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고시원서 맹독성 뱀 등 밀사육도
‘인형’ ‘피규어’ 은어로 판매…동물 여럿 폐사
멸종위기 야생동물을 밀수해 온 뒤 인터넷에서 불법적으로 거래한 조직이 적발됐다. 이들이 아파트나 고시원 등 일반 주택가에서 독성이 강하거나 공격성이 높은 동물들을 몰래 사육한 개체 수만 95마리에 달하는데, 이 과정에서 여러 동물이 폐사하기도 했다. 최근 전국 버스터미널이나 주택가에서 멸종위기 야생동물이 발견된 사례들이 이들의 범행과 관련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동부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이승학)는 야생생물법, 관세법위반, 알선수재 혐의로 20대 남성 총책 A씨를 구속 기소하고 피해 동물 밀수입에 가담한 4명을 야생생물법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6일 밝혔다. 조직원들은 모두 20∼30대 남성이었다. 이들은 지난 2023년 11월부터 2024년 6월까지 14회에 걸쳐 200마리를 밀수입한 혐의를 받는다. 총책 A씨는 추가로 19회에 걸쳐 멸종위기종 54마리를 양도하고, 한 조직원에게 검찰 수사 명목으로 6000만원을 요구하고 910만원을 갈취한 혐의도 받는다.
이들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등 해외에서 멸종위기 파충류를 몰래 들여와 전국 각지로 배송 판매했다. 인터넷 파충류 전문 카페에 ‘인형’, ‘피규어’ 등의 은어로 희귀 파충류를 판매했다. 조직이 말레이시아에서 밀수한 한 악어는 ‘말레이 가비알 피규어’라는 이름으로 250만원에 거래가 되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달 18일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한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야생생물 밀수 혐의로 조직원 1명을 송치받아 보완 수사하는 과정에서 공모자 3명을 추가로 적발하고, 총책 A씨까지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검찰은 동종 전력을 가진 한 조직원이 다른 조직원의 항공권을 대납하는 등 동물 밀수 현지 범행에 가담한 사실을 확인하고 공범들을 찾아냈다.
검찰에 따르면 조직은 회사 사택으로 부여된 초등학교 인근 아파트와 고시원 등에서 피해 동물들을 사육하거나 재판매했다. 검찰이 이들 주거지에서 압수한 동물에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멸종위기종·CITES)’ 1급에 해당하는 양쯔강악어, 검정늪거북, 2급에 해당하는 알비노 코브라, 알거스왕도마뱀 등이 포함돼 있었다. 검찰은 피해 동물 총 95마리를 압수해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에 위탁해 보호 조치했다.
검찰에 따르면 한 조직원은 성공보수를 받기로 하고 밀수에 가담했는데, 인천세관에 적발된 이후 단독 범행이라고 거짓말했다. 다른 조직원들 역시 총책이 고발된 사건에서도 A씨를 숨겨주는 방식으로 치밀하게 밀수 범행을 계속해 왔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또 조직에서 A씨는 하위 조직원들에게 ‘스승’이나 ‘보스’로 부르게 하는 등 상하관계를 구축했는데, 지난달 18일 인천공항세관에서 범행이 적발되자 하위 조직원에게 부주의 책임을 묻거나 수사 무마 대가로 돈을 갈취했다.
수사 과정에서는 멸종위기종이 입이 결박되거나 플라스틱 상자 등에 넣어 수하물로 보내지는 과정에서 폐사한 사실도 확인됐다. 검찰에 따르면 피해 동물들은 압박 포장된 상태에서 장기간 비행기나 고속버스 수화물 칸에서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맹독성과 높은 공격성, 질병 전파성 등을 가져 관리에 주의가 필요한 종들이 피해 야생동물들에 다수 포함돼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를 통해 국제적 멸종위기종의 불법 거래를 차단하는 것은 물론 주거 밀집지역에서 은닉․사육되고 있는 위험한 야생동물을 압수하여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잠재적 위험을 차단했다”며 “야생생물의 밀수, 불법 유통 및 사육 행위에 대해 환경청 및 국립생태원 등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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