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간 추가수사 요구 반복 우려
불송치 땐 피해자가 직접 나서야
피의자, 법률비용 급증 악용 가능
與 “7대범죄 전건송치법 9월 처리”
요구받은 날부터 1개월 내 통보
검사 “보완수사 주장 땐 어려워”
檢, 송치건 사실관계 확인만 가능
법원도 심리 지연 가능성 우려
검찰동우회, 李 거부권 행사 요구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지난달 31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형사사법체계가 72년 만에 대전환을 맞았다. 오는 10월2일부터 수사 기능은 사실상 경찰 중심으로 재편되고, 검사는 경찰에 보완수사와 재수사만 요구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수사 지연과 피해자 보호 약화, 경찰 수사에 대한 견제 기능 약화 등 그동안 제기돼 온 우려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개정안 통과로 검사는 직접수사와 보완수사를 할 법적 근거를 잃게 됐다. 개정안은 검사의 수사권을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196조를 삭제했다. 검사는 또한 독자적으로 체포·구속·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수 없고, 경찰 등 수사기관이 신청한 영장만 법원에 청구할 수 있게 됐다.
법조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이른바 ‘사건 핑퐁’ 현상이다. 검사는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없고 경찰에 재수사만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경찰이 보완수사를 마쳐 송치하더라도 검사가 미흡하다고 판단하면 다시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해야 한다. 이러한 절차가 반복될 경우 사건 처리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개정안은 사건 지연을 막기 위해 경찰이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를 받은 날부터 원칙적으로 1개월 안에 이를 이행하고 결과를 통보하도록 했다. 경찰 신청이나 검사의 판단에 따라 한 차례 연장이 가능해 최장 2개월까지 보완수사를 할 수 있다. 기존 수사준칙상 3개월 이내였던 보완수사 이행기간을 단축한 것이다. 경찰이 정당한 사유 없이 보완수사 요구를 이행하지 않으면 검사는 사건 담당자를 변경하거나 징계를 요구할 수도 있다. 다만 검사의 징계 요구는 강제력이 없는 권고에 그친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장치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기존에도 보완수사 미이행에 대해 징계를 요구할 권한은 있었지만 실제 활용 사례는 거의 없었다”며 “경찰이 형식적으로 수사를 진행한 뒤 보완수사를 마쳤다고 주장하면 현실적으로 제재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보완수사 요구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사례도 적지 않다. 최근 대검찰청이 2021~2024년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했지만 결과가 회신되지 않은 장기 미통보 사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약 1000건이 확인됐다. 대검은 경찰청에 사건 진행 상황 파악을 요청했으며, 이 가운데 일부는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것으로 전해졌다.
개정안은 검사가 공소제기나 재수사 요구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사건 관계인의 의견을 듣거나 자료를 제출받는 ‘사실관계 확인’ 절차를 신설했지만, 이 과정에서 확보한 진술이나 자료는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피의자를 강제로 소환하거나 조사할 권한도 없다.
일선의 한 부장검사는 “반면 피해자들은 경찰, 검사에게 각각 조사를 받으면서 이중 조사를 받게 되는데, 검사에게 얘기한 것은 증거 능력이 없으니 재판에도 출석해서 진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범죄 피해자들의 부담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의 지휘·감독 공백에 따른 경찰의 수사 부실과 이로 인한 증거 소실은 범죄 피해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이다. 개정안은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해 고소인 등이 3개월 안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수사기록 열람·등사 신청’과 ‘검사 면담 요청’을 통해 의견을 진술할 수 있는 절차를 새로 마련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직접 증거를 확보하고 법률적 대응을 해야 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변호사 선임과 법률비용 부담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검찰 출신 안영림 변호사는 “수사가 미흡하게 이뤄졌다면 3개월 안에 피해자 측이 필요한 증거를 확보해 이의신청을 준비하기는 쉽지 않다”며 “경제적 여력이 없는 피해자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사건 처리가 지연되는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범죄 피해자를 대리해 온 오지원 변호사도 “수사진행 주요 사항을 피해자에게 통지하고 불송치 사건의 주요 수사기록을 충분히 설명하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며 “수사지연과 부실수사를 막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수사에 대한 불복 절차 신청은 크게 늘어난 상태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경찰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은 2021년 2만7262건에서 지난해 5만6165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법조계에선 개정안에 새롭게 추가된 ‘공소기각 사유’ 규정과 관련해서도 ‘중대한 위법 수사’나 ‘소추 재량권의 현저한 일탈’ 기준이 모호해 피의자들이 재판 지연에 악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개정안 통과 당일 사의를 표명하며 “검사가 수사기록에만 의존해 기소 여부를 결정할 수밖에 없고 피해자 보호에 충실하기 어려우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비효율적인 구조”라고 지적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새 제도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나타난다면 신속하게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도 성명을 내고 “범죄 피해자 보호와 형사사법체계 전반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러한 우려에 대해 “사실과 다른 왜곡”이라고 반박하며 제도 시행에 따른 수사 공백을 막기 위해 후속 입법을 서두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아동학대·가정폭력·성폭력·스토킹·장애인·노인학대 등 7대 범죄는 경찰이 불송치하더라도 반드시 검사에게 넘기도록 하는 이른바 ‘전건송치’ 법안을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고, 형사소송법 개정에 연동되는 190여개 법률도 법 시행 전까지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법률에 대한 권한쟁의심판과 헌법소원, 위헌법률심판까지 법적으로 다툴 생각”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라 헌재에서 다툼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을 맡았던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형소법은 헌법의 강을 건너야 한다”며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헌재가 최대한 빨리 결론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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