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민철 발레리노는 다 아시는 것과 같이….”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 단장은 말끝을 잇지 못했다. 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백조의 호수’ 기자간담회에서다. 옆자리에는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퍼스트 솔리스트 전민철이 앉아 있었다. 세계적 스타로 성장한 까마득한 후배를 바라보는 감회를 묻자 문 단장은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1980년대부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무용수로, 이후 유니버설발레단 단장으로 척박했던 국내 발레 무대를 지키며 후진을 양성해온 문 단장이다. 눈시울까지 붉히다 말문을 연 문 단장은 “(전민철은)발레를 해야 한다는 권유로 어릴 때부터 (유니버설발레단 계열)아카데미에서 인연이 이어졌고 선화예중에 입학하면서부터 지켜봤다. 그리고 선화예고 1학년 실기시험 때 정말 눈을 뗄 수 없는 성장을 목격했다”고 회상했다.
“한 발레단의 주역 무용수로 성장하는 것도 정말 특별하고 대단한 일입니다. 전민철 발레리노는 김기민·박세은에 이어 한 발레단의 주역을 넘어 세계적인 스타로 주목받고 있어 너무 감사하고 뿌듯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성장 과정을 지켜본 무용수가 마린스키발레단에서 도약할 수 있도록 유니버설발레단에서 전막 데뷔할 기회를 주었고 그 제자가 다시 세계적 발레스타로 성장해서 국내 무대에 돌아오는 선순환이 만들어진 것이다.
문 단장은 “1984년 유니버설발레단이 시작할 때 우리나라는 발레의 불모지였고 발레에 대한 이해조차 없던 시절이었다”라며 “해외에서 활동하는 젊은 무용수들을 보면서 강산이 네 번 바뀌는 동안 ‘한국 발레가 정말 우뚝 섰구나’하고 느낀다. 이제는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을 넘어 그것을 뛰어넘는 기량까지 보여준다”고 감개무량해 했다.
1989년 동양인 최초로 키로프발레단(현 마린스키발레단)에 ‘지젤’로 초청돼 일곱 차례 커튼콜을 받으며 ‘영원한 지젤’로 불려온 그다. 문 단장은 “제가 민철이 나이 때는 세계 발레단에 요코 모리시타 등 일본 무용수가 활약했다. 한국 무용수가 세계 발레단에 없었다”라며 “지금은 입단을 넘어 주역 무용수까지 올라가고 세계적인 스타까지 탄생하는 것을 보면 너무나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마린스키발레단에서 첫 시즌을 마친 전민철은 스승이 마련해준 무대의 의미를 짚었다. 그는 “유니버설발레단과 함께한 ‘라 바야데르’와 ‘지젤’의 경험은 저에게 너무나 큰 경험이었다”며 “그 경험 없이 마린스키에 갔다면 전막 발레를 소화하는 데 훨씬 더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고 시간도 훨씬 오래 걸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적으로도 지난해 국내 무대에 설 때보다도 훌쩍 큰 모습을 보여준 전민철은 “마린스키 첫 시즌의 결과물을 이번 ‘백조의 호수’로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설레고 기대가 된다”며 “러시아에서 노력한 시간을 관객과 함께 춤추는 무용수들, 단장님과 지도위원들께 성장한 모습으로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작품에 임하는 자세에 대해서는 “백조와의 첫 만남부터 흑조와의 연기까지 제가 느낀 감정과 이야기의 흐름을 살리려 스스로 많이 노력하고 있다”며 “내용상 해야 할 말이 있다면 그 말을 어떤 동작, 어떤 손동작으로 해야 가장 설득력이 있을지를 제일 중점에 두고 연기에 집중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문 단장은 “‘백조의 호수’는 발레의 정수이고 발레단의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작품”이라며 “모든 공연은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처럼 준비한다. 올해는 중견 무용수뿐 아니라 새로 도전하는 신인 무용수들도 있는 만큼 관객에게 깊은 감동을 남기고 폭염을 잊을 수 있는 공연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예술의전당과 유니버설발레단이 공동기획한 이번 공연은 14일부터 23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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