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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6억 베팅했는데 다음날 -60%”…반도체 곱버스 개미들 ‘400억 날벼락’ [숫자 뒤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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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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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순매수 736억원…종가 하락률 단순 적용 시 평가액 402억원 감소
SK하이닉스·삼성전자 곱버스 59.95%·52.61% 급락하며 나란히 반토막
현금 3000만원 규제 첫날 거래대금 12조4000억원에서 3조원으로 급감

“하루 만에 -59.95%.”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지난달 31일 급반등하면서 두 종목의 하락에 2배로 베팅하는 단일종목 인버스 ETF가 하루 만에 50~60% 급락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지난달 31일 급반등하면서 두 종목의 하락에 2배로 베팅하는 단일종목 인버스 ETF가 하루 만에 50~60% 급락했다. 연합뉴스

지난 31일 ‘SOL SK하이닉스선물단일종목인버스2X’ 종가 화면에 찍힌 낙폭이다. 삼성전자 하락에 2배로 베팅하는 ‘PLUS 삼성전자선물단일종목인버스2X’도 52.61% 떨어졌다.

 

충격이 더 컸던 이유는 불과 하루 전 개인투자자들이 두 상품을 대거 사들였기 때문이다. 30일 개인 순매수액은 SK하이닉스 곱버스 208억원, 삼성전자 곱버스 528억원으로 총 736억원에 달했다.

 

반도체주가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하락에 베팅했지만, 이튿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폭등하면서 곱버스 가격은 순식간에 반 토막이 났다.

 

◆개미들 정말 400억원 잃었나?

 

시장 방향은 24시간 만에 정반대로 뒤집혔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보다 29.95% 오른 171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상한가다. 삼성전자도 26.81% 급등한 26만2500원을 기록했다.

 

두 종목이 치솟자 하락에 2배로 베팅하는 상품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SK하이닉스 곱버스는 59.95%, 삼성전자 곱버스는 52.61% 급락했다.

 

30일 개인 순매수액에 이튿날 종가 하락률을 단순 적용하면 SK하이닉스 상품은 약 124억7000만원, 삼성전자 상품은 약 277억8000만원 줄어든 것으로 계산된다. 합계는 약 402억5000만원이다.

 

약 402억원을 개인투자자들의 실제 손실액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순매수액은 하루 동안 개인이 사들인 금액에서 팔아치운 금액을 뺀 집계치다. 투자자별 매수가격과 31일 장중 매도 여부, 기존 보유 물량은 확인할 수 없다.

 

402억원은 30일 순매수액 전부가 종가 수준에서 매수돼 이튿날 장 마감까지 유지됐다고 가정한 단순 환산치다. 실제 손실 규모는 투자자별 매매 시점과 보유 물량에 따라 이보다 크거나 작을 수 있다. 즉 ‘400억원 증발’은 확정된 손실액이 아닌 종가 하락률을 단순 적용해 추산한 평가액 감소분이다.

 

◆사상 최대 실적에도 급락…곱버스 거래대금 이틀새 11조원

 

하락 베팅이 몰린 계기는 29일 SK하이닉스 주가 급락이었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매출 79조3187억원, 영업이익 60조5426억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영업이익률은 76%에 달했다.

 

그런데도 주가는 흔들렸다. 실적이 높아진 시장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평가와 함께, 콘퍼런스콜에서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추가 주주환원 방안이 제시되지 않은 점 등이 실망 매물을 키운 요인으로 거론됐다.

 

29일 SK하이닉스는 장중 124만6000원까지 밀렸다. 종가는 140만1000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9.61% 하락했다.

 

주가가 흔들리자 추가 하락에 베팅하는 거래가 폭발했다. SK하이닉스 곱버스 거래대금은 29일 5조9032억원, 30일 5조133억원으로 이틀간 10조9165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이 금액을 모두 새로 유입된 투자금으로 볼 수는 없다. 거래대금은 같은 자금과 물량이 하루에도 여러 차례 사고팔릴 때마다 반복 집계된다. 단기 매매가 활발할수록 실제 신규 유입 자금보다 거래대금이 훨씬 크게 나타날 수 있다.

 

단일종목 상품의 몸집도 빠르게 불어났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관련 상품 16개의 시가총액은 5월 27일 상장 당시 4조4000억원에서 7월 15일 11조9000억원으로 2.7배 늘었다. 하루 거래대금도 5월 27일 10조4000억원, 7월 15일 13조원에 달했다.

 

◆현금 3000만원 문턱 세우자 거래대금 4분의 1로

 

과열되던 시장에는 31일부터 강화된 기본예탁금 규제가 적용됐다. 개인 일반투자자가 국내외에 상장된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을 새로 사거나 추가 매수하려면 계좌에 현금 3000만원을 갖춰야 한다.

 

기존에는 현금과 함께 주식·ETF·채권 등 대용증권 시가의 70%를 포함해 기본예탁금 1000만원을 채울 수 있었다. 이제는 대용증권이 빠지고 현금만 인정된다.

 

보유 주식을 팔았더라도 매도 당일에는 현금 예탁금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결제가 끝나 실제 현금이 들어오는 2영업일 뒤부터 인정된다. 매도대금을 담보로 받은 대출금도 기본예탁금에서 제외된다. 기존 상품을 파는 데에는 3000만원 요건이 적용되지 않는다.

 

거래대금은 급감했다. 31일 삼성전자·SK하이닉스 관련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16개의 거래대금은 약 3조원으로 집계됐다. 전날 12조4000억원의 4분의 1 수준이다.

 

하루치 거래만으로 규제 효과를 단정하기는 이르다. 같은 날 반도체주가 20~30% 급등하면서 투자 심리와 매매 방향이 급변한 영향도 겹쳤다. 금융당국은 시장 불안이 이어질 경우 추가 보완책을 검토할 방침이다.

 

◆“하락 맞혔는데도 손실?”…곱버스의 복리 함정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두고 “상장폐지가 아닌 자연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투자자들에게만 부탁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운용사와 유동성공급자(LP), 약간의 제도상 도움만 있으면 가능하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0일에도 “결론은 개별종목 레버리지와 인버스 2배 ETF에는 투자하지 말라는 이야기”라며 “시간이 흘러 원주가 제자리에 와도 ETF 가격은 제자리에 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해당 게시물은 이후 삭제됐다.

 

단일종목 곱버스는 해당 주식의 장기 하락률을 단순히 두 배로 키우는 상품이 아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관련 선물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역방향으로 두 배 추종한다.

 

구조를 단순화하면 기초자산이 100에서 130으로 30% 오를 때 인버스 2배 상품은 100에서 40으로 60% 떨어진다. 이후 기초자산이 130에서 다시 100으로 돌아오더라도 하락률은 23.08%다.

 

이때 상품은 46.16% 오르는 데 그쳐 가격이 약 58.5에 머문다. 기초자산은 제자리지만 상품에는 40% 넘는 손실이 남는 셈이다.

 

여러 날 보유하면 매일의 수익률이 복리로 쌓이기 때문이다. 기초자산이 큰 폭으로 오르내릴수록 누적수익률은 기초자산 장기 등락률의 단순한 ‘마이너스 두 배’에서 멀어질 수 있다.

 

현금 3000만원의 기본예탁금 요건이 생겼지만 단일종목 인버스 2배 ETF의 구조적 위험은 달라지지 않았음을 표현한 이미지. ChatGPT 생성 이미지
현금 3000만원의 기본예탁금 요건이 생겼지만 단일종목 인버스 2배 ETF의 구조적 위험은 달라지지 않았음을 표현한 이미지. ChatGPT 생성 이미지

곱버스가 현물 주가가 아닌 선물로 구성된 기초지수를 추종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현물과 선물 가격의 움직임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선물 만기 교체에 따른 손익과 운용보수, 추적오차도 실제 수익률에 영향을 준다.

 

31일 기록한 약 60%의 하락은 상품이 고장 나서 발생한 손실이 아니다. 기초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역방향으로 두 배 추종하도록 설계된 구조가 그대로 작동한 결과다.

 

현금 3000만원이라는 문턱은 세워졌다. 그러나 투자 여력이 크다고 상품의 구조적 위험까지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 규제가 바꾼 건 ‘누가 들어올 수 있느냐’일 뿐, 들어선 뒤 감당해야 할 낙폭은 그대로다. 문턱은 높아졌지만 낭떠러지는 여전히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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