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 존중과 호혜적 협력 등 통해
대결적 인식 완화·대화 유도 추진
李 “오히려 꼬투리 잡아 공격” 신중
‘피스·페이스메이커 플러스’ 구상
다자무대 활용 외교적 공간 확대
‘북핵 중단’ 전략 마련해 지지 확보
이재명정부 출범 2년 차를 맞아 통일부가 한반도 평화공존 발전구상 기본 방향을 제시했다. 남북 간 대결적 인식을 완화하고 북·미 대화 재개를 견인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여론이 부정적이고, 관계 부처 간 이견이 분명한 사안을 담고 있는 데다 우리 정부의 대화, 교류 제안에 북한이 시종일관 적대적 반응을 보이고 있어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5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하반기 부처 업무계획 보고에서 △상호 존중과 호혜적 협력 △평화적 갈등 해결 및 위기 통제 △핵 없는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촉진을 구상의 기본 방향이라고 밝혔다. 실천 조치로는 상호 차이를 존중하기 위해 서로 이름을 불러주는 것을 첫걸음으로 ‘주적’과 같은 대결·혐오 조장 용어 대체, 흡수통일론을 배제한 새로운 통일방안 논의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남북 간 신뢰 구축을 위해서는 9·19 군사합의 복원과 비무장지대(DMZ)의 평화적 이용 등 선제적 긴장 완화 조치를 지속해서 추진한다는 의지도 다졌다. ‘피스메이커·페이스메이커 플러스’ 구상을 통해 다자 평화교류협력을 확대하고, 북핵 ‘우선 중단’ 전략을 마련해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보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통일부는 다음달 유엔 총회와 11월 중국 선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이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와 북·미 대화, 4자 대화를 견인할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통일부의 ‘실천 조치’에는 난관이 만만찮다. 먼저 북한 국호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조선) 호명은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노선 동조 또는 통일 포기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통일부가 이번 업무보고에 조선을 명시하기보다는 ‘서로 이름 부르기’란 표현을 사용한 것도 이러한 논란을 의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통령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선의를 갖고 제대로 하려고 하면 그걸 오히려 꼬투리를 잡아 공격한다”며 남북한 공식 명칭 불러주기를 예로 들었다. 이 대통령은 “얼마 전에도 논쟁이 한번 됐던 것 같다. 정쟁으로 휘말리면 원래 하고자 했던 것보다 나쁜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주적’ 표현을 둘러싼 정부 내 이견 역시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통일부는 올해 말 국방부가 발간할 이재명정부 첫 국방백서에 북한을 적으로 명시하는 것은 상호 존중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방부는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란 기존 표현을 유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평화공존 정책을 ‘기만극’이라며 맹비난하고, 남북 간 군사분계선(MDL) 일대를 요새화하며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높이는 상황에서 ‘평화공존’ 정책 추진 동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것도 문제다.
정 장관도 국민적 수용성을 고려한 단계적 접근을 예고했다. 그는 전날 업무보고 사전브리핑에서 ‘조선 호칭’에 대해 “충분히 생경한 용어이기 때문에 국민 여론 속에 수용되고 흡수되는 시간과 과정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앞서가기보다는 공론화를 뒷받침해가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적’ 표현과 관련해서도 “노무현정부와 문재인정부가 사용했던 ‘위협’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면서도 “국방부의 입장이 완강해 계속 토론 중”이라고 답했다.
다만 다자무대를 활용한 외교적 공간 확대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 장관은 이와 관련해 내달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을 언급했다. 동방경제포럼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의 극동 지역 경제 개발을 위해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의 투자 유치 목적으로 창설한 회의로, 포럼을 남북대화 여건을 조성할 외교적 계기로 활용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정 장관은 “과거에도 포럼에 대통령과 총리, 장관급 대표단이 참석한 전례가 있다”며 “올해 역시 정부 차원의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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