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 300㎎ 섭취 뒤 포도당 부하…2시간 혈당 반응 약 50%↑
뜨거운 물 마신 조건보다 혈당 반응 커져…잠 설친 날 공복 커피 주의
“잠 설친 다음날 ‘모닝커피’부터 마셨더니?”
잠을 설친 다음 날 아침, 빈속에 진한 블랙커피부터 마시면 이후 섭취한 포도당에 대한 혈당 반응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커피를 마신 뒤 혈당 수치가 50% 치솟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잠을 설친 뒤 뜨거운 물을 마셨을 때와 비교해, 포도당 섭취 후 2시간 동안 혈당이 얼마나 높게, 오래 유지됐는지를 합산한 값이 약 50% 컸다는 뜻이다.
실험에 사용된 음료도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아니라 카페인 약 300㎎이 든 뜨거운 인스턴트 블랙커피였다. 비교 대상 역시 디카페인 커피가 아닌 뜨거운 물이었다.
◆잠 설친 뒤 커피 마셨더니…혈당 반응 50% 커져
영국 배스대 연구진은 건강한 성인 남녀 29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교차시험을 진행했다. 참가자의 평균 연령은 21세였다.
같은 참가자가 서로 다른 날 세 가지 조건에 각각 참여했다. 평소처럼 약 8시간 잠을 잔 뒤 뜨거운 물을 마시는 조건, 밤새 한 시간마다 5분씩 깬 뒤 뜨거운 물을 마시는 조건, 같은 방식으로 잠을 설친 뒤 블랙커피를 마시는 조건이었다.
커피는 인스턴트커피 8.8g을 물 300㎖에 탄 것으로 카페인 함량은 약 300㎎이었다. 참가자들은 커피나 뜨거운 물을 10분 동안 마시고 30분 뒤 포도당 75g을 섭취했다.
커피나 물을 마시기 전 혈당은 세 조건에서 차이가 없었다. 음료를 마신 뒤 포도당을 섭취하기 전까지도 유의한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블랙커피 자체가 마시자마자 혈당을 끌어올린 것은 아니었다.
차이는 포도당을 섭취한 뒤 나타났다. 잠을 설친 뒤 커피를 마신 조건의 2시간 혈당 증가 면적은 196.6으로, 잠을 설친 뒤 뜨거운 물을 마신 조건의 130.3보다 약 50.9% 컸다.
혈당 증가 면적은 특정 시점의 혈당 수치가 아니다. 포도당 섭취 후 2시간 동안 혈당이 기준치보다 얼마나 높게, 얼마나 오래 유지됐는지를 합산한 값이다. ‘혈당이 50% 올랐다’거나 ‘최고 혈당이 50% 높아졌다’는 뜻은 아니다.
◆숙면 후 커피 조건 없어…결과는 ‘잠 설친 아침’에 한정
눈여겨볼 점도 있다. 평소처럼 잠을 잔 뒤 뜨거운 물을 마신 조건의 혈당 증가 면적은 153.1이었다. 잠을 설친 뒤 커피를 마신 조건의 196.6보다 낮았지만, 두 조건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잠을 설친 뒤 뜨거운 물을 마신 조건과 평소처럼 잔 뒤 뜨거운 물을 마신 조건 사이에도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이번 실험에서는 한 시간마다 잠깐씩 깬 것만으로 다음 날 포도당 처리 능력이 뚜렷하게 나빠지지는 않았다는 의미다.
실험에는 평소처럼 잠을 잔 뒤 커피를 마시는 조건이 없었다. 혈당 반응 증가가 커피 자체의 영향인지, 수면 방해와 카페인이 겹친 결과인지는 이번 연구만으로 구분하기 어렵다.
연구 결과를 일상적인 아침 식사에 그대로 적용하기도 어렵다. 참가자들이 섭취한 것은 단백질과 지방이 섞인 식사가 아니라 포도당 75g이었다. 참가자도 평균 21세의 건강한 성인 29명에 불과했다.
카페인 300㎎도 적은 양은 아니다. 시중 커피는 종류와 크기, 추출 방식에 따라 카페인 함량이 크게 달라진다. 이번 결과를 모든 아이스 아메리카노나 모든 연령대에 똑같이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다.
◆한 번 오른 혈당만 보고 당뇨병 판단 못 해
이번 실험에서는 카페인이 포도당 반응에 영향을 미치는 정확한 과정까지 확인하지는 않았다. 연구진은 카페인이 아데노신 수용체를 차단하고 아드레날린 분비를 자극하는 점을 가능한 원인으로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인슐린 작용과 근육의 포도당 흡수가 일시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커피 한 잔이 당뇨병을 일으킨다는 의미는 아니다. 카페인을 한 번 섭취한 뒤 몇 시간 동안 나타나는 급성 반응과 수년에 걸친 커피 섭취 습관의 영향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
이번 연구는 연속혈당측정기(CGM) 연구도 아니었다. 연구진은 정맥혈을 채취해 혈장 포도당을 측정했다. 개인이 CGM에서 확인한 한 차례의 혈당 상승을 이번 결과와 곧바로 연결하기 어려운 이유다.
미국당뇨병학회의 2026년 진료지침도 CGM을 당뇨병 전단계나 당뇨병의 선별·진단에 사용할 근거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당뇨병 진단에는 의료기관에서 시행하는 당화혈색소와 공복혈당, 경구포도당부하검사 등이 사용된다. 뚜렷한 고혈당 증상이 없다면 다른 검사나 반복검사로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
커피를 마신 뒤 비슷한 혈당 상승이 반복된다면 전날 수면 상태와 커피를 마신 시각, 카페인 함량, 식사 내용, 스트레스와 활동량을 함께 기록하는 것이 좋다. 당뇨병이나 당뇨병 전단계가 있다면 커피 한 잔만 원인으로 단정하지 말고 의료진과 전체적인 혈당 흐름을 살펴야 한다.
이번 연구가 보여준 것은 잠을 설친 날 공복에 카페인이 많이 든 블랙커피를 먼저 마시면 이후 포도당에 대한 혈당 반응이 일시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모닝커피가 혈당을 50% 끌어올린다’거나 ‘커피가 당뇨병을 부른다’는 결론은 아니다.
잠을 설친 아침이라면 커피부터 찾기보다 물과 식사를 먼저 챙기는 편이 혈당 부담을 줄이는 선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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