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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소송해도 탈 수 있는 시외버스 ‘0대’” 장애인 시외이동권 침해, UN에 진정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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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승윤 기자 chasy9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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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소송을 거치고도 버스 탑승 문제를 온전히 해결하지 못한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이 유엔(UN) 장애인권리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공익법단체 두루 등은 5일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지자체 등이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조항을 위반했다며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관계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 서울사무소 앞에서 한국 정부의 장애인 시외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며 유엔 개인진정 제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관계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 서울사무소 앞에서 한국 정부의 장애인 시외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며 유엔 개인진정 제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들은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이 시외버스와 광역버스를 이용할 수 없는 구조적 차별에 놓여 있다며 이날 이에 대해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에 개인진정을 제기한다고 설명했다. 개인진정은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에 따른 국제인권구제절차다. 국내 구제절차를 모두 거치고도 협약이 보장하는 권리를 충분히 구제받지 못했을 때 위원회에 구제를 요청하는 절차다.

 

이번 진정을 제출하는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은 지난 2014년 국가, 지자체, 버스운송사업자들을 상대로 고속∙시외∙광역버스에 휠체어 탑승설비 설치를 요구하는 차별구제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2022년 버스사업자가 관련 설비를 제공하지 않은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다만 장애인 당사자가 해당 노선을 이용할 ‘구체적·현실적 개연성’을 입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파기환송심에 따라 해당 기준에 맞춰 탑승설비 설치 대상이 된 노선은 단 7개에 그쳤다. 

 

두루의 한상원 변호사는 “7개 노선도 당장 이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2개 고속버스 노선은 2027년부터, 5개 광역버스 노선은 2028년부터 휠체어 탑승 가능 차량 도입이 의무화된다. 단계적으로 설치 비율을 높여 2035년은 돼야 모든 차량에 탑승설비가 갖춰질 것으로 보인다”며 “12년 동안 소송한 결과 이들은 직장과 가족 주거지를 오가는 7개 노선에 대해서만 구제를 받고, 그마저도 여러 해를 기다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변호사는 “비장애인은 친구를 만날 때, 병원을 갈 때, 여행을 갈 때 앞으로 버스 노선을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누구에게도 미리 증명하지 않는다”며 “필요할 때 원하는 노선을 이용하는 것이 대중교통이다. 장애인에게만 이용할 노선을 특정하고, 미리 입증하라고 한다면 동등한 권리가 아닌 시혜적 편의로 전락하게 된다. 그 자체가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관계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 서울사무소 앞에서 한국 정부의 장애인 시외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며 유엔 개인진정 제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관계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 서울사무소 앞에서 한국 정부의 장애인 시외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며 유엔 개인진정 제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소송을 마친 상황에서도 현실은 그대로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들은 현재 휠체어 이용자가 탑승할 수 있는 시외버스는 단 한 대도 운행되지 않고 있고, 정부가 2019년 휠체어 탑승설비 시외버스 시범사업을 시행했으나 코로나19 유행 시기 중단돼 여전히 한대도 마련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이러한 장애인 대중교통 접근성을 보장하는 법∙제도적 의무를 정부가 장기간 방치했다며 국가는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교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게 접근성을 보장하고, 관련 기준을 마련하고 시행할 의무가 있다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제9조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평등과 비차별을 보장한 협약 제5조, 차별 철폐를 위한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제4조 역시 위반한 것이라고 봤다.

 

진정인들은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가 휠체어 이용 장애인을 시외·광역버스 이용에서 배제해 온 정부 정책이 협약 위반이자 차별임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한다”고 밝혔다. 또 정부에 시외·광역버스 접근성 개선을 위한 강제력 있는 법적 기준과 이행기한 마련, 필요 예산 확보, 지속적인 감독·지원 체계 구축을 권고하라고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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