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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 3번 갈아타도 공항 간다”…쉼터 대신 ‘원정 피서’ 나선 어르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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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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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최고체감온도 38도 넘어…냉방 찾아 공항으로 ‘원정 피서’
만 65세 이상 일반열차 무임…넓고 시원한 터미널서 한나절
쉼터 9만3000곳 점검서 미흡 1700여건…개방시간·접근성 관건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한쪽 벤치에 장기판이 펼쳐졌다. 옆에서는 사람들이 훈수를 두고, 통유리 너머로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홍보관 주변 의자에도 어르신들이 줄지어 앉았다.

 

폭염이 이어진 4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전망대에서 어르신들이 더위를 피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뉴시스
폭염이 이어진 4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전망대에서 어르신들이 더위를 피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뉴시스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은 아니다. 기록적인 폭염을 피해 공항으로 피서를 온 어르신들이다. 최근 공개된 현장 영상에는 어르신들이 터미널 벤치에서 장기를 두거나 과일을 나눠 먹고, 냉방이 되는 실내를 천천히 걸으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담겼다.

 

한 어르신은 “광명사거리 사는데 전철 세 번 타야지”라고 말했다. 환승을 거듭해야 하지만 이동하는 동안에도 냉방이 되고, 공항에 도착하면 돈을 쓰지 않고 오래 머물 수 있다는 것이다.

 

어르신들이 공항을 찾는 이유는 분명하다.

 

터미널은 하루 종일 냉방이 되고 앉아서 쉴 공간도 많다. 천장이 높고 실내가 넓어 장시간 머물러도 카페처럼 주문해야 한다는 부담이 없다. 무료 와이파이와 휴대전화 충전시설, 화장실 등 편의시설도 갖춰져 있다.

 

밖에서는 걷기조차 힘든 날씨지만 공항 안에서는 산책하다가 힘들면 곧바로 의자에 앉아 쉴 수 있다. 여행객과 비행기를 구경하는 것도 시간을 보내는 소일거리다.

 

교통비 부담도 거의 없다.

 

만 65세 이상 노인은 우대용 교통카드를 이용해 공항철도 일반열차를 무임으로 탈 수 있다. 서울 등 수도권 지하철에서 공항철도 일반열차로 갈아타면 인천공항 제1·2여객터미널역까지 추가 운임 없이 이동할 수 있다.

 

일부 어르신은 오전 9시쯤 공항에 도착해 바깥 열기가 누그러지는 오후 늦게까지 머무는 것으로 전해졌다. 집에서 공항까지 왕복 몇 시간이 걸리더라도 냉방비와 교통비 걱정 없이 한나절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이 발길을 끄는 셈이다.

 

공항까지 찾아가는 피서가 등장한 배경에는 재난 수준으로 치솟은 더위가 있다.

 

기상청은 4일 오전 11시 서울 전역에 폭염중대경보를 발효했다. 올해 6월 1일 제도가 시행된 이후 서울 전역에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것은 처음이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경기 하남 덕풍의 일 최고체감온도는 38.9도까지 올랐다. 서울 구로도 38.5도를 기록했다.

 

폭염중대경보는 기존 폭염경보를 넘어서는 최고 단계 특보다. 일 최고체감온도 35도 이상이 이틀 이상 관측된 지역에서 일 최고체감온도 38도 이상 또는 일 최고기온 39도 이상이 하루라도 예상될 때 발표된다.

 

올여름 폭염은 관측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지난 2일 경남 양산의 낮 최고기온은 42.5도까지 치솟았다. 국내 근대 기상관측이 시작된 1904년 이후 122년 만에 가장 높은 기온이다. 국내 공식 기후 관측지점에서 42도대 기온이 기록된 것도 처음이다.

 

문제는 전국에 9만곳 넘는 무더위쉼터가 운영되는데도 일부 어르신이 전철을 여러 번 갈아타며 공항까지 간다는 점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국에서 운영 중인 무더위쉼터는 9만3000여곳이다. 경로당과 주민센터, 복지관뿐 아니라 금융기관과 철도시설, 유통시설 등 민간 공간까지 쉼터로 활용하고 있다.

 

관리 상태가 모두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행안부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지방정부가 지난 4월 17일부터 5월 13일까지 사전 점검을 벌인 결과 1700여건의 미흡 사항이 확인됐다. 안내표지판이 붙지 않았거나 등록된 위치정보가 실제와 다른 경우, 시설 이용에 불편이 있는 사례 등이 포함됐다.

 

물론 1700여건 모두가 현재까지 방치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안내표지판 미부착 등 경미한 사항은 현장에서 바로잡았다. 위치 오류와 시설 이용 불편 등은 보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운영시간도 시설마다 다르다.

 

무더위쉼터는 경로당과 주민센터, 복지관, 도서관 등 기존 시설을 활용하기 때문에 문을 여는 요일과 시간이 제각각이다. 서울 도봉구의 경우 일반쉼터 대부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폭염특보가 내려지면 일부 시설은 오후 8~10시까지 운영시간을 늘리고 주말에도 추가 개방한다.

 

정부와 서울시도 폭염특보 때 쉼터의 평일 운영시간을 연장하고, 주말·공휴일 개방을 확대하고 있다. 야간 대피가 필요한 주민을 위해 자치구 청사와 숙박시설을 활용한 응급대피소도 운영 중이다.

 

넓은 공간에서 산책하고 사람과 비행기를 구경할 수 있다는 공항만의 장점도 어르신들을 끌어들이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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