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경제 문제 얽히며 교외 지역 확산
한국계 프란체스카 홍, 데이터센터 반대
주민 반대 의식해 공화당 일각도 반대 입장
민주당 중도 진영에선 ‘현실론·신중론’ 목소리
美슐랭 <오늘의 미국을 이해하는 엄선된 이야기>
※‘美슐랭’은 미국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이야기를 엄선해 전하는 코너입니다. 워싱턴 특파원이 빠르게 소비되는 뉴스를 넘어, 오늘의 미국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맥락과 시각을 전합니다.
미국의 상·하원 의원, 주지사 등을 뽑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3개월 앞두고 데이터센터가 선거의 쟁점이 되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뒷받침하는 주요 인프라인 데이터센터가 미국 곳곳에서 건설되고 있거나 건설 계획 중인데, 이와 관련된 갑론을박이 환경·일자리·주민 재산권 문제 등과 얽히며 주요 선거 쟁점으로 부상한 것이다.
데이터센터 건설에 가장 먼저 선명한 ‘반기’를 내걸어 이 흐름을 시작한 쪽은 미국민주사회주의자(DSA·Democratic Socialists of America)를 비롯한 민주당 내 진보 진영이다. 한국계인 프란체스카 홍 민주당 위스콘신 주하원의원(위스콘신 제 76구) 등 진보 후보들이 데이터센터 건설 반대를 주요 의제로 내걸고 있다.
하지만 이해관계는 단순하지 않다. 일자리 증가, 경제 부흥 등을 이유로 데이터센터를 찬성하던 정치인들도 주민들의 반대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면서 입장을 바꾸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보인다. 일각에선 일부 후보들이 내세우는 데이터센터 건설 전면 중단 등이 ‘포퓰리즘’이라고 공격한다. 공화당, 민주당 할 것 없이 각 지역에서 데이터센터 건설의 경제적 이점, 지역 주민들의 반발 등이 얽히며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선거전이 복잡하게 전개되는 것이다.
◆캔자스 선거의 ‘핵’ 된 데이터센터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일(현지시간)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논쟁이 캔자스 주지사 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미 중부 캔자스는 농업·에너지 중심의 대평원 지역이다. 캔자스주에는 현재 약 40개의 데이터센터가 운영되고 있으며, 추가 건설 계획도 다수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투자 유치와 일자리 증가를 바라고 시작한 데이터센터 건설이 실제 건설 과정에서 재산권 침해, 소음 등의 문제로 주민 반발을 불러일으키면서 지역 정치가 복잡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 지역에선 공화당 주지사 후보로 같은 당 주 상원의장 타이 매스터슨에 도전장을 내민 사업가 필립 사네키가 30만 달러 이상을 들여 매스터슨을 공격하는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매스터슨이 지난해 데이터센터 건설을 확대하고 개발업체에 20년간 세금 감면을 제공하는 법안에 찬성표를 던졌다는 이유에서다. 사네키는 매스터슨이 빅테크 기업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는 데이터센터 건설 자체를 반대하진 않지만, 5년의 건설 유예를 주장하고 있으며 주민들의 재산권을 더 보호하는 방식으로 데이터센터 건설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역시 주지사 선거에 나선 민주당의 신디 홀셔 주 상원의원은 데이터센터 건설 확대 법안에 지난해 찬성했지만, 현재는 데이터센터 건설을 일시 중단하는 유예 입장으로 돌아섰다. 이 입장은 풀뿌리 민주당 지지층의 호응을 얻고 있지만, 경쟁 후보들은 홀셔가 선거를 앞두고 입장을 바꿨다고 공격하고 있다. 홀셔는 과거 찬성표를 던진 것에 대해 “후회한다”며 지금의 입장은 각 지역을 돌고 타운홀미팅을 통해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내린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폴리티코는 캔자스 주지사 선거가 “데이터센터 정치가 얼마나 복잡하고 분열적인 이슈가 되었는지”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토피카를 비롯한 일부 캔자스주 지역 당국은 사업의 영향을 검토하고 규제 방안을 마련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1년간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을 중단하는 모라토리엄을 시행하기도 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진보·중도 대립
캔자스주처럼 공화당과 민주당 할 것 없이 데이터센터 건설에 부정적인 후보가 늘어나는 지역도 있지만, 데이터센터 건설을 가장 선명하게 비판하고 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가져온 정치 진영은 역시 민주당 내 민주사회주의진영이다. 선명한 진보적 색채를 배경으로 이번 선거에서 영향력을 확산하고 있는 민주사회주의진영은 데이터센터 건설 반대를 일찌감치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 중에서도 전국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인사가 위스콘신주의 민주당 주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프란체스카 홍 위스콘신 주하원의원이다. 그는 최근 주요 여론조사에서 같은 당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가 지난 1월 발표한 ‘컨트롤-알트-딜리트(Control-Alt-Delete)’ AI 정책은 새로운 데이터센터 건설을 일시 중단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홍은 경제·국제 전문지 세마포 인터뷰에서 선거운동을 하다 만난 시골 지역 유권자들이 전국적으로 빠르게 늘어나는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막을 방법이 없느냐고 물어왔기 때문에 이 문제를 주요 의제로 떠올리게 됐다고 밝혔다.
미시간에서도 진보 후보들이 데이터센터 규제 이슈를 선점했다. 미시간주 제7구 하원의원 선거 민주당 예비경선에 출마한 윌 로런스 선라이즈무브먼트 대표는 6월 첫 TV 광고에서 푸른 들판이 갈색으로 변하는 장면을 보여주며 데이터센터 건설 반대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로런스가 데이터센터 건설을 반대하는 이유는 환경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늘어나는 전기세는 주민들이 부담하고 이익은 빅테크 기업들이 본다고 주장했다.
로런스는 같은 미시간주의 현 민주당 주지사인 그레천 휘트머 주지사가 데이터센터 건설을 추진하는 것을 강력 비난하기도 했다. 휘트머 주지사는 중도 성향으로, 차기 민주당 대선 주자 중 한 명으로도 꼽히며 실용적 성향이다. 휘트머 주지사는 최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미시간 앤아버 서쪽 살린타운십에 들어설 160억달러 규모의 오픈AI·오라클 데이터센터 착공식에 참석했는데, 로런스는 이와 관련 “민주당 지지층의 분노가 소셜미디어에서 엄청났다”고 말했다.
실제 주정부를 운영하는 휘트머 주지사가 데이터센터 유치에 나선 것처럼, 민주당 중도파 후보들은 지역경제와 일자리 등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민주사회주의 진영보다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홍과 경쟁하는 데이비드 크롤리 밀워키 카운티 행정책임자는 후보 토론회에서 홍이 주장하는 주 전역의 데이터센터 건설 중단은 이를 원하는 지역사회까지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며 “이 문제는 매우 복합적이지만, 어떤 사람들은 정치를 가능한 한 흑백논리로 만들고 싶어한다”고 비판했다. 홍과 같은 매디슨 지역을 정치적 기반으로 하는 켈다 로이스 민주당 소속 위스콘신주 상원의원도 홍의 데이터센터 모라토리엄 법안에는 공동발의자가 9명인 반면, 별도의 데이터센터 규제 법안에는 49명이 참여했다며 홍의 정책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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