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들 수확기 앞두고 농업 용수 못 구해 발동동
포항, 형산강 수위 낮아져 수돗물에 바닷물 섞여
8월 말까지 가뭄 이어질 땐 제한 급수도 불가피
5일 오후 경북 청도군 각북면 삼평리. 마을 한편에 자리 잡은 물탱크 모양의 마을 배수지로 급수차가 실어 온 물이 세차게 퍼 올려졌다. 이 물은 이곳에서 인근 운문댐 자인 정수장에서부터 숨 가쁘게 실어 나른 수돗물이다. 최근 낮 최고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지속되면서 주민들의 수돗물 사용량이 급증했다.
급기야 청도 지역의 물 사용량이 정수장의 하루 최대 생산량을 웃돌자, 청도군이 고지대 마을의 단수 파동을 막기 위해 수돗물을 실어 나르고 있는 것이다. 청도군은 전날 15t짜리 급수차 8대가 마을 곳곳에 설치된 배수지에 240t의 생활용수를 충수했다.
마을회관과 골목길에서 마주친 주민들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주민들이 불안감을 느끼는 이유는 이미 2024년 8월에도 기록적인 폭염으로 인해 사흘 넘게 단수되는 최악의 악몽을 생생하게 겪었기 때문이다. 주민 이모(71)씨는 “먹는 물은 군청에서 나눠준 생수로 버틴다 쳐도, 씻고 화장실 쓰는 물이 무서워 수도꼭지를 돌리기가 겁난다”고 하소연했다.
이례적인 역대급 폭염이 지속되는 가운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심각한 ‘물 부족’ 사태가 현실화하고 있다. 전국 주요 댐과 저수지가 바짝 말라가면서 생활용수와 농업용수 공급에는 이미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와 각 지자체는 급수차를 총동원하고 비상 정수 체계를 가동하는 등 총력 대응에 나섰지만, 가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물 부족 위기는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5일 경북도 등에 따르면 청도 운문댐의 가뭄 상황이 최고 단계인 ‘심각’을 기록한 가운데, 안동댐과 임하댐, 영천댐도 가뭄 ‘주의’ 단계에 진입했다. 지속되는 폭염으로 증발량은 급증한 반면 내린 비의 양은 평년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서 주요 댐의 바닥이 고스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운문댐은 이날 저수율이 26.2%까지 떨어져 식수 공급이 위태위태한 실정이다.
수확기를 앞둔 농가들은 농업용수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풍각면 주민 최모(68)씨는 “평생 가뭄을 겪어봤지만 올해는 폭염까지 겹쳐 저수지 물이 완전히 말라버렸다”며 “작물이 타들어 가는 모습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사태가 급박해지자 청도군과 한국수자원공사는 취수원 다변화를 통한 용수 비축에 돌입했다.
당국은 운문댐의 고갈을 막기 위해 하천유지용수 방류량을 평시 대비 25% 감량했다. 군은 지난 2일 여름철 사용량 증가로 일부 배수지 수위가 낮아져 계획 단수를 안내하기도 했지만, 현재까지 실제 단수 없이 물을 공급하고 있다. 군은 전날 15t짜리 급수차 8대가 마을 곳곳에 설치된 배수지에 240t의 생활용수를 충수했다. 또 이날부터 물 소모량이 많은 유아용 물놀이장과 실개천(인공 시냇물) 운영도 중단하기로 했다.
포항은 가뭄으로 형산강 수위가 낮아지면서 바닷물이 역류해 수돗물에서 짠맛이 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에 포항시는 형산강 하류 취수원을 영천댐과 안계댐 등 다른 취수장으로 대체해 운영하고 있다. 시는 총 54대의 비상 급수 차량 동원체계를 구축하고 급수 취약지역에 즉시 투입할 방침이다.
문제는 앞으로의 기상 상황이다. 대구 기상청에 따르면 당분간 뚜렷한 비 소식이 없는 데다, 평년을 웃도는 고온 건조한 날씨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댐 저수량과 유입량 추세를 감안할 때 가뭄이 이달 말까지 이어질 경우 일부 지역의 제한급수 조치가 불가피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청도군 관계자는 “행정력을 총동원해 영농피해와 주민 불편을 막고 있지만 가뭄이 지속되면 한계가 올 수 있다”면서도 “실시간 모니터링 등 단수 사태로 이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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