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맞서는 캘리포니아 와인 산지를 가다 ⑧그린 메달 품은 와인들>
짭조름한 산미 매력 ‘소비뇽 블랑의 제왕’ 생 수페리
2015년 세계적인 명품 패션 하우스 샤넬이 인수
유기농 인증 포도밭이 빚은 정직한 맛 클리프 패밀리
미술가 레이나 노리에가와 협업 아트 레이블 탄생
땅이 건강해야 포도가 건강하고, 포도가 건강해야 와인이 건강합니다. 화학비료와 농약을 걷어내고 유기농·재생 농법으로 포도밭을 돌보는 와이너리들은 품질면에서도 최근 세계 와인 시장에서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그린 메달을 수상한 건강한 와이너리들이 빚어낸 대표 와인들을 잔에 담아봤습니다.
◆생 수페리(St. Supéry)
▶생 수페리 나파 밸리 에스테이트 소비뇽 블랑
싱그러운 그린 라임과 노란 자몽(옐로우 그레이프프루트) 풍미가 중심을 이루고, 패션프루트와 레몬 껍질의 시트러스, 독특한 아니스와 펜넬 힌트가 화사하게 어우러집니다. 쥬시한 자몽과 라임 제스트의 맛이 입안을 가득 채우며 깔끔한 산뜻함을 주고, 구스베리와 케이퍼 특유의 풍미가 더해져 짭조름한 생동감을 선사합니다. 팽팽하고 활기찬 산미 구조가 입안을 기분 좋게 자극하며 깨끗하고 긴 피니시로 마감됩니다.
‘나파 밸리 소비뇽 블랑의 제왕’으로 불리는 이 와인은 소비뇽 블랑 100%로 빚었으며, 자체 소유 밭에서만 포도를 조달합니다. 달라하이드 에스테이트 빈야드에서 75%, 러더포드 에스테이트 빈야드에서 25%를 가져왔습니다. 섬세한 과실미를 지키기 위해 서늘한 아침 시간에 손 수확하고 압착 후 저온 침용을 거쳐 100%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저온 발효해 품종 특유의 아삭한 신선함을 극대화했습니다.
▶역사
생 수페리 역사는 1881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셔츠 제조 회사를 운영하던 루이스(Louis)와 조지프 애킨스(Joseph Atkinson) 형제가 1880년대 초반 나파밸리 러더포드(Rutherford)에 포도나무를 으면서 역사가 시작됩니다. 이들은 1882년 퀸 앤 빅토리아(Queen Anne Victorian) 양식 ‘애킨슨 하우스’를 건설해 1895년 ‘애킨스 와이너리’를 세웁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필록세라로 포도밭이 황폐화 되면서 얼마 못가 애킨스 와이너리는 파산합니다. 이어 1904년 프랑스 출신 와인메이커 에드워드 생 수페리(Edward St. Supéry)와 그의 형제 알프레드(Alfred)가 포도밭을 인수합니다.
그러나 1912년 화재 피해를 당해 경제적으로 몰락하면서 생 수페리 형제도 포도밭을 처분합니다. 이후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다 프랑스 출신 와인메이커 로버트 스칼리(Robert Skalli)가 포도밭을 사들입니다. 그는 알제리와 프랑스 랑그독에서 와인 사업을 하던 프랑스 와인가문 출신이고 나파밸리에서도 프랑스식 스타일과 철학을 유지하려 했던 인물입니다.
그는 1982년 나파밸리 동북부 달라하이드 랜치(Dollarhide Ranch)의 포도밭을 먼저 구매했고 1985년 생 수페리가 소유했던 러더퍼드(Rutherford) 포도밭을 추가로 매입합니다. 프랑스 출신인 스칼리는 와이너리 이름을 고민하다 이전 소유주중에 프랑스 출신 와인메이커 생 수페리가 한때 포도밭을 보유했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프랑스 와인 산업의 유산을 잇는다는 의미에서 와이너리 이름 생 수페리로 결정합니다. 2015년 세계적인 명품 패션 하우스 샤넬이 생 수페리의 독보적인 잠재력과 프랑스적 감성에 매료돼 와이너리를 인수했습니다. 샤넬의 전폭적인 투자 아래 친환경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을 더욱 정교하게 발전시키며 나파 밸리를 대표하는 명품 부티크 와이너리로 명성을 잇고 있습니다.
◆클리프 패밀리 와이너리(Clif Family Winery)
▶클리프 패밀리 x 레이나 노리에가 로제 오브 카베르네 프랑(Reyna Noriega Rosé of Cabernet Franc)
발레리나 슈즈를 닮은 여린 핑크빛이 잔을 채웁니다. 신선한 야생 딸기 쇼트케이크와 새콤달콤한 루바브 파이 향이 코끝을 스치고, 잘 익은 납작 복숭아와 은은한 자스민 아로마가 화사하게 피어오릅니다. 입에 닿는 순간 상쾌한 과실미가 폭발하듯 펼쳐지고, 카베르네 프랑 특유의 미세하고 부드러운 타닌이 가볍게 중심을 잡아줍니다. 섬세하면서도 활력 있는 산미가 어우러져 기분 좋고 깔끔한 여운을 길게 남깁니다. 주말 브런치나 호숫가 피크닉, 허브를 곁들인 봄철 대파 타르트와 곁들이면 궁합이 좋습니다.
나파 밸리에서 자란 카베르네 프랑을 100% 사용해 빚은 로제 와인으로, 포도가 지닌 신선한 산미와 과실 풍미를 해치지 않기 위해 효모 접촉과 온도 조절 장치가 달린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부드럽게 압착하고 저온 발효한 뒤 병입했습니다. 미술가 레이나 노리에가와 협업을 통해 탄생한 이 와인은 그의 일러스트를 레이블 전면에 담은 한정 에디션으로 선보입니다.
▶클리프 패밀리 발레 디 소토 에스테이트 빈야드 프로프라이어터리(Valle di Sotto Estate Vineyard Proprietary)
화려한 바이올렛과 짙은 루비 빛깔이 잔 속에서 깊이감을 드러냅니다. 삼나무, 담뱃잎, 코코아, 토피가 겹겹이 얽힌 복합적인 아로마 위로 카베르네 프랑 특유의 은은한 허브와 풀 내음이 생동감을 더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잘 익은 자두와 블랙커런트의 깊은 과실 향이 피어오릅니다. 가나슈(초콜릿과 데운 생크림을 섞어서 만드는 부드럽고 진한 초콜릿 크림)를 얹은 듯한 블랙베리 파이의 리치하고 풍요로운 맛이 입안을 부드럽게 감싸며, 세련되고 촘촘하게 짜인 타닌과 산뜻한 산미가 완벽한 밸런스를 이룹니다. 구운 빵과 벨벳처럼 부드러운 타닌의 감칠맛 나는 여운이 길게 남아, 양갈비 구이나 수제 소시지, 고기가 듬뿍 들어간 라자냐, 프리미엄 양념 소고기 버거와 곁들이면 궁극의 궁합을 보여줍니다.
카베르네 소비뇽 81%에 카베르네 프랑 8%, 말벡 6%, 쁘띠 베르도 5%를 더한 보르도 블렌딩입니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배제하고 올빼미·새 상자를 설치해 생태계를 유지하는 100% 유기농·재생 농법으로 재배한 포도로 빚었습니다. 나파 밸리의 떠오르는 스타이자 화학자 출신 와인메이커인 로라 배럿이 오크 놀 디스트릭트의 발레 디 소토 포도밭 고유의 테루아를 고스란히 담아 정밀하게 조율해 낸 작품입니다.
▶역사에너지바 브랜드 클리프 바(Clif Bar)의 창업자 킷 크로포드(Kit Crawford)와 게리 에릭슨(Gary Erickson) 부부가 이탈리아 자전거 여행에서 맛본 풍요로운 음식과 와인 문화를 미국에 재현하고자 2004년 나파 밸리에 세운 와이너리입니다. ‘농장 우선(Farm-first)’이라는 확고한 철학 아래 하웰 마운틴과 오크 놀 디스트릭트에 자리한 90에이커 규모의 포도밭을 유기농으로 가꾸며 CCOF(캘리포니아 유기농 농가 협회)와 나파 그린(Napa Green) 인증을 모두 받았습니다. 지금은 유기농 농장과 와인 테이스팅 룸, 자체 푸드트럭 ‘브루스케테리아(Bruschetteria) 푸드트럭’과 연계해 운영하며 지속 가능한 푸드&와인 라이프스타일을 이끄는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기후변화 맞서는 캘리포니아 와인 산지를 가다 ⑨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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