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AI ‘피크 아웃’ 우려 고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등 영향
사흘간 1162.19P 주저앉았다가
사상 첫 하루 만에 1000P 급등
낙폭, 펀더멘털 비해 과도 판단
‘충분히 바닥 다졌다’ 분석 많아
증권가, 이달 상승 전망 힘 실어
코스피 범위 ‘5150~8000선’ 제시
7월 한 달간 최악의 폭락장을 경험했던 국내 증시가 마지막 날 기사회생했다. 사흘간 1100포인트 넘게 떨어진 지수가 하루 만에 1000포인트 이상 급등하는 등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변동성 장세를 보였다. 증권가에선 이달 코스피 우상향 전망에 힘을 싣는 가운데 미국 금리 결정에 영향을 끼칠 각종 경제지표 발표와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거대기술기업)들의 실적발표가 증시 향방을 가를 변수로 꼽힌다.
2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코스피 지수는 전장보다 1001.89포인트(17.91%) 오른 6595.45로 마감했다. 역대 최대 상승 폭, 상승률이다. 앞서 28∼30일 사흘간 1162.19포인트가 빠졌지만, 하루 만에 손실의 86%를 회복했다. 그동안 국내 대형 반도체주 중심으로 매도 폭탄을 쏟아내던 외국인이 7조2197억원을 순매수한 게 결정적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이 컨센서스(시장평균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놓으면서 미국 반도체 업종이 큰 폭으로 반등한 영향이 컸다. 헤지펀드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가 약 4배 레버리지로 인공지능(AI) 반도체 종목에 집중 투자하다가 강제청산 위기에 몰려 보유 주식 대부분을 헤지펀드 시타델에 넘겼다는 소식도 투자심리를 되살렸다. 최근 반도체주 급락을 키웠던 디레버리징(차입 축소)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인식이 시장에 확산하면서다.
7월은 국내 증시 역사에 남을 만한 ‘최악의 한 달’이었다. 코스피는 월간 22.2% 급락하며 전 세계 주요 주가지수 중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했다. 지수가 급등한 31일을 제외하고는 하락률이 34.01%에 육박해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10월(-27.25%)과 금융위기였던 2008년 10월(-23.13%)보다 더 큰 변동성을 보였다. 코스피를 이끄는 국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21.41%, 35.17% 급락했다. 코스닥 지수도 한 달간 21.4% 폭락하며 역대 7번째 하락률을 기록했다. 증시 부진에 지난달 31일 기준 6월30일 대비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종목은 전체 종목(2645개)의 70% 수준인 1859개에 달했다.
코스피는 한 달 내내 글로벌 AI·반도체 업황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우려와 중국발 반도체 악재 등에 시달렸다. 특히 중국의 최대 D램 업체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상장과 국영 기업의 액침 심자외선(DUV) 노광 장비 제조 보도 등 중국의 ‘반도체 굴기’ 소식은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AI·반도체 업계에 전례 없는 타격을 가했다. 여기에 5월 말 출시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역시 코스피 변동성을 자극한 요소로 꼽힌다.
코스피가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면서 증권가에선 상승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그동안 낙폭이 펀더멘털(기초 체력)에 비해 과도했던 만큼, 충분히 바닥을 다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여전히 변동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의 금리 방향, 글로벌 빅테크의 실적발표 등을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이달 코스피의 범위를 5500∼8000으로 제시했다. 그는 “금리가 단기에 쉽게 내려오기 힘든 상황에서 증시가 다시 고점을 그리는 추세적 반등에 시간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변동성에 노출되는 기간을 좀 더 버텨야 할지도 모른다”고 진단했다. 이외에도 삼성증권이 6000∼8000, 유안타증권은 5150∼6350을 이달 예상 범위로 각각 전망했다.
금융당국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대책도 수급 안정에 기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본예탁금이 1000만원에서 현금 3000만원으로 상향된 첫날인 지난달 31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16종목의 거래대금은 약 3조원으로, 전날(12조4000억원)의 4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됐다. 당국은 추가 대책 시행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레버리지 배율을 조정하는 등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금융감독원과 자본시장법 개정안 마련에 착수했다. 개인별 투자 한도 설정, 모의거래 의무화, 거래비용 부담 등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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