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 투수가 던진 공이 시속 140㎞대 후반만 기록해도 ‘강속구’로 통하던 시절이 있었다. 스포츠 과학과 의학이 꾸준히 발달하고 선수들의 신체 조건도 좋아지며 ‘150㎞는 넘어야 강속구이지’ 하게 되었다. 2023년 국내 프로야구에선 시속 160㎞나 되는 쏜살같은 공을 던지는 괴물 투수가 처음 출현했다. “이젠 150㎞대 초반 정도의 구속으로는 어디 가서 ‘강속구 투수’라고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라는 말까지 나올 지경이다.
투수가 던지는 강속구가 아무리 빠르다고 해도 빛의 속도, 즉 광속(光速)에는 크게 못 미친다. 그저 못 미치는 정도가 아니고 아예 비교 대상이 안 된다. 빛은 진공 상태에서 1초에 무려 30만㎞를 간다. 불과 1초 동안 지구를 7바퀴 도는 수준이다. 우주를 연구하는 천문학에서 쓰이는 단위로 ‘광년’(光年)이란 것이 있다. 빛이 1초도 아니고 1년 365일 동안 이동하는 거리를 의미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킬로미터로 환산하면 9조4607억㎞에 이른다. 이쯤 되면 도대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힘들다. 태양계와 비교적 가까운 항성(恒星)으로 밤하늘의 별들 중에서 가장 밝게 보이는 ‘시리우스’와 지구 간의 거리가 대략 8.6광년이라고 한다.
이처럼 빠른 빛의 속도에 착안해 만들어진 스포츠 용어가 바로 ‘광탈’(光脫)이다. 광속 탈락의 줄임말인데 말 그대로 ‘빛의 속도로 탈락했다’는 뜻이다. 한국이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1954년 스위스 대회의 경우 우리 대표팀은 조별 리그에서 헝가리, 튀르키예, 서독(현 독일)과 함께 2조에 편성됐다. 헝가리에 0-9, 튀르키예에 0-7로 잇따라 대패해 2조 꼴찌로 탈락이 확정된 한국은 서독과의 3차전은 해볼 것도 없이 짐을 싸 귀국했다. 이런 게 광탈이다. 얼마 전 끝난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일본은 조별 리그를 가볍게 통과해 32강 토너먼트에 안착했다. 하지만 32강전 개막 후 두 번째 시합인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1-2로 지며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이를 두고 국내 축구 팬들은 ‘일본이 32강전에서 광탈했다’는 표현을 썼다.
최근 국회 과반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형사소송법이 개정됐다.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통해 검찰에서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한 것이 핵심이다. 1954년 형소법 제정 후 무려 72년 만의 형사사법 체계 대수술이다. 범죄 피해자들이 입을 불이익 등을 들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라는 목소리가 컸지만, 민주당은 이를 외면한 채 강행 처리를 밀어붙였다. 오죽하면 현직 민주당 국회의원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마저 반대 의견을 표명했겠는가. 그 정 장관이 3일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빛의 속도로 형소법이 개정된 것은 처음”이라며 “부작용이 생긴다면 빨리 고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속으로 만들어진 졸속 입법인 만큼 광탈도 시간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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