 위해 연신 양수기를 가동해보지만, 저수지와 인근 양수장마저 저장된 물이 바닥을 드러내자 타들어 가는 속을 숨기지 못했다.
김씨는 “아이고 마, 말도 마이소. 이거는 전쟁입니더, 전쟁”이라며 “우째 비 한 방울도 안 오고 날이 이렇게 가물 수가 있는지 하늘에 빌어야 될 판”이라고 절규했다.
단감과 벼농사를 겸하는 또 다른 농민 이모(69)씨는 지난 2일부터 개인 양수기를 밤낮으로 돌리고 있다.
이씨는 “이렇게 큰 주남저수지가 마르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2018년 가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비가 오지 않으면 올해 농사는 손해가 극심할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주남저수지 인근 동읍 마룡마을 김태진(70) 이장도 저수지 바닥을 바라보며 깊은 시름에 잠겼다.
김 이장은 “평생을 이 동네에서 나고 자랐지만 근래 들어 이런 가뭄은 처음 겪는다”며 “저수지 수심이 깊지 않아 이제는 안팎의 수위 차이조차 없다. 주민들로서는 비가 내리기만을 바랄 뿐 별다른 대책이 없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농민들 사이에서는 ‘답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말 그대로 재난 수준인데 지자체와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한국농어촌공사 경남지역본부 창원지사에 따르면 전체 저수용량 559만t에 달하는 주남저수지의 이날 오후 1시 기준 저수율은 37.7%까지 떨어졌다.
심각한 가뭄으로 낙동강 물을 비상 양수했던 2018년 당시에도 저수율 40% 선은 지켜냈으나, 올해는 그마저 무너졌다.
농어촌공사는 지난달 22일부터 본포양수장을 통해 야간 시간대 낙동강 물을 끌어오는 양수저류 방식으로 하루 5만~5만4000t의 용수를 주남저수지에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유입량에 비해 유출량이 턱없이 많아 사실상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현재 주남저수지에서 농가로 공급되는 농업용수만 하루 9만~10만t에 달한다.
여기에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으로 인해 전체 면적(280㏊)에서 하루 약 1만4000t(㏊당 50t)의 물이 자연 증발하고 있다.
하루에 들어오는 물은 5만t 안팎인데, 빠져나가는 물은 최대 11만4000t에 달해 저수율 고갈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인 것이다.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주남저수지는 1970년도에 조성됐는데 면적은 넓지만 수심은 깊지가 않아 하루 자연 증발량이 많은 편”이라며 “저수지 인근 농가 면적이 970여 ha로, 직원들이 24시간 계속 용수 조절을 하며 농민들에게는 최대한 절수해달라고 알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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