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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거부권 행사 포기한 李, 행정부 수반의 직무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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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수사 폐지’ 법안 국무회의 통과
삼권분립 핵심은 입법권 오남용 견제
이젠 범죄 피해자 보호에 최선 다해야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2026.08.04.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2026.08.04. suncho21@newsis.com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핵심으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어제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성범죄 피해 여성 등 사회적 약자들의 보호와 구제를 위해 이재명 대통령이 법률안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는 삼권분립 원칙에 위협이 되거나 헌정 질서에 위반될 때 하는 것”이라며 “이 법안이 국회 입법권을 부정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삼권분립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인식이 지나치게 안이하고 편향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우리 헌법은 입법부에 대한 행정부의 견제 장치로 거부권을 뒀다. ‘대통령은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 국회로 돌려보내 재의(再議)를 요구할 수 있다’(53조 2항)는 규정이 그것이다. 이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에 무슨 까다로운 요건이라도 있는 것처럼 말했으나, 실은 국회와 의견이 다른 경우에는 거부권 사용이 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이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를 외칠 때 이 대통령은 “보완수사권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분명히 이의가 있으면서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은 앞뒤가 안 맞는 태도다.

이 대통령이 말하는 삼권분립은 마치 ‘입법부 결정을 행정부와 사법부는 마냥 존중해야 한다’는 뜻처럼 들린다. 결코 그렇지 않다. 핵심은 입법·행정·사법 삼권 간의 견제와 균형이다. 국회가 입법권을 오·남용하는 경우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등 견제 장치를 이용해 균형을 맞추는 것이 타당하다. 지난달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선 검찰 보완수사권 존치를 바라는 국민이 61%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국회 과반 다수당 지위를 악용해 보완수사권 폐지를 밀어붙인 것이 입법 폭주가 아니면 대체 무엇인가.

현직 민주당 의원임에도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에 반대해 온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그제 “이렇게 빛의 속도로 형소법이 개정된 것은 처음”이라며 “부작용이 생긴다면 빨리 고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무 부처 장관이 ‘졸속 입법’이란 점을 사실상 시인한 셈이다. 정 장관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마땅히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어야 할 일이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형소법 개정안에 반대표를 던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곧 다가올 국민의 고통이 눈에 보인다”고 말했다. 범죄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줄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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