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최고가 대비 반 토막 수준
AI·반도체 호황에 투자금 이탈 가속
ETF 자금도 유출… 시장침체 심화
연말 4만∼25만弗 예측도 제각각
미국 금리·클래리티법 통과 촉각
“악재 여전” vs “분할매수 해볼 만”
가상자산의 겨울이 길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던 대장주 비트코인은 가파른 하락세 이후 장기 침체기에 빠지며 투자자들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다. 시장의 부진은 올해 상반기 반도체와 인공지능(AI) 테마를 필두로 역대급 상승장을 누린 증시 열기와 대조돼 더 도드라진다. 하반기 전망을 놓고 시장에선 낙관론과 비관론이 교차하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불안도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반 토막 난 가격… 투자 매력도 ‘뚝’
2일 글로벌 금융정보 플랫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 초 대비 약 28% 하락했다. 주요 알트코인인 이더리움과 리플(XRP)은 각각 -37%, -42%로 더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가격이 폭락하자 전체 암호화폐 시장의 덩치도 쪼그라들었다. 코인게코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4조3000억달러대까지 치솟았던 전 세계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현재 2조달러대 초반으로 축소됐다.
비트코인의 경우 최근 가격이 6만달러 초중반대에서 등락 중이다. 지난해 10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12만6272달러와 비교하면 반 토막 수준이다. 고점을 찍은 후 급격한 조정기에 돌입한 비트코인은 지난 5월 다시 8만달러선을 회복하는 등 몇 차례 반등을 시도했지만 뚜렷한 반전 모멘텀을 찾지 못한 채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을 지탱했던 기관 자금의 유출 현상도 뚜렷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12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선 상반기에만 54억달러가 순유출됐다.
비트코인 시장의 침체가 길어진 건 다양한 악재가 겹친 결과다. 우선 AI와 반도체 산업 호황에 따라 가상자산 투자자금이 대거 증시로 옮겨간 영향이 컸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진단이다. 미국발 요인들도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올해 초 미·중 무역 긴장과 미국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 등으로 위험자산 자금 이탈이 발생했다. 여기에 미국과 이란 전쟁이 발발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자 위험자산은 투자자들로부터 점점 더 외면을 받게 됐다. 세계 최대 비트코인 보유 기업인 스트래티지(옛 마이크로스트래티지)마저 올해 처음으로 보유 물량 일부를 두 차례에 걸쳐 매도한 것도 가상자산 투자 심리를 한층 더 얼어붙게 했다.
황석진 동국대 교수(정보보호대학원)는 “올해 시장 침체의 가장 주요한 원인은 가상자산 시장에 있던 자금들이 증시로 몰린 것”이라며 “가상자산 시장을 움직이는 핵심 요인인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이 미국 현물 ETF 등으로 유입돼야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고 짚었다.
◆엇갈리는 하반기 전망
길어지는 시장 침체 속에 하반기 가격 전망은 엇갈린다.
미국 투자은행(IB) 번스타인은 연말 비트코인 목표가를 15만달러(약 2억3000만원)로 유지했다. JP모건은 예상치로 17만달러, 펀드스트랫은 20만∼25만달러를 내놓았다. 스탠다드차타드(SC) 역시 최근 보고서를 내고 비트코인이 연말 10만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는 기존 전망을 바꾸지 않았다. 낙관론의 핵심은 ‘이번 하락장은 과거와 다르다’는 것이다. 과거와 달리 개인 투기 수요가 아닌 기관·제도권 자금이 시장을 받치고 있는 만큼 조정은 있어도 붕괴로 이어지지 않으며, ETF 자금 재유입과 규제 명확화가 맞물리면 상승 여력이 열려 있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반면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비트파이넥스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비트코인 현물시장에서 투자자 이탈이 지속할 경우 비트코인 가격이 올해 말 4만달러대까지 급락할 수 있다고 봤다. 미국의 울프리서치도 10월말 4만달러선까지 가격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일부 비관론자들은 가상자산에 대한 시장 수요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하며 가상자산의 어두운 터널이 더 길어질 것이란 주장도 제기한다.
김동환 원더프레임 대표는 “시장에선 대체로 올해 연말 기준 10만달러 수준의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라면서 “다만 누구도 자신의 전망이 맞을 거라고 확신하지 못하는 만큼, 지금은 시장 상황을 넘겨짚기보다는 변수에 대응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미 금리·클래리티법 등 변수
하반기 시장의 방향성을 결정할 주요 변수는 역시 미국이다. 우선 미국의 금리 방향이 중요하다.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현실화할 경우 이자가 없는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 매력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도 시장이 주목하는 분기점이다. 가상자산 정책에 공을 들였던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 공화당의 정치적 입지에 따라 시장 자체가 크게 출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현경 iM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친가상자산 정책은 지난해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정책 프리미엄을 제공했으나, 올해 중간선거를 앞둔 레임덕 우려는 해당 프리미엄을 축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하원 권력이 민주당으로 이동할 경우 비트코인의 전략비축 기대 약화 등 가상자산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 분위기 반전을 위해 가장 기대를 거는 변수는 가상자산 시장구조 법안인 ‘클래리티법(CLARITY Act)’ 통과다.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 등 공직자들의 윤리조항과 관련해 반발하면서 법안 통과 시점은 안갯속이다. 미 상원이 장기 여름 휴회에 들어가는 만큼, 오는 7일 전까지 통과되지 않으면 중간선거 일정 등으로 올해 안에 법안 처리가 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김동환 대표는 “미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고 클래리티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뚜렷한 상승 모멘텀이 없는 상황에서 비트코인의 겨울이 길어질 수 있다”며 “특히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끝나지 않아 금리가 계속 인상되는 등 악재가 겹친다면 비트코인 가격이 5만달러는 물론 이론적으로는 4만2000달러까지 내려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다만 김 대표는 “실제적 가치가 있고, 이미 많은 투자금이 들어와 있는 비트코인이 사라질 가능성은 작다”며 “사이클을 봤을 땐 지금 가격대라면 분할 매수를 통해 투자해볼 만한 수준인 것은 맞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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