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2분기 실적 선방 기여
국내 정유업계가 때아닌 ‘윤활 사업’ 호황을 맞았다. 미국과 이란 전쟁 도중 중동 지역의 윤활유 생산 시설이 파괴되면서 전 세계적인 윤활유 부족 현상이 생긴 영향이다. 윤활 사업부가 역대급 성적을 내며 회사 실적을 견인한 덕에, 중동 정세 불안이란 악재에도 국내 정유사들 모두 2분기 실적 선방에 성공했다.
5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정유 4사는 올해 2분기 나란히 윤활 사업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SK이노베이션의 윤활 사업을 담당하는 SK엔무브는 2분기 6919억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같은 기간 에쓰오일 윤활 사업부는 4774억원을 벌었다. HD현대오일뱅크 또한 윤활 사업에서 1814억원의 이익을 냈다. 이들 회사 윤활 사업의 영업이익률은 30~40%에 달했다. 단순히 물건을 많이 판 수준이 아니라 ‘비싼 값’에 팔았다는 의미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GS칼텍스도 윤활 사업부에서 상당한 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본래 윤활유는 정유사들의 핵심 사업이 아니다. 원유를 정제해 연료용, 석유화학용 제품을 생산하는 정유업에 비하면 매출 규모가 작아 일종의 부업 취급을 받는다. 부가 사업 수준이었던 윤활 사업이 새로운 효자로 떠오른 배경에는 미국·이란 전쟁이 있다. 전쟁 기간 양측이 미사일과 폭격을 주고받으며 이란 부근 석유 제품 생산시설들이 피해를 입었는데, 특히 이란과 인접해 있는 카타르의 ‘라스라판 단지’의 피해가 막심했다. 라스라판 단지는 전 세계 고급 윤활기유(윤활유 원료)와 윤활유 공급의 30%가량을 책임지는 시설이라 전 세계 윤활유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기존에 생산된 물량마저 수출입로인 호르무즈해협이 막힌 탓에 시장에 나오지 못했고, 이는 곧 윤활유 가격 폭등으로 이어졌다.
중동산 윤활유가 품귀 현상을 빚자, 국내 업체들이 빈자리를 파고들었다. 중동발 물량 공백을 ‘K윤활유’가 메우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덩달아 증가하는 수혜를 누렸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윤활기유와 윤활유는 시장 규모가 작아 전 세계에서 제조하는 회사가 몇 안 된다”며 “대체 공급처가 얼마 없는 상황에서 (윤활기유와 윤활유) 생산의 핵심 공장이 문을 닫으니 제품 가격이 뛴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유업계는 이번 호황이 길게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본다. 중동 정세가 여전히 불안하긴 하나 상반기 때보다는 나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호르무즈해협 봉쇄 해제 시점에 따라 변동성이 있겠지만 3분기 (중동지역) 경쟁사 공급 차질 해소가 가시화되면 수익성 지표인 윤활기유 스프레드(원유와 윤활기유의 가격 차이)가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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