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분쟁 전담’ 옛 중구의회 공간 활용
범구민 서명운동에 3만2540명 동참
英·싱가포르 넘기던 국제소송 국내로
2032년 본청 개원 땐 균형발전 가속도
“항만公도 복귀해 시너지 내야” 목소리
인천은 일제강점기인 1914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경기도 인천부’가 됐다. 해방 직후인 1945년 10월10일 미 군정은 일제식 ‘부(府)’ 제도 폐지에 더해 시(市)로 고치며 지명을 ‘제물포시’로 바꿨다. 그렇게 바뀐 건 17일뿐이었다. 명칭 변경에 따른 혼란으로 같은 달 27일 제물포시는 다시 인천부로 되돌려졌다.
사라졌던 제물포라는 이름이 81년 만인 올해 7월부터 다시 공식 지명으로 불리고 있다. 인천시 행정체제 정비로 동일 생활권을 향유하는 옛 동구와 중구 내륙이 합쳐 제물포구로 출범한 것이다. 일제시대의 잔재 중 하나인 ‘동서남북 방위식 지명’을 없애자는 각계 의견까지 수렴된 결과다.
개항과 대한민국 근대화 태동지였던 제물포는 원도심 통합의 상징으로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단순 행정구역 개편이 아닌 도시의 과거 중심이었던 가치를 재창조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역사적인 전환점을 맞았다.
구는 통합 자치구 출범을 일주일 앞두고 인천 해사국제상사법원 임시청사 유치라는 결실에 이어 이젠 본청사를 유치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국내 권역별 해양물류의 헤드쿼터인 인천항만공사(IPA) 귀환을 고대하며 지역사회가 한마음 한뜻으로 뭉쳤다. 구는 두 기관을 통해 긴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 화려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다는 구상이다.
◆치열한 경쟁 속 구민들과 이뤄낸 성과
5일 구에 따르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올 6월24일 제물포구에 있는 옛 중구의회 청사를 인천해사법원 임시청사로 낙점했다. 지난 2월 해사법원을 마련하는 내용의 법원 설치법 개정안과 법원 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인천·부산에 각각 문을 열게 됐다. 첫 단계가 임시청사 조직인데 인천에서는 제물포가 품은 것이다.
해사법원은 선박 소유권 분쟁, 해상 보험 및 선박 금융 등 바다 위에서 일어나는 복잡하고 고도화된 국제 분쟁을 전담한다. 그동안 국내에는 전문 사법기관이 없다 보니 매년 수천억 원의 막대한 법률 비용을 영국, 싱가포르 등 해외에 지불해야만 했다.
앞서 수개월간 최적 입지를 둘러싸고 과열 양상이 빚어지기도 했지만 법원행정처는 실질적 항만 본거지인 제물포의 손을 잡았다. 관내 6개 자치구에서 내놓은 총 17곳의 후보지가 치열하게 부닥친 경쟁 속에서 거둔 성과다. 구는 지역에서 가장 먼저 유치 활동의 돛을 올린 바 있다.
제물포구(옛 동·중구)는 2025년 10월22일 ‘해사법원 제물포구 유치 토론회’ 개최를 시작으로 대외적 공감대 형성에 뛰어들었다. 다음 일정으로 민관 합동 유치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범구민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시민들의 동참을 얻고자 동인천역 일대에서 캠페인을 펼친 결과, 무려 3만2540명의 시민이 진심 어린 호소에 응답했다.
올해 2월24일 중·동구 주민 대표들이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최적지에 한목소리 냈고 3월 법원행정처를 찾아 주민들의 염원이 담긴 서명부도 전달했다. 민관이 함께 발로 뛴 끝에 4월 현장 실사를 거쳐 6월24일 최종 선택되는 쾌거를 거뒀다. 후보지 실사에서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지 않으면서 2028년 3월 정식 입주할 수 있다는 점 등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구의회 청사는 독립건물로 법정, 조정실, 회의실, 사무공간 등 해사법원 운영에 최적화된 공간 여건을 이미 갖추고 있다. 구는 관계기관과 긴밀히 소통하며 리모델링을 포함해 후속 절차가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전폭적으로 행정·재정적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입지 강점, 타당성… IPA 귀환 시너지
구는 2032년 독립건물로 개원할 인천해사법원 본청에도 주목하고 있다. 임시청사 유치로 대한민국 해양사법시대의 교두보를 마련한 만큼 향후 완전한 주도권을 쥐겠다는 포부를 감추지 않는다. 이를 가능케 할 전담 태스크포스는 벌써 가동 중이다. 범구민 5만명 서명운동은 이미 돌입했으며, 여러 단체·기관의 릴레이 지지선언 추진을 준비 중이다.
구는 해사법원 본청이 제물포에 둥지를 틀어야 할 이유를 다음과 같이 나열한다. 첫째, 제물포는 우리나라 근대 해운산업과 사법 역사의 출항지이다. 지금도 일대에는 해사 분쟁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인천항 내항과 맞닿아 있다. 인천지방해양수산청,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인천본부세관 등 핵심 조직들이 밀집해 있다.
촌각을 다투는 사건에서 항만 현장 및 관련 행정기관과 법원 간 지리적 근접성은 신속하고 정확한 분쟁 해결의 최고 요건이다. 또한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을 모두 이용하기 편리한 지리적 요충지로 해외 선주나 국제 소송 당사자들의 접근성이 뛰어나다고 구는 분석했다.
다음으로 구는 ‘상생’이란 헌법적 가치의 실현을 강조한다. 헌법 제123조 제2항은 ‘국가는 지역 간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인천의 많은 인프라와 공공기관이 송도·청라의 신도시에 집중된 게 사실이다. 반면 낙후된 제물포는 잠재적 성장률이 낮아 새로운 생명력과 가능성을 임의·지속적으로 주입해야 한다.
해사법원은 이런 역할을 무리 없이 해낼 수 있는 현명한 국가 전략자산이라고 구는 판단한다. 구는 양질의 일자리 부족으로 청년 인구 유출이 지속 중인 상황에서 이 분야 변호사, 변리사, 공증인, 손해사정사 등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가 상주할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동시에 구는 IPA 움직임을 눈여겨보고 있다. 인천 연수구 송도에 위치한 해양수산부 산하 공기업인 IPA는 2005년 설립 이후 15년가량 옛 중구 신흥동 정석빌딩 내 자리했다. 그러다 2020년 송도의 IBS타워로 옮긴 상태다. 정치권에서는 내항을 비롯한 해양물류 거점이 모인 제물포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됐다.
구 관계자는 “IPA 제물포 이전이 확정된다면 해사법원 본청 유치도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며 “소속 정당이나 진영을 떠나 인천의 모든 정치인이 하나로 뭉쳐 제물포구를 위해 온 힘을 쏟아야 할 ‘골든타임’임에 분명하다”고 말했다.
◆김찬진 인천 제물포구청장 “인천 3·4호선 확충 역점 행정·복지 격차 없앨 것”
“수십 년간 서로 다른 생활권에서 살아왔습니다. 진정한 ‘하나 된 제물포구 구민’으로 유대감과 공동체 의식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김찬진(사진) 인천 제물포구청장은 주민 간 화합과 화학적으로 조화롭게 합쳐지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꼽았다. 1995년 민선 지방자치 출범 이후 31년간 유지돼 온 기존 행정체계를 전면 개편한 인천에서 김 구청장은 올해 7월 초대 제물포구 수장을 맡았다.
김 구청장은 5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현재 물리적인 통합은 사실상 마무리됐다”며 “지역 사이의 복지·행정서비스 격차를 서둘러 없애 불만이 생기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민선 8기 옛 동구에서 호응이 높았던 ‘김찬진표’ 정책들이 구민 일상으로 스며들도록 박차를 가한다. 임플란트 등 치아 보철 비용을 최대 80만원까지 보태주는 치과 치료비 지원이 대표적이다. 치과의사 출신의 전문성과 전임 시절 성과를 이어간다는 복안이다.
김 구청장은 “고령층과 취약계층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전 구민 무료 예방접종 및 어르신 품위유지비 같은 혜택이 공정하게 돌아가도록 할 것”이라며 “이와 함께 주민이 직접 나서는 다양한 문화·체육·소통의 장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구청장은 교통망 확충에 역점적으로 나선다. 관내 서부권과 남부권을 크게 도는 인천순환 3호선 유치와 인천 4호선(연안부두역) 신설, 부평연안부두선 트램 조기 도입 등에 행정력을 모은다. 또 내항 1·8부두에 이은 2∼7부두의 단계적 개발 추진으로 해양 수변도시를 완성하겠다는 의지다.
학부모와 청년이 들어오고 어르신이 행복한 정주여건 혁신을 이룬다는 게 그의 중장기 비전이다. 아울러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고 활력 넘치는 재탄생에도 집중한다.
곳곳에 산재해 있는 역사·관광벨트를 잇고 콘텐츠화해 수도권 주민들이 찾아오는 곳으로 탈바꿈시킨다는 전략이다.
김 구청장은 “원도심의 인구 감소와 소멸 위기는 단순히 건물만 짓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교육·일자리를 포함한 다방면이 효율적으로 어우러져야 한다”며 “제물포구를 다시 한번 인천의 당당한 중심이자 주인공으로 세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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