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극소수 극단주의자 소행”…기독교계 “사회 전반 혐오 심각”
최근 이스라엘 청년층 사이에서 기독교인과 교회를 대상으로 한 침 뱉기와 욕설, 기물 훼손 등 반기독교 혐오 행위가 늘어나면서 종교 갈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독교계는 극단주의 세력을 중심으로 혐오가 확산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이스라엘 정부는 일부 극단주의자의 일탈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예루살렘과 이스라엘 내 기독교 성지를 중심으로 성직자와 순례객을 대상으로 한 침 뱉기, 욕설, 위협, 교회 기물 훼손 등의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과거에는 산발적으로 발생하던 이러한 행위가 최근에는 예루살렘 구시가지와 기독교 성당, 수도원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목격되고 있다.
팔레스타인계 주민이 많이 거주하는 동예루살렘과 예루살렘 구시가지에는 기독교와 유대교, 이슬람교의 주요 성지가 밀집해 있으며 세계 각국의 순례객과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WSJ는 지난 5월 14일 ‘예루살렘의 날(Jerusalem Day)’ 행사 당시 이스라엘 청년 수천 명이 구시가지를 행진했으며, 이날 오후 아르메니아 사도교회 성당 주변에서만 최소 12건의 침 뱉기 행위가 확인됐다고 전했다.
‘예루살렘의 날’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6일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과 구시가지를 점령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매년 수많은 유대교 신자들이 이 지역을 행진하며,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이를 정치적·종교적 도발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부 청소년들은 교회 문을 두드리며 “안에 기독교인이 있느냐”고 묻고 침을 뱉겠다는 의사를 드러냈으며, 기독교인을 ‘우상숭배자’라고 부르며 이를 종교적 의무라고 주장했다고 WSJ는 전했다.
기독교계는 이러한 사건이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종교적 편견과 혐오가 심화된 결과라고 우려한다.
기독교 혐오를 연구하는 이스라엘 학자 이스카 하라니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기독교인이거나 기독교인으로 보이는 사람은 누구나 표적이 되고 있다”며 “이 같은 행동을 하는 종교적 유대인의 수가 늘고 있지만 이스라엘 당국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라니가 설립한 ‘종교자유데이터센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이스라엘에서 발생한 반기독교 사건은 10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대부분의 사건은 예루살렘 구시가지와 인근 지역에서 발생했으며, 침 뱉기와 “기독교인에게 죽음을” 같은 혐오 표현을 동반한 언어폭력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수도원에 쓰레기를 투기하거나 십자가와 성모상 등 기독교 상징물을 훼손하는 사례도 보고됐다.
성모 마리아 영면 수도원의 니코데무스 슈나벨 원장은 “이제는 사람들이 나에게 침을 뱉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라며 상황이 크게 악화됐다고 말했다.
논란은 정치권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극우 성향의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도 과거 기독교인을 향한 침 뱉기를 두고 논란이 되는 발언을 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반면 이스라엘 정부는 기독교인을 겨냥한 혐오 행위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관련 범죄를 수사하고 종교시설 보호를 강화하고 있다면서도, 일부 극단주의자의 행동을 이스라엘 사회 전체의 모습으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양극화와 종교 민족주의 강화가 일부 극단주의 세력의 행동을 부추긴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정부는 일부 극단주의자의 일탈일 뿐 사회 전체의 문제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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