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 AI 메모리 zHBM 선보여
AI 가속기 옆 아닌 위에 수직 설치
HBM5 칩보다 최대 8배 성능 우수
신형 낸드 플래시 z낸드-O 공개
‘온디바이스 AI’ 기기에 최적화
메모리 시장 2027년 1조7630억弗
SK하이닉스가 세계 최대 메모리 반도체 전시행사 ‘FMS 2026’에서 인공지능(AI)용 차세대 반도체 고대역폭낸드플래시(HBF)를 공개한 가운데, 삼성전자도 같은 행사에서 회사가 개발 중인 신형 AI 반도체를 선보이며 맞불을 놨다. AI 성능 증가에 맞춰 점차 커지고 있는 고성능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국내 반도체 투톱이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FMS 2026 행사를 통해 차세대 AI용 메모리 zHBM과 z낸드-O 모크업(모형)을 공개했다고 5일 밝혔다. 최신 D램 반도체인 zHBM은 현재 주력 AI 메모리로 사용 중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성능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제품이다. 기술의 핵심은 ‘배열 교체’다. 기존 HBM은 AI 소프트웨어의 연산과 추론 속도를 올려주는 ‘AI 가속기’ 옆에 설치된다. 직접 이어지는 것이 아닌 밑의 기판을 통해 연결되다 보니 AI가속기와 HBM 사이에서 데이터가 오가는 속도가 다소 느렸다. 이 때문에 AI가 필요한 데이터를 바로 받지 못하는 ‘메모리 병목(메모리 월)’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zHBM은 수평이 아닌 수직 설치로 문제를 해결했다. AI 가속기 바로 위에 메모리 반도체를 올린 것이다. 기존 연결 방식이 도로로 이어진 단독 주택 단지 개념이라면 zHBM은 층과 층이 직접 연결된 아파트인 셈이다.
AI가속기가 바로 연결되다 보니 전력과 데이터를 주고받는 이동거리가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이는 곧 데이터 이동 속도와 전력 효율 향상으로 이어진다. 삼성전자 측은 zHBM을 탑재한 메모리 칩 효율이 8세대 제품인 HBM5가 들어간 칩보다 성능은 최대 8배, 전성비(전력 성능비)는 3배 이상 높다고 설명했다.
z낸드-O는 삼성전자가 수직 적층 기술과 실리콘 관통 전극(TSV) 기술을 결합해 만든 신형 낸드플래시 칩이다. TSV는 반도체 칩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위아래 칩을 전기적으로 곧장 연결하는 기술이다. TSV를 뚫으면 일반 접착 방식 대비 전력과 데이터를 빠르게 이동시킬 수 있다. 고층빌딩을 빠르게 오가는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대용량 메모리를 저장할 수 있는 낸드플래시 칩에 빠른 속도를 부여한 덕분에 AI에 최적화된 칩이다. Z낸드-O 이름 뒤에 붙는 ‘O’는 ‘온(On)디바이스 AI’에 최적화됐다는 의미다. 서버를 통해 AI를 사용하는 일반 기기와 달리, 자체적으로 AI를 구동하는 온디바이스 AI 기기는 상당한 반도체 성능을 요구한다. 최고 성능의 칩이 필요한 온디바이스 AI 기기에 가장 알맞은 제품이란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까지 연달아 차세대 반도체를 공개하면서, 반도체 업계는 고성능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두 회사의 경쟁이 본격화됐다고 분석한다. 급성장하는 AI 메모리 시장 주도권을 잡아야만 추후 메모리 패권 경쟁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한 양사가 행동에 나섰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형 투자은행 UBS 전망에 따르면, AI 수요 폭증으로 인해 전 세계 메모리 산업 매출 규모는 2026년 9920억달러에서 2027년 1조7630억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HBM부터 대용량 저장장치까지 고객사들은 칩의 형태를 가리지 않고 AI 인프라의 성능과 운영 효율을 함께 높이는 제품을 요구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메모리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자의 주특기를 내세워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사업부가 가진 내부 역량을 활용한다. 시스템LSI 사업부의 설계능력, 파운드리 사업부의 선단 공정(최신 공정) 기술력을 메모리에 적용, 자체적으로 고성능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비메모리 사업이 없는 SK하이닉스는 연합군을 꾸렸다. 샌디스크와 TSMC를 비롯한 협력사와 손잡고 최신 메모리 칩 개발에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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