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골프장서 쓰러져 27분간 심장 멈춰…시민의 지체 없는 CPR로 ‘골든타임’ 사수
수도권 야당 열세 뚫은 남다른 ‘인물론’…53.32% 득표율로 민주당 바람 이겨내고 당선
“10년 걸리는 대규모 개발 연속성이 핵심…위과선 연장·자족도시 구축 속도 낼 것”
2025년 12월14일 오후 4시9분, 경기 의왕시의 한 아파트 실내 골프연습장. 운동하던 김성제 의왕시장이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고 쓰러졌다. 심장이 멈춘 직후 찾아오는 뇌 손상의 한계선은 단 4분. 죽음의 그림자가 시시각각 드리워지던 절체절명의 순간, 현장에 있던 한 주민이 지체 없이 달려들었다. 인근 안양시청에서 근무했던 이 주민은 심폐소생술(CPR) 교육을 떠올리며 119 구급대가 도착할 때까지 약 9분간 쉼 없이 흉부를 압박했다.
멈췄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한 건 약 27분 만이었다. 119 구급대의 처치를 받으며 응급실로 이송된 직후였다. 이튿날 극적으로 의식을 되찾은 김 시장은 스텐트 삽입술 등을 받고 50일 만에 시정 현장으로 생환했다.
“그때 저를 살려낸 건 시민의 손길이었고, 두 번째 삶을 얻었습니다. 남은 인생을 의왕 발전에 바치라는 뜻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기적 같은 생환 이후 맞이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또 다른 사선(死線)이었다. 야당인 국민의힘 소속으로 출마한 그에게 수도권을 휩쓴 민주당의 바람은 거셌다. 건강 이상설을 퍼뜨리는 정치 공세도 매서웠다. 선거에서 16만 의왕시민은 또다시 정당이 아닌 ‘김성제’라는 인물의 손을 잡아줬다. 김 시장은 53.32%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6.65%포인트 차로 징검다리 4선(민선 5·6·8·9기)을 기록했다. 수도권에서 정당 장벽을 깨뜨린 개인기의 승리로, 전국 최다선 자치단체장 반열에 올랐다.
◆심정지 사선(死線) 뚫고 與 장벽 넘어…AI·바이오 자족도시 구축
최근 시청 집무실에서 만난 김 시장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자연스럽게 기사회생(起死回生)했던 지난해 말 악몽을 끄집어냈다. 그는 악몽이 아닌 천운(天運)이라고 표현했다.
“(저를 살린) 은인은 좀처럼 운동하러 나오지 않는 분이라고 했어요. 수개월 만에 나온 연습장에는 그분과 저, 두 사람뿐이었습니다.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향할 때는 제세동(AED) 처치로 골든타임을 이어갔어요. 그렇게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사실상 심정지 상태였다고 합니다. 다행히 도착한 인근 종합병원에는 심정지 전문의들이 대기하고 있었죠. 에크모·관상동맥 시술 등을 곧바로 받을 수 있었습니다.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셈입니다.”
국내외에서 심정지 이후 되살아난 사례는 흔치 않다. 개그맨 김수용은 방송 촬영 중 급성 심근경색으로 심정지가 왔으나, 현장에 있던 동료들의 심폐소생술과 응급대원의 빠른 조치 덕분에 목숨을 구했다. 전 축구 국가대표 신영록은 2011년 K리그 경기 중 부정맥으로 급성 심정지가 발생해 그라운드에 쓰러졌으나, 현장 재활팀장의 빠른 심폐소생 조치 후 병원으로 이송돼 50일 만에 기적적으로 의식을 회복했다.
덴마크 축구영웅 크리스티안 에릭센과 할리우드 배우 밥 오덴커크 역시 같은 경험을 했다. 이들의 생환을 이끈 유일한 공통점은 예외 없이 ‘초기 목격자의 망설임 없는 심폐소생술’과 ‘자동심장충격기의 빠른 사용’이었다.
◆도시개발·철도 사업 연속성 확보…‘중단 없는 시정’ 강조
행정고시 출신으로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에서 17년간 근무한 도시·교통 전문가인 그는 민선 5기 시장으로 첫발을 내딛던 시절을 회상했다.
“처음 시장에 취임했을 때 의왕은 서울 외곽의 베드타운에 불과했습니다. 그린벨트에 묶여 개발이 정체돼 있었죠. 도시의 지도를 바꾸는 대규모 도시개발과 광역철도망 구축은 최소 10년 이상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입니다. 시장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흔들리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갑니다. ‘중단 없는 시정’을 열망한 시민들의 선택은 곧 의왕의 도약을 완성해 달라는 엄중한 명령입니다.”
김 시장이 민선 9기 최우선 과제로 꼽은 것은 단연 광역교통망의 완성이다. 이미 민선 8기 동안 20년 숙원이던 인덕원~동탄선과 월곶~판교선 복선전철 착공을 끌어낸 그는 이제 ‘위례~과천선(위과선) 의왕 연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재 정부과천청사역까지 계획된 위과선을 인덕원을 거쳐 내손2동~백운호수~오매기~의왕시청~의왕역까지 연장하는 안을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드시 반영시킬 겁니다. 단절됐던 의왕의 동서남북 생활권을 하나로 묶고 수도권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핵심 동력이 될 것입니다.”
도시개발과 자족 기능 확충도 가속도가 붙는다. 고천·초평·월암·청계2지구 개발을 차질 없이 마무리하고, 의왕·군포·안산 3기 신도시와 오전·왕곡 공공주택지구 개발을 속도감 있게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포일동과 부곡동 일대에는 인공지능(AI), 의료, 바이오 등 첨단 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양질의 일자리가 넘쳐나는 자족도시의 기반을 단단히 다지기로 했다.
◆“명품도시 마지막 퍼즐”…경찰 고발사건 수사는 넘어야 할 산
의료와 복지, 문화 인프라의 양적·질적 전환도 눈앞에 두고 있다. 올해 말 개관하는 의왕문화예술회관을 지역 문화의 거점으로 육성하고, 최근 기공식을 마친 의왕종합병원의 차질 없는 개원과 소아 야간진료를 담당할 ‘달빛어린이병원’ 지정, 보건지소 확충 등 공공의료망을 촘촘히 구축한다.
최근 지역 현안으로 떠오른 안양교도소의 의왕 이전 신축 문제에 대해서도 “인근 학생들의 학습권과 주민들의 정주 환경권을 지키기 위해 타협 없이 끝까지 책임 있게 대응하겠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넘어야 할 산도 있다. 의왕경찰서는 지난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허위사실공표(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김 시장 관련 사건을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로 이관했다. 김 시장은 이미 혐의에 대해 소명했지만, 수사를 통해 논란을 완전히 잠재우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7분간 멈췄던 심장을 안고 다시 달리는 김 시장의 시선은 이미 2030년을 향해 있었다. 그는 “지난 선거 과정의 대립과 갈등은 모두 털어내고 시민 통합의 시정을 펼치겠다”며 “도시개발부터 교통, 복지, 의료까지 일상에서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명품도시를 만들어 2030년에는 ‘전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를 시민 여러분께 안겨드리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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