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선발진 부진에 ‘단비’
두산전 연장 끝 2-2 무승부
프로야구 LG는 지난달 16일부터 시작된 후반기에서 최악의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선발진의 부침이다. 지난달 16일부터 31일까지 13경기에서 LG의 팀 평균자책점은 7.18로 10개 구단 유일의 7점대에 그쳐 있다.
전반기를 선두 삼성에 승차 없이 승률에서 뒤진 2위로 마쳤던 LG였지만, 13경기 3승10패에 그치면서 선두권 경쟁에서 멀어졌고, 이젠 4위 그룹인 두산, KIA의 추격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까지 몰렸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LG는 우완 불펜 외인 약셀 리오스를 방출하고 미국 메이저리그(MLB) 통산 112승을 거둔 카를로스 카라스코(사진)를 영입했다.
KBO리그 입성 외인 중 이름값만 보면 최고 수준이지만, 1987년생으로 곧 불혹을 바라보는 베테랑으로 전성기 시절의 구속을 잃어버린 카라스코가 과연 통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많았다.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 도입으로 최근 외인 투수 트렌드는 이름값은 다소 떨어져도 시속 150㎞을 훌쩍 넘는 강속구를 높은 코스로 때려 박아 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할 수 있는 영건들을 영입하는 게 대세였기 때문.
당장 지난 시즌 대체 외인으로 LG에 입단해 통합우승을 이끈 앤더스 톨허스트도 MLB 등판 경험은 한 번도 없지만, 시속 150㎞를 넘나드는 포심 패스트볼로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빅리그 통산 112승의 카라스코는 단 한 번의 등판으로 자신을 둘러싼 의구심을 말끔히 잠재웠다. 지난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원정경기에서 KBO리그 데뷔전을 치른 카라스코는 7이닝 동안 피안타는 물론 4사구 하나조차 허용하지 않는 ‘퍼펙트’ 피칭을 선보였다.
게다가 7이닝을 던지는 동안 소요된 카라스코의 투구수는 단 74구에 불과할 정도로 효율적이었다.
시속 150㎞를 넘는 강속구는 하나도 없었지만, 카라스코는 투심, 커터 등 변형 직구와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등 다양한 변화구들을 빼어난 제구력을 앞세워 스트라이크 존 구석구석에 찔렀다.
공 자체가 빠르진 않아 눈에 잘 보이다 보니 두산 타자들의 방망이는 이른 카운트에 나왔지만, 대부분 배트 중심에 정확히 맞춰내지 못했다. 그만큼 카라스코의 제구력은 예리했다.
경기 전 염경엽 LG 감독이 첫 등판임을 감안한 관리 차원으로 투구수를 70구 정도로 제한하겠다고 공언했기에 8회부터는 마운드를 사이드암 불펜 우강훈에게 넘겼지만, 투구수 제한이 없었다면 KBO리그 역사상 최초의 9이닝 퍼펙트도 달성할 수 있었을 정도로 환상적인 데뷔전이었다.
카라스코의 7이닝 퍼펙트에도 불구하고 LG는 우강훈과 마무리 손주영이 8회에 난타를 당하며 2-2 동점을 허용했고, 결국 연장 11회까지 접전 끝에 2-2 무승부를 기록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비록 데뷔전에서 불펜진의 방화로 승리투수가 되는 데 실패했지만, 카라스코는 LG 선발진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 만한 기량을 선보였다. 이제 나머지 9개 구단의 세밀한 분석 작업이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카라스코가 데뷔전의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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